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프로야구란 단어가 이토록 시즌 막판까지 우리에게 가슴뛰는 단어가 될 줄은 예측하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정말 뜨거운 시즌의 그 마지막, 치열한 선두권 싸움과 4강을 위한 마지막 티켓에 대한 싸움이
정말 재미와 흥미가 가득한 가을야구!
그런데 묘하게도 최근 혼돈에 빠져버린 순위 결정에 있어서, 이미 순위가 결정된 팀들의 역할이 커보이는데요.
7위와 8위. 가을 야구와는 무관한 하위권 팀들,
비록, 시즌 초반에는 기대를 모았고, 나름의 인기나 전통에선 부족함이 없는 구단인 LG와 한화.
결과적으론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최근 들어 다소 기분좋기 힘들 별명이 생겼습니다. 바로, "고춧가루".
사실 4위까지 가을야구의 은총이 내리는 우리 프로야구에서 하위권 팀들의 선전은 고춧가루 정도로 불리우는 것이 사실이죠.그렇지만, 분명 의미가 있고, 또 쉽지 않다는 거! 이들의 활약이 지금 프로야구의 최다 관중에 또다른 씨앗이 된다는 겁니다.
재미를 더하는 2009년 프로야구답게 7,8위 팀의 경기조차 숨막하는 듯 한데요.
어찌됐던. 올시즌 이런 성적에 편치 못할 한국의 대표감독인 김감독님들..
9월 6일부터 일요일인 어제까지, 지난 한주간 거둔 두 팀의 승리를 각각 2승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거뒀던 승리의 의미가 참 컸고, 상대팀에겐 처절한 패배가 된 듯 합니다. 자세히 살펴보죠.
6일(일). LG는 3위 두산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3경기 차이로 2위를 뒤쫓던 두산에게 2위의 꿈을 험난하게 만들었죠.
8일(화). 한화는 부산에서 롯데에게 패배를 안기며 4위 삼성과의 승차를 한경기로 벌려놓았고, 이 패배는 큰 절망을 줬습니다.
11일(금). LG는 대구에서 4위 삼성과의 경기에서 이틀동안 당했던 패배를 갚는 한점차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 경기 이후 삼성은 3연패로 결국 5위까지 내려앉죠.-
12일(토). 한화는 4위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던 히어로즈에게 0대 9에서 결국 끝내기 홈런으로 역전하는 드라마로 보여줬죠.
-히어로즈가 이날 승리를 놓친 건 여러모로 엄청난 타격이 될 듯 합니다.-
물론, 이들이 거뒀던 승리는 여전히 많지 않지만 그 의미가 컸기에, 당한 팀들에겐 "매운" 맛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는 거.
이런 승리의 바탕에는 LG나 한화의 경기력이 시즌 중반에 비해 나아졌다는 느낌에서 시작된 점도 큽니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선전,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가 유독 2009시즌에 독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과연 뭘까요?
우리 프로야구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단어, "고춧가루"가 과연 늘 익숙하게 존재하는 걸까요?
물론, 그 역사는 상당하게 존재합니다.
가까웠던 2000년대 초반의 프로야구에선 하위권에서 고춧가루 역할을 했던 팀들만 봐도 쟁쟁한데요.
실재로 2000년 SK는 구단에서 내건 상금 덕인지(?) 고춧가루로 유명했고,
2003년에는 두산이 사상 최강의 고춧가루부대로 통했죠. -그때 보여줬던 저력이 지금 강팀의 조건이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2007년 같은 경우는 현대가 팀 창단 이후 첫 꼴찌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선전을 펼쳐
시즌 막판 최대 변수가 되기도 했죠.
현대는 맵게 보낸 2007년을 마지막으로 프로야구에서 사라졌습니다.
분명, 이런 뜨겁도록 매운 맛을 보여줬던 하위권팀의 기록이 존재합니다만..
이들의 기록에는 공통점이 존재하죠, 바로 순위 싸움이 치열했던 해마다 남겨진 기록이라는 거!
상대적으로 2005년이나 2006년, 2008년의 경우는 올해처럼 뚜렷하게 들어나는 고춧가루 부대가 없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이런 점들은 분명, 고춧가루의 조건이 상당 부분 외부적 요인에 근거한다는 걸 보여준다는 거,
바로, 이 고춧가루의 등장에는 치열한 상위권 팀들의 "순위싸움"이 바탕에 있다는 거죠.
마치 좋은 고춧가루를 위해 "뜨거운 태양"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죠.
올해의 그것도 비슷한 이유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상위권 팀들에서 보이는 순위 싸움에 치열함이 7,8위 팀들에게 당한 패배의 아픔을 더욱 키우고,
매운 맛을 더 깊게 느끼게 한다는 거.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라곤 할 수 없습니다.
매운 고춧가루가 단지 뜨거운 태양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좋은 고추를 재료로 하고 있듯,
결국은 해당 팀들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거!
비록 올시즌 일찍 7위와 8위는 구분됐다고 하나, 오히려 순위를 포기한 터에 팀은 리빌딩에 들어가 새로운 선수들이
자주 등장했죠.
거기에 개인 타이틀이나 FA계약을 목표로 한 선수들이 여전히 팀의 주축으로 존재하기에
팀의 선전속에 더더욱 그 가치는 더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ACE들이 1선발을 차지하는 팀으로, 타율과 도루 부분 타이틀을 노리고 있는 선수들과
FA계약을 앞둔 거포들. 모두가 LG와 한화에 선수진입니다.
순위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플레이들엔 여전히 그 홈패들을 열광시키는 무언가가 함께하죠.
거기에 두 팀의 감독 계약이 올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는 점도 또다른 요인이 될 듯 합니다.
어찌됐던, 이들은 지금 우리 프로야구의 고춧가루.
하지만, 결코 이들의 마지막 투지와 투혼, 비난하거나 쉽게 볼 수는 없습니다.
어찌 우리민족 고유의 양념이자, 우리를 대표하는 맛의 성분인데.. 조금은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용어로
쓰는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면 바로 이들의 활약으로 2009 프로야구는 막판까지 더욱 재미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LG는 이번주, SK와 KIA. 선두권 경쟁팀들과 2연전과 3연전을 펼칩니다.
한화는 삼성,두산,SK. 각각 묘한 처지에 놓인, 그래서 1승이 아쉬운 팀들과 맞붙습니다.
이들이 마지막까지 더욱 독하게, 매워지길, 그래서 지는 경기조차 아름답게 펼치길 응원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