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시즌 월드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야구팬들을 대상으로 한 EPSN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뉴욕 양키스의 선발투수진이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선발투수진보다 강하다고 평가되었습니다. 양키스가 2008년 사이영상 수상자이자 09 시즌 AL 최다승 투수인 에이스 CC 싸바시아와 90마일 후반대의 직구를 뿌려대는 AJ 버넷, 그리고 2000년대 ML 최다승 투수이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앤디 페티트를 보유한 것에 비해서 필리스의 클리프 리, 페드로 마르티네스, 콜 하멜스로 이어지는 투수진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해보였습니다. 콜 하멜스는 이번 시즌 10승 11패를 기록중이었고, 8월 중순에 빅리그에 합류한 페드로는 겨우 9경기에 선발출장하여 44.1 이닝만을 소화했습니다.
양키스에 비해서 전력이 약한 선발투수진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필리스의 찰리 매뉴얼 감독은 에이스 클리프 리를 1.4.7차전에 선발투수로 기용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월드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필리스는 클리프 리가 이동일 포함하여 3일 휴식 뒤에 선발출장 한다는 것을 선언한 것입니다.
적지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클리프 리는 양키스의 에이스 CC 싸바시아를 맞아 1실점 무자책점 완투승을 거두며 필리스의 필승전략 첫 단계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1차전이 끝나고 난 뒤 매뉴얼 감독은 클리프 리가 4차전이 아닌 5차전에 선발출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필리스가 구상한 월드시리즈 전략의 큰 틀이 어긋난 것입니다. 필리스가 4차전에서 양키스에게 패하자 일부 필리스 언론과 야구팬들은 매뉴얼감독이 4차전에서 클리프 리를 선발투수로 기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비판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리가 4차전에 등판하지 못한 이유는 매뉴얼감독이 리의 1차전 투구수 조절에 대한 판단실수 때문이라고 봅니다.
1차전에서 클리프 리가 4대 0의 리드에서 8회말 마운드에 올랐을 때 투구수 95개를 기록했습니다. 매뉴얼 감독이 리를 3일 휴식 뒤에 등판시킬 계획이었다면 8회말에 리의 기용에 대해서 심사숙고해야 했습니다. 매뉴얼 감독은 리를 8회말에 등판시켰고 리는 8회말까지 투구수 106개를 기록했습니다. 9회말 필리스는 2점을 추가하여 6대 0의 리드를 잡았습니다. 9회말에 6점차이면 충분히 안정적이라고 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뉴얼 감독은 리를 9회말에 또다시 기용했고 리는 총 투구수 122개를 기록하고 완투했습니다.
리는 월드시리즈에서 무자책점 완투승을 거두며 필리스가 양키스를 대적할수 있는 부동의 에이스라는 것을 증명했지만, 1차전에서 이번 시즌 한경기 최다투구수를 기록한 리는 3일 휴식후의 4차전 선발등판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매뉴얼 감독이 4대 0의 리드상황에서 8회말에 리를 등판시킨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9회말에 6점차의 리드에도 리를 등판시켜 총 투구수 122개를 기록한 것은 무리수였으며 결국 리의 4차전 기용에 문제가 발생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5차전에서도 매뉴얼감독은 리의 투구수 조절을 하지 못했습니다. 7회까지 8대 2의 리드를 기록했을때 리는 투구수 103개를 기록했지만 8회초에 9개의 투구수를 추가하고 원아웃도 잡지 못하고 박찬호와 교체되었습니다. 8회초 클리프 리 대신 불펜투수로 교체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었으나 경기가 끝난 후의 인터뷰에서 매뉴얼 감독은 8대2의 리드 상황조차도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는 필리스 불펜투수진 때문에 클리프 리를 8회에도 등판시켰다고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오늘 자 11월 4일자 필리닷컴(Pilly.com)은 ‘Lee, Manuel consider a Game 7 start’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필리스의 찰리 매뉴얼 감독이 클리프 리를 7차전 선발투수로 기용하는 것을 고려중이며 클리프 리는 “언제든지 팀이 원하는 때에 나는 피칭을 할 준비를 할 것이다 ” 라고 말했습니다.
리가 7차전에서 불펜투수로 등판할 것인지, 선발투수로 등판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결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리가 선발투수로 등판한다면, 뉴욕으로의 이동일 하루와 6차전에서 필리스가 승리한다는 가정하에 리는 이틀 휴식 후에 선발등판하게 됩니다. 월드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매뉴얼 감독의 클리프리 1.4.7차전 선발출전계획은 1.5.7차전 출전으로 변경되는 것입니다. 리의 7차전 등판이 어떠한 결과를 낼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리의 등판 일정 변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이유는 매뉴얼 감독이 1차전에서 리의 투구수 관리를 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클리프 리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양 팀 투수중에서 유일하게 2승을 기록한 선수입니다. 그러나 1차전의 투구수 조절 실패는 이후 필리스의 투수진 운용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클리프 리는 정규시즌에서 231.2 이닝, 포스트 시즌에서 40.1이닝을 기록, 이번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이며, 포스트 시즌 5경기에서 모두 7이닝 이상을 던졌습니다. 만약 리가 7차전에 선발 등판하여 필리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견인한다면, 리는 월드시리즈 역사상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한 투수중의 한명으로 회자될 것입니다. 그러나 1차전에 이은 5차전의 투구수 조절 실패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으며 매뉴얼 감독의 클리프 리 기용방식이 소탐대실(小貪大失)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편 뉴욕지역의 현지 일기 예보에 의하면 이번 목요일 뉴욕지역에 눈이 섞인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으며 온도가 섭씨 0도 내외로 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필리닷컴은 기후로 인해서 경기가 하루 연기된다면, 리의 선발출전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될 것이고 필리스와 클리프 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필리스는 7차전에 앞서 반드시 6차전에서 승리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