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파워블로거=소왓]
어제 한 스포츠 신문사의 해외 특파원이 쓴 <박찬호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할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특파원은 박찬호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할 수 없는 이유로서, 마무리 투수는 등판경험과 심장이 강해야하며, 지나 간 경기를 빨리 잊어야 하고, 빠른 볼과 효과적인 변화구 하나, 그리고 제구력이 필수인데 박찬호는 이에 대한 수업과정이 부족하다는 요지입니다.
개인적인 주관은 특정 선수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제능력과 기록보다 과대평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박찬호가 마무리 투수로서 활약할 수 없는 이유로서 제시한 근거는 특파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 투수가 불펜에서 셋업맨 등의 등판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김병현만 하더라도 데뷔 시즌 27이닝만 던지고 그 다음 해부터 마무리 역할을 맡았고, 데니스 에커슬리, 존 스몰츠 역시 선발투수에서 바로 마무리투수로 보직변경을 했으며, 에릭 가니예, 바비 젠크스등 마무리 투수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의 성공적인 마무리 변신의 예는 많습니다. 이번 시즌 NL에서 마무리 투수중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브라이언 윌슨, 휴스턴 스트릿, 프란시스코 코데로,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등의 많은 투수들은 모두 마무리 투수가 되기 전 불펜에서 박찬호보다 더 적은 이닝을 던진 투수들입니다.
박찬호는 이제 메이저리그 경력을 쌓고 있는 신인투수도 아니며, 산전수전 다 겪은 16년차의 베테랑 투수입니다. 수많은 선발투수 경력과 더불어 불펜투수로 191이닝이나 던진 박찬호가 등판경험이 적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주장입니다.
특파원은 기사에서 마무리의 필수 조건이 제구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시즌 박찬호의 제구력은 커리어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이며, NL 불펜투수 중에서 최상위권입니다. 박찬호는 이번 시즌 40이닝 이상 던진 NL의 전체 불펜투수 중에서 9이닝당 삼진율 10위, 9이닝당 볼넷 7위, 삼진/볼넷 비율 3위, WHIP 8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NL 불펜 투수중에서 구위와 더불어 제구력이 가장 좋은 투수중의 한명인 박찬호가 마무리 투수로써 등판할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떤 투수가 마무리 투수로 등판을 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또한 마무리 투수가 빠른 직구와 변화구 한 종류만 있으면 된다는 것은 90마일 중후반대의 빠른 직구를 던지는 마무리 투수의 일반적인 경향일 뿐, 그렇다고 해서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가 마무리 투수로 적합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통산 1위인 583세이브의 트레버 호프만도 80마일 중반대의 평균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 업, 커브등의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입니다. 마무리 투수로써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좋은 성적을 낸 호프만의 전례가 박찬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예단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필리스의 마무리 투수 브레드 릿지는 마무리 경험이 많고, 90마일 중반대의 빠른 직구와 변화구는 거의 슬라이더 한 종류만을 던지며, 담력이 강하고, 지나간 경기에서의 실패를 빨리 잊을 줄 아는 투수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마무리 투수의 요건을 모두 갗춘 릿지가 이번 시즌 NL 최악의 불펜투수라는 것입니다. 릿지는 이번 시즌 NL 마무리 투수중 최다인 9번의 블론 세이브와 40이닝 이상 던진 불펜투수중 가장 나쁜 방어율 7.03, 그리고 가장 많은 9이닝 당 피 홈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의하면 필리스 찰리 매뉴얼 감독은 릿지의 마무리투수 기용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릿지가 지난 시즌 41번의 기회에서 단 한번의 블론 세이브 없는 완벽한 피칭을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필리스가 NL 동부지구에서 8게임 차이로 지구 선두를 달리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거의 확정지은 상황이 아니라, 지구 2.3위로 밀려나 피말리는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면 매뉴얼 감독이 NL 최악의 마무리를 계속 기용하겠다고 주장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릿지의 마무리투수 경험보다는 필리스의 팀 성적이 릿지의 마무리 투수 기용을 가능케 하는 것입니다.
라이언 매드슨이나 브렛 마이어스등이 릿지 대신 필리스의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마무리 감을 판단하는 견해는 사람마다 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필리스 불펜투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박찬호가 마무리로 활약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만약 라이언 매드슨이 마무리로 전환한 이후 성적이 좋지 않으면 그 다음으로 마무리 역할을 맡아야 할 투수는 어떠한 견지에서 보아도 박찬호가 최적임자입니다.
박찬호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할 수 없다는 특파원의 주장은 편협한 주장이며 근거 또한 미약한 것입니다. 특파원은 박찬호의 이번 시즌 불펜투수로서의 기록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