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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없는 스페인 평가전이 기대되는 이유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할 23명의 최종 엔트리를 확정 지은 한국 축구 대표팀이 4일 새벽(한국시간) 세계 최강 '무적함대' 스페인과 월드컵 직전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른다.

이번 스페인과의 평가전은 사실상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상대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전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 대비한 스파링이라고 할 수 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달 말 '가상 그리스전'이었던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체격조건이 좋고 압박에 능한 벨라루스 선수들에게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상대의 밀집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는데 실패하며 0-1의 아쉬운 패배를 당한바 있다.

특히 이날 대표팀은 전반전에 박지성이 뛰는 상황에서는 나름대로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점유율 면에서 뒤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박지성이 빠진 후반전에는 전반적으로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볼점유율 면이나 슈팅 시도 등 경기 전반에 걸쳐 FIFA 랭킹에서 40여계단 아래에 있는 벨라루스에 밀리는 경기를 했다.

코트디부아르, 에콰도르, 일본을 모두 2-0으로 잡아내며 승승장구 해오던 허정무호의 행진에 제동이 걸린 셈이며, 어찌보면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가려져 있는 허정무호의 아킬레스건이 노출된 셈이었다.

따라서 이번 스페인전은 월드컵 본선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허정무호가 현재 안고 있는 좀 더 미세하고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약점을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 경기다. 허정무 감독도 이번 스페인전을 앞두고 "열 골을 먹어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밝혀 이번 경기의 선전을 통한 자신감 획득 보다는 대표팀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도구로 활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경기를 하루 앞두고 허정무호에 변화가 감지됐다. 박지성이 피로누적으로 스페인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


박지성이 허정무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주전 선수 가운데 2-3명 정도 빠져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는 스페인에 비해 한국이 훨씬 불리한 입장에서 경기를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박지성이 팀에 없는 가운데 세계 최강 팀을 상대로 평가전을 치르게 된것은 허정무호에게 그야말로 제대로된 평가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여겨진다.

박지성이 뛸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이 어떤 전술과 전략으로 상대를 공략할 것인지, 미드필드에서의 볼배급이나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그래서 공격 작업의 궁극의 목표인 골을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지를 테스트를 해 볼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캡틴이 빠진 상황에서의 위기관리 전술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허정무 감독이 선수들에게 심적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스페인전에 대해 '열 골을 먹어도 괜찮다'고는 했으나 한국 선수들은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스페인을 상대로 실점을 최소화 함으로써 본선 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내야 한다.
 
그래서 결국에는 박지성이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공수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이번 평가전에서 허정무호가 얻어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얻어낸다면 허정무호는 본선 무대에서 흔들림없는 제 기량을 발휘할 가능성을 한층 높이게 될 것이다.

박지성 없이 치르는 스페인과의 평가전이 걱정스럽기 보다는 오히려 반갑고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