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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어도... 아르헨타나 이대로 무너지나 ?

[사진 =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C) PicApp (picapp.com)]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하여 쓸모 있게 만들어 놓아야 값어치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축구강국 아르헨티나는 현재 2010 남아공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5위에 랭크되어 있어 본선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있었던 중요한 두 경기, 브라질과 파라과이와의 정면승부에서도 별로 나아진 모습 없이 모두 패해 절실했던 승점 쌓기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속담은 현 마라도나호의 실정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여겨지는 리오넬 메시를 위시해 아게로, 테베즈, 밀리토, 마스체라노, 가고, 베론, 에인세 등 아르헨티나의 현 스쿼드에는 우수한 "구슬"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개개인이 우수해도 11명이 합력하여 최상의 경기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 팀은 그냥 보기에만 예쁜 그 무엇일 것입니다.

축구에서의 감독을 오케스트라에 비유한다면 각 악기들을 통솔하고 리드하는 지휘자일 것입니다. 스타일에 따라 조금은 다르겠지만 지휘자는 연주될 곡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더해 예술로 승화시키고 청중들에게 감동을 이끌어냅니다. 지휘자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연주자들과 공유하며 음악으로 완성하는 과정에는 오케스트라의 무단한 노력과 연습이 들어 있을 것입니다. 또 같은 연주곡, 같은 오케스트라라해도 지휘자가 달라지면 또 다른 색깔의 음악이 탄생되기도 합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감독은 20세기 최고의 축구선수라 불릴만한 위대한 마라도나입니다. 2008년 11월, 온 축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아르헨티나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마라도나 감독은 이후 팀 수장으로 치룬 월드컵 남미예선 6경기에서 2승 4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원정에서 당한 1:6 패배는 팀 역사상 단 한 차례밖에 없었던 대망신이었고 최근에 있었던 두 번의 패배는 아르헨티나 없는 월드컵을 상상하게 만드는 졸전이었습니다.
선수로서 마라도나는 역대 최고라는데 이견이 없겠지만 지도자로서는 현재까지 합격점을 받기에 어려워 보입니다.

브라질과 함께 남미축구계를 양분하던 아르헨티나는 전력 균형이 잘 이뤄진 매력적인 팀이었습니다. 거기에 미드필드에서 벌어지는 유기적인 패싱게임과 날카로운 포워드진의 막강한 득점력은 축구의 참 맛을 보여주었습니다.

파라과이와 브라질 전에서의 아르헨티나는 고유의 색깔을 갖추지 못한채 표류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 주었습니다. 마스체라노와 가고는 자신들이 홀딩맨이라는데에만 관심이 있는 듯 매끄러운 공격전개를 보여주지 못했고 메시, 아게로, 테베즈 등은 미드필드에서의 지원 없이 개인역량에 의지해 골문을 공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마라도나 감독이 선발한 수비라인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도밍게스와 오타멘디는 브라질의 공격수를 번번이 놓치며 큰 경기 경험부족을 여실히 노출했고 임시방편으로 중앙수비를 맡았던 에인세도 수비력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보통 팀의 중앙수비를 구축할 때 신체적 조건이 좋고 수비 경험이 많으며 정신력이 강한 선수들이 선택을 받습니다. 결과론적이지만 아르헨티나에는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존재했으나 팀 스쿼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마에스트로 마라도나가 내린 자신만의 수비라인 해석은 팀 전력의 불균형으로 이어졌고 수비라는 중저음이 안정을 찾지 못하자 아르헨티나라는 오케스트라는 전체적인 조화에 문제점을 노출하며 자신들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여기서 또 안타까운 것은 "다이아몬드" 메시의 분투였습니다. 조국을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기 위해 프리메라리가 경기까지 포기하며 남미 예선에 집중했던 메시는 상대방 수비의 집중 견제와 터프한 반칙들 속에서도 골을 만들어내려 온 힘을 기울였으나 무너지는 마라도나호의 "메시아"가 되기는 어려웠습니다.
벤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를 바라 보았던 살아있는 축구전설 마라도나와 피치위에서 쉼없이 흥건한 땀을 흘렸던 제2의 마라도나가 경기 후 고개를 숙인채 스타디움을 빠져나가는 장면은 축구팬들의 마음에 아쉬운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아르헨티나는 1974년 이후 한 번도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적이 없습니다.
10월 10일 대 페루(홈), 10월 13일 대 우루과이(원정) 전의 결과에 따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운명이 결정됩니다. 이런 남미 축구강호의 좋지 못한 상황을 예측한 사람은 매우 드물었을 것입니다. 축구를 비롯해서 우리가 속해 있는 세계에서는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므로 속단해서는 안되겠습니다.

하지만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가 좀 더 나은 경기력을 담보해내기 위해선 어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아르헨티나의 훌륭한 구슬들이 잘 꿰메어져서 다음 경기에 찬란한 보배로 나타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