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왓의 야구블로그]
며칠 전 조지마가 메이저리그 은퇴를 선언한 직후, 매리너스의 이치로 스즈키는 “지난 2년간 조지마가 분해서 흘리는 눈물을 수차례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지마는 내 생애 최고의 팀 메이트 였습니다” 라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내가 모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과 가까운 곳에서 플레이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나는 시애틀 매리너스 팬들과 그들의 친절한 성원에 대해서 그리워 할 것입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시애틀 타임스, 켄지 조지마 -
시애틀 타임스의 기사에는 조지마가 메이저리그를 은퇴하고 일본프로야구로 복귀하는 이유가 가족들과 친구들이 가까운 곳에서 플레이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지만, 이치로의 인터뷰로 보았을 때, 조지마의 발언이 이른바 접대용 맨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조지마는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였습니다. 조지마는 자신을 비판한 야구 평론가와 대면한 자리에서 험한 욕을 할 정도로 다혈질이었습니다. 조지마는 홈 플레이트에서 상대팀 타자들의 집중력을 흩트리기 위해서 도발적인 말을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일본 야구에서 빈볼을 던진 상대팀 고참 투수와의 몸싸움도 서슴치 않는 선수였습니다. 조지마가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치로는 일본야구 시절에 자신이 타석에 설 때, 신경을 거슬리게 했었던 조지마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인터뷰를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의 조지마는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보다는 영어를 못해서 쩔쩔 매는 매우 소극적인 동양인 포수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신인 시즌이었던 2006년, 선발투수 제로드 워시번은 실점을 한 후, 덕 아웃에 들어오면서 투수 글러브를 집어던지며 조지마에게 화를 냈었습니다. 일본인 통역을 사이에 두고 워시번을 진정시키고자 노력하는 하는 조지마의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였습니다. 2008년 워시번이 경기장에서 조지마와 말싸움을 벌였을 때도 영어를 잘 못하는 조지마는 당하기만 했었습니다. 워시번이 수차례 경기장에서 조지마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고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지마를 폄하하는 말을 했을 때, 조지마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선발투수 에릭 베다드가 단 2경기 만에 조지마와 배터리를 이루지 않겠다고 선언 하였을때도 조지마는 어떠한 인터뷰도 하지 못했습니다. 영어를 못하는 동양인 포수 조지마는 남몰래 클럽 하우스 한편에서 분을 삭이며 눈물을 흘렸고, 때때로 이치로에게 들키기도 했었나 봅니다. 일본야구에서 보여주었던 조지마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던 이치로는 클럽하우스 한 구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조지마를 보면서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치로는 조지마의 메이저리그 은퇴선언이 발표된 이후 가장 먼저 조지마의 가족에게 연락을 해서 위로했다고 합니다.
우타자에게 최악의 구장인 세이프코 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매리너스에서 조지마는2006년과 2007년까지 포수로써 수준급의 타격을 보여주었습니다. 매리너스가 2008년 4월에 서둘러 조지마와 3년 연장계약을 맺을 당시만 해도 조지마와의 연장계약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시 조지마가 시즌 초반 20경기에서 타율 2할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지난 2년간의 기록을 보았을 때 단순한 타격 슬럼프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지마는 계약이후에도 타격 부진이 시즌 내내 계속되었고 2008년 타율 227, 출루율 277, 장타율 332라는 최악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문제는 타격에서뿐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선발투수 제로드 워시번이 언론매체의 인터뷰에서 조지마의 포수리드에 대해서 공공연하게 불만을 드러냈으며, 워시번의 뒤를 이어 매리너스가 불펜의 핵심투수인 조지 쉐릴과 팀내 최고 유망주인 아담 존스를 비롯한 다수의 유망주를 내주고 볼티모어 오리올스로부터 트레이드한 에릭 베다드도 조지마와 배터리를 이룬 두 경기에서 2 패를 기록한 이후, 조지마와의 배터리를 이루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팀의 주전 포수와 단 2경기 호흡을 맞춘 이후 배터리를 이루지 않겠다는 베다드의 선언은 대단히 이례적인 경우였으며, 이후 조지마의 팀내 주전 포수입지를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작용을 하였습니다.
조지마에게 2009년은 더욱 더 힘든 시즌이었습니다. 조지마는 이번 시즌 연봉 766만불을 받는 팀내 주전포수임에도 불구하고 신인 포수 롭 존슨보다 플레잉 타임이 적었습니다. 시즌 초반, 에릭 베다드, 제로드 워시번에 이어 팀의 에이스 투수이자 수년간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었었던 펠릭스 에르난데스마저도 백업 포수 롭 존슨을 자신의 전담포수로 결정하면서 조지마는 점점 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발가락 부상 등으로 2번의 DL 에 오른 조지마의 플레잉 타임은 점점 줄어들었고 DL에서 복귀한 조지마는 팀의 4.5 선발투수들과 배터리를 이루어야 했습니다. 매리너스의 주전포수인 조지마는 팀의 주력투수들이 출장한 대부분의 경기를 덕 아웃에서 지켜보아야 하는 굴욕적인 시즌을 보내야 했습니다. 조지마는 이번 시즌 71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247, 출루율 296, 장타율 406, OPS 702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습니다. 결국 조지마는 2009 정규 시즌이 종료된 지 얼마 안 되어 장고끝에 일본프로야구로 복귀하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시애틀 지역의 인터넷매체 seattlepi.com의 <조지마가 매리너스를 떠난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지마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플레잉 타임이 내가 일본으로 복귀하는 선택을 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것이 내가 매리너스를 떠나는 가장 이유입니다. 지난 2년간 매리너스에서 에브리데이 플레이를 하지 못한 것은 나에게는 커다란 실망이었습니다.”
조지마는 굴욕적인 백업포수로 선수생활을 연장하며 2년간 1580만불의 잔여연봉을 수령하는 것보다는 주전포수로써 플레이 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오늘자 외신에 의하면 조지마는 한신 타이거스와 4년간 2100만불의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합니다. 역사상 최초의 메이저리그 동양인 포수 켄지 조지마의 다사다난했었던 4년간의 메이저리그 도전사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