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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단체가 직영하는 영화사업부


프로레슬러나 격투가의 영화 출연은 낯선 일은 아니며 얼마 전엔 퀸튼 잭슨이 A특공대에 나왔고 랜디 커투어나 노게이라 형제, 이젠 은퇴한 스톤 콜드도 도 익스펜더블에 같이 출연했다. 표도르나 크로캅 역시 영화출연 이력이 있으며 존 시나, 헐크 호건, 에지, 트리플 H 등의 프로레슬러들은 훨씬 더 많은 영화출연 경력이 있기도 하다.

개인적인 출연이야 자유의사이겠지만 WWE는 특이하게도 영화사업부를 둬서 영화를 전문적으로 제작하거나 의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멕시코의 프로레슬러 ‘엘 산토’가 그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수백 편의 영화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단체가 아예 영화사업부를 둔 건 찾기 힘든 일이다.

WWE는 1980년대 후반, 헐크 호건의 인기를 이용해서 영화사업부를 냈었고 그의 초창기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당시 비디오를 통한 레슬링 인기를 힘입어서 개봉되기도 했었다. ‘노 홀즈 바드’라는 영화가 바로 그 중 하나였으나 호건의 작품은 B급 영화에 머물렀고 실베스타 스텔론이나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카리스마를 넘지는 못했다. 선배의 실패와 달리 더 락은 할리우드에 나름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라 하겠다. 그러나 그의 이탈은 프로레슬링 팬들에겐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최근 WWE의 영화사업부는 케인의 ‘시 노 이블’, 존 시나의 ‘더 마린’을 통해 흑자를 올렸지만 스톤 콜드의 ‘컨뎀드’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손익분기점에 맞춰졌고, 여기에서 교훈을 얻어서 웬만하면 저가의 DVD 직배 영화를 제작하고 간혹 극장 개봉작을 내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투자를 적게 해서 수익이 적더라도 버티고, 선수들은 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올려서 팬들에게 어필하는데 좀 더 효과적이길 바라는 의도라 하겠다.

존 시나의 영화출연을 놓고서도 팬들이 더 락과 같은 이탈을 두려워하면서 향후 진로에 대해서 물어보자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영화로 떠나기엔 어려운 흥행결과가 나오기 시작했기에 지금으로서는 약속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

요즘 WWE가 밀고 있는 영화 ‘레전더리(legendary)’는 영화 자체로는 적당한 평가를 받고 있으나 흥행기록이 처참할 정도라고 한다. 아마추어 레슬링이 소재인지라 큰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시나가 조연이었기에 프로레슬링 팬들도 영화관에 가야 할 의지를 많이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소수의 극장에서 개봉했음에도 티켓이 제대로 팔리지 않아서 한 회당 100명 이하만이 봤을 정도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점은 적자가 나지 않을 전망이란 것이다. 700만 달러는 우리나라 영화에선 적지 않은 비용이나 미국에선 저예산 영화이고 극장개봉작이란 이름으로 DVD 시장에 나가며, WWE 방송을 통해 광고가 나가면서 레슬링 팬들이 DVD정도는 봐줄 것이기에 현재로서는 약간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흥행에 참패했으나 WWE 방송을 통해 광고하고 매니아층이 결집하면서 결국은 흑자가 될 것이라는 것은 결국 시스템의 승리가 아닌가 싶다.

프로레슬러나 격투가들의 영화출연은 이젠 낯선 일도 아니고, 일부는 아예 영화에 더 큰 뜻을 품고 있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프로레슬링 단체가 아예 영화사업부를 만들고, 어쨌든 돈을 벌 수 있으니 매니아층의 지지라는 건 얼마나 큰 힘인지 알 수 있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도 탄탄한 매니아층이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사진=영화 '레전더리'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