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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랜디 '마초맨' 새비지 운명에 대한 아쉬움



랜디 ‘마초맨’ 새비지의 사인은 당초 동생 래니 포포의 주장에 따라 심장마비가 유력하게 추정되었지만 현재 부검이 끝났지만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부검 중 나온 의견으론 외상이 아주 심각한 건 아니었다는 것도 있고 나무에 머리를 부딪친 충격이 컸다는 말도 있어서 좀 더 정확한 결과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약물 남용 여부에 대한 결과는 4주에서 6주 정도 걸리나 지금으로서 음주나 약물 과다로 인한 사망은 아닌 걸로 추정된다고 한다. 뭐가 되든 그의 요절은 아쉽기만 하다.

WWE의 명예의 전당에 오를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WWE와는 다소 안 좋게 헤어졌는데 유명 프로레슬러 ‘라우디 파이퍼’가 밝힌 바로는 랜디 새비지가 술집에서 프로모터 빈스 맥맨의 따귀를 때린 뒤 둘이 완전히 갈라섰다고 한다. 그와 달리 후배선수 ‘X팍’은 소문으로 떠돌고 있는 랜디 새비지의 여성 편력 탓이라고도 했고 거기엔 빈스 맥맨의 딸인 스테파니 맥맨이 관련되어있다고 했지만 이것이 확실하게 맞는지 답을 얻긴 힘들 듯 하다.

그의 장례는 평소 의견에 따라 공개가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화장 후 평소 좋아하던 나무 주위에 뿌려질 것이라 한다. 그가 아끼던 견공 ‘허크’도 그렇게 보냈고 평소 원하던 방식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고 하는데 카리스마와 야성미로 많은 이들을 설레게 했던 짐승남의 마지막으로선 너무도 소탈한 것이 아닌가 싶다.

프로레슬러 엔젤로 포포의 아들 랜디 ‘마초맨’ 새비지는 부친보다 더 크게 성공하면서 2회 WWE 챔피언, 4회 WCW 챔피언에 올랐으나 헐크 호건의 전성기 시절 2인자였고 호건과는 인간적인 관계에 있어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곤 했다. 이는 호건의 계략도 한 부분을 차지했는데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호건 부부가 이혼을 고민하는 미스 엘리저베스에게 그대로 하라는 조언을 했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새비지의 가장 중요했던 사건은 호건과의 1989년 레슬매니아 5에서의 경기가 아닐까 싶지만 필자에겐 그보다 2년 전인 87년의 리키 스팀보트와의 경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두 사람의 경기 수준은 높았고 이날 새비지의 패배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 다음 해에 WWE 챔피언에 올랐으니까.

필자에겐 어린 시절 가장 멋진 커플 랜디 마초맨 새비지와 미스 엘리저베스는 짐승남과 미녀의 오묘한 조화였고 아이들에게 어필하면서 미국에 대한 애국심을 고취하는 헐크 호건과는 다른 차원의 매력이었다.

엘리저베스와 이혼 한 랜디 새비지는 WCW에서 그녀와 조우하게 되나 젊은 여자들을 자꾸 바꿔가면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연애를 했고 엘리저베스의 그늘을 벗어나진 못했다고 한다. 그런 그리움에서일까, 결국 재혼했던 이는 고교동문으로 엘리저베스와 많이 닮은 ‘린’이란 여성이었다.

개인적으로 멋지게 생각하던 미스터 퍼펙트 커트 헤닉, 래비싱 릭 루드도 요절했고 랜디 마초맨 새비지마저 아깝게 운명을 달리했다. 새비지의 경우는 좀 더 원인이 나와야겠지만 1980년대 선수들의 약물남용이 그들의 요절을 부채질 한 것 같아서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