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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현역 파이터인 커투어 부자 이야기


1963년 생으로 만 47세인 UFC 스타 랜디 커투어와 그의 아들 만 27세의 라이언 커투어는 부자가 현역 격투기 선수인 아주 이례적인 경우이다. UFC 챔피언을 지냈던 랜디는 최근엔 복서 제임스 토니를 꺾고 건재함을 과시했고 아들 라이언은 지난 8월 13일 스트라이크 포스의 신예무대인 챌린저스 대회에 참가해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랜디 커투어는 총 세 번 결혼을 했고, 첫 아내에게서 1982년 태어난 라이언은 아버지처럼 대학에서 아마추어 레슬러로 활약했으나 큰 대회 입상경력은 없었고 졸업 후 잠시 은행에서 일하다가 본격적으로 입문해 부친의 도장 익스트림 커투어 파이트 팀에서 수련했다고 한다. 그의 새엄마였던 킴 커투어 역시 격투기에서 활약했기에 비록 이혼소송 중이긴 하지만 커투어 집안은 아마 세계 최강 가족이 아닐까 싶다.

라이언은 부친처럼 서브미션 기술에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고 아마추어 레슬러 출신이기에 미국 격투기에 적합하며 무에타이를 비롯한 입식타격을 수련해서 웰라운드 파이터로 거듭났지만 아직은 최고 수준의 기량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도 많았다고 한다. 2009년까지는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해서 5승 1무 1패를 기록한 라이언은 8월 13일에 있었던 프로 데뷔전에서 루카스 스타크를 1라운드 1분 15초 만에 트라이앵글 초크로 잡았다. 이로서 커투어 집안의 자존심을 지켜나갔다.

격투기는 역사가 짧기에 상대적으로 타 분야에 비해서 부모와 자녀가 대를 이어서 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그레이시 가문만큼은 타 분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지금은 많이 이름값이 퇴색했지만 그레이시 가문은 한 때는 세계를 주름잡았고 지금 현재로서도 그들의 족보만큼은 세계 최강이라 봐도 될 것이다.

그러나 가문이 강하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표도르의 동생도 강하지만 세계 최강 격투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그레이시 가문에서도 하이언 그레이시가 격투기 실력에서 부족하자 가끔 일탈행동으로 속을 썩이더니 결국은 약물남용으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가끔은 주위의 업적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꼭 격투기에서만이 아니라 부모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는 여러 분야에서 많이 발견되곤 한다. 부모가 완벽한 존재로서 군림하려 하거나 자신은 본보기를 보이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만 올바를 것을 강요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그것보단 조언자로서 이끌고, 본인의 약점을 인정하며 친근하게 다가간다면 자녀가 따라갈 것이다. 너무 완벽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일탈을 꿈꾸기도 하며 넘을 수 없는 벽이라 생각되면 피하려고 하는 것 역시 사람의 본성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랜디 커투어는 조언자로서 아들을 이끌어갔고, 그런 따스함 덕분에 격투기 입문 첫 도전은 성공한 듯 하다. 하이언 그레이시처럼 집안의 기대에 부담을 느끼고 어긋나면서 결국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 것과 다르게, 커투어 집안은 긍정적으로 자신의 노력을 승화시켰고 부모가 자녀를 모범으로서 이끌어 좋은 결과가 나온 사례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