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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WWE의 연이은 선수 해고

최근 WWE의 해고가 다시 한 번 나왔는데 스타 선수들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고 전에 비해서 주축들이 방출되었기에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여성 리그에서 기량이 좋기로 꼽히는 네 명의 선수들인 베스 피닉스, 게일 김, 나탈리아, 멜리나 중에서 두 명이나 이탈한 면은 눈에 띈다.

이번 조치로 총 다섯 명이 떠났는데 게일 김이 자발적으로 관뒀지만 멜리나, 데이비 보이 스미스의 아들 D.H. 스미스, 블라디미르 코즈로브, 크리스 매스터스도 밀려났다. 자의로 떠난 게일 김은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기량은 좋지만 이제 결혼도 앞두고 있고, 남편 될 사람이 은근히 경제적으로 안정된지라 최근엔 불만을 토로하는 비율이 높아졌고, 아예 경기 중에 몰래 빠져 나오는 등 더 이상 WWE와의 관계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과거에 다른 단체를 관둘 때도 급여를 문제 삼으면서 자신의 기량에 비해 부당하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관둔 것이다. 기량은 좋지 않더라도 미모 위주의 선수들이 중용되는 것에 불만이 많았던 것은 이해하지만 떠나는 방식은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D.H. 스미스는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어색한 연기력의 소유자였기에 프로레슬링에선 다소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운동신경은 좋고 파워가 대단하며 본인은 아예 ‘캐치 레슬링’이란  실전형 스타일 프로레슬링에 관심이 많았고 격투가 조쉬 바넷과 같이 훈련하면서 아예 교본을 낸 적도 있기에 그 진로로 갈 전망이다. 종합격투기 진출을 원한다는 말을 줄기차게 했고, 이젠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스타성이다. 그가 브록 레스너처럼 환영받을 리는 만무하고 바비 래쉴리처럼 대우받기도 곤란한 인지도이며 아직 격투기 실력을 검증받지도 못했기에 가끔 업계 종사자에게 독설을 퍼부으면서 아들을 옹호하는 그의 모친 다이애너 하트 스미스‘의 말처럼 밝은 미래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삼보를 했던 블라디미르 코즈로브는 원래 표도르의 컨셉으로 프로레슬링에 들어왔다. 미국인들은 PRIDE의 강자 표도르를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알진 못했고 그저 영화 ‘록키’처럼 러시아의 강자가 세계 최강이란 맥락을 이어가기 위해 데려온 것이 바로 코즈로브이다. 사람은 좋단 평가를 받았지만 기술이 어설펐고 부상 우려로 인해 상대들이 같이 경기하기 두려워할 정도로 한계가 명확했던 선수이다.

그와 달리 크리스 매스터스는 최근 기량도 많이 올라왔고 체지방을 많이 줄이면서 근육도 세밀해졌기에 다소 아쉬운 경우로 꼽힌다. 낙천적인 성격이라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런 노력파에겐 다소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이번 방출에서 가장 큰 이슈는 멜리나이다. 그간 여러 남자들과의 추문이 많았지만 남자친구 존 모리슨이 아주 개방적인 스타일이기에 눈감아줬고, 바티스타와의 뜨거운 만남도 충분히 용인 받는 등 다소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였지만 갈수록 일탈이 심해지면서 파티에서 난동을 부려 출입금지를 당했고, 동료들을 험담하고 이간질하는 비율이 늘면서 간판선수에서 밀려나더니 결국 방출까지 당한 것이다. 너무 여자친구를 사랑해서인지 남자친구 존 모리슨은 인터넷에 멜리나를 지지한다는 장문의 글을 남겨 단체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발했다가 자신의 선수로서 장래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선수 계약해지는 스타가 될 자질이 부족한 이들을 물갈이하는 수준이었다면, 멜리나나 게일 김은 문제가 있어 떠났다고 보면 되겠다. 게일 김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남자를 만나니 눈치 볼 것이 없어 불만만 토로하다가 뜻대로 떠난 반면, 멜리나는 사건사고를 일으키다가 방출되었던 것이다.

이런 선수들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크리스 매스터스 같이 노력하는 이들을 내보낸 건 다소 아쉽다. 점점 프로레슬링 단체들이 줄어들어 경험을 쌓을 곳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드는 마당에, 이렇게 쉽게 내보낸다면 미래의 자원들이 프로레슬링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