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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은행 강도 된 프로레슬러, 팬들의 제보로 잡다


얼마 전 미국에서 있던 이야기이다. 미국 뉴저지 주의 경찰이 CCTV에 잡힌 은행 강도의 사진을 올리자 한 프로레슬링 팬이 아주 익숙한 얼굴을 봤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문의하면서 아는 선수로 확신되자 경찰에 제보했다. 제보를 받은 경찰이 결국 범인 체포에 성공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되었는데.

한 무명 프로레슬러의 이야기이다. 프로레슬링 중 과격한 하드코어 방식을 중심으로 하는 CZW라는 단체 소속의 닉 케이지가 일으킨 사건으로 평소부터 문제가 많았던 터라 은행 강도역시 그리 새로울 게 없다고 한다. 팬들이 있다는 것에 울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당연히 사고를 친 본인일 것이다.

작은 단체 소속 선수들 중 인생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있는데 닉 케이지야 말로 그런 사례 중 하나이다. 케이지는 다른 직업도 없이 대전료도 얼마 되지 않는 독립단체 프로레슬러로 6년 정도 생활하면서 모친의 경제력에 의존했지만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홈리스로 전락하고 만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말로는 이제부터 정신 차릴 것이라 주장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여자친구와 같이 고민만 주로 했을 뿐, 다른 직업에 손을 뻗치지도 않은 채 약물남용은 그치질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생각한 것이 결국 은행 강도였다. 허나 은행 강도란 무서운 이름에 비하면 다소 허망하게 우리 돈으로 300만원이 살짝 넘는 3000달러란 금액을 챙겨 달아났다가 잡히면서 거사는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 더욱 서글픈 일은 여자친구가 망을 봤기에 공범으로 같이 잡혔단 점인데.

닉 케이지는 범죄 후 여자친구와 카지노에 가서 분위기를 냈지만 본인도 잡힐 걸 예상했다고 하니 보통과는 다른 정신세계의 소유자라 하겠다. 그는 미키 루크 주연의 영화 ‘더 레슬러’에 캐스팅 될 뻔 했으나 본인이 거절했다고 주장하는 등 다소 허풍도 심한 편이다.

그가 구속되자 팬들은 석방을 위한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한다. 팬들이 제보하고 다른 팬이 석방을 요구하는 상황이니 아이러니가 아닌가 싶다.

뭔가 단단히 꼬인 느낌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현실세계에 순응하기보단 본인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듯하다. 프로레슬러로서 돈을 많이 벌기 어렵고, 빅리그에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소수 팬들의 환호에 만족하니 현실과 이상이 따로 놀았다. 영화를 거절했다고 주장하는 등 스타의식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거기에 갈 수 있는 재능이나 노력은 없었으며 모친의 경제력에 의존하다가 결국 집이 사라지자 홈리스가 되었고, 여자친구를 강도 공범에 끌어들이면서 신세를 망쳤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만 끼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닉 케이지는 복역 후 다시 링으로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감동적인 스토리도 아닐 듯 하며 물론 갱생의 삶이란 기회를 줘야겠지만 지금의 마음상태라면 업계 전반에 안 좋은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쉽게 살려는 태도는 결국 암울한 미래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은데 은행 강도조차 치밀하게 하지 않게 준비했던 건 그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반영했다 하겠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갈수록 수렁으로 빠지는 닉 케이지의 사례는 냉정한 현실 판단이나 계획 없는 즉흥적인 삶의 문제점을 일깨워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