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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의, 그에게 특별히 특별했던 FA컵 우승


2009년 11월 8일 오후 수원삼성과 성남일화의 2009 하나은행 FA컵 축구대회 결승전이 벌어진 성남종합운동장.

양팀이 1-1로 전후반 90분에 연장 전후반 30분까지 120분간의 경기를 1-1 무승부로 마친 뒤 벌어진 승부차기에서 수원이 골키퍼 이운재의 두 차례선방으로 성남에 3-2로 앞선 상황에 수원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선수는 수원의 맡형 김대의였다. 김대의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킨다면 성남의 남은 키커가 찰 필요도 없이 수원의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페널티킥을 할 공을 조심스럽게 그라운드에 내려놓은 김대의는 잠시 공을 찰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듯 싶더니 이내 공을 달리기 시작했고, 디딤발로 오른발을 땅에 짚는 순간 성남 골키퍼 김용대가 골문 오른쪽으로 중심을 옮겼다. 이때 김대의는 침착하게 골문 왼쪽으로 가볍게 공을 차넣었다. 

'무관(無冠'의 위기에 몰려 있던 소속팀 수원에게 FA컵 우승트로피를 안김과 동시에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까지 안기는 순간이었다.

김대의는 1974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36살. 당연히 수원의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맏형이고 현역 선수로서 '노장'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나이지만 그는 이날 연장전까지 120분간 양팀 선수들을 통틀어 그 어떤 젊은 선수보다 많이 뛰었고, 열정적으로 뛰었다.

그리고 우승의 운명이 걸린 결정적인 순간에 승리를 확정짓는 마지막 페널티킥 골까지 성공시켰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최우수선수에 뽑힌 주인공은 페널티킥 2개를 막아낸 골키퍼 이운재였지만 이날 경기 전반의 플레이를 놓고 볼때 숨은 MVP를 꼽자면 그 주인공은 자신의 발끝으로 경기를 끝낸 김대의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김대의가 그동안 수원의 선수로서 팀에 보여온 충성심과 열정을 기억하는 수원팬이라면 FA컵 우승이 걸린 마지막 페널티키커로 나서는 김대의의 모습을 보며 지난 2002 한일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페널티키커로 나서 한국의 4강 진출을 확정지었던 홍명보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수원이라는 팀에 있어 큰 존재감을 갖는 김대의가 이날 마지막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수원의 우승을 확정지은 장면은 수원의 팬들에게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성남에게 최후의 비수를 꽂은 김대의를 지켜보는 성남의 팬들은 다른 선수에게 마지막 일격을 당한 것보다 더 아픈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김대의가 수원의 유니폼을 입기전 소속팀이자 K리그 데뷔팀이 다름아닌 성남이었기 때문이다. 김대의에게 성남은 단순한 데뷔팀 내지 친정팀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성남에 입단한 김대의는 측면 공격수로서 총알같은 스피드가 바탕이 된 질풍같은 드리블과 날카로운 크로스 능력을 앞세워 성남의 주축 공격요원으로 활약하며 2004년 수원으로 이적하기 까지 통산 117경기에서 27골 21도움을 기록, 성남의 K리그 3연패(2001-2003)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2002 시즌에는 K리그 최우수선수(MVP)에 까지 선정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2000년대 초반 김대의와 성남은 따로 떼어놓고는 얘기가 안되는 관계였던 셈이다.

그런 김대의가 성남의 수도권 라이벌 수원의 유니폼을 입게 됐을 때 많은 성남팬들이 놀라움을 표시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수원으로 이적한 후에도 그의 열정적인 플레이는 여전했지만 한동안은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누리는 김대의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였다.

그런 탓인지 K리그 최고의 서포터즈로 통하는 수원의 서포터즈 '그랑블루'의 신임을 얻는데도 다소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말보다는 플레이로 자신의 팀에 대한 헌신을 증명해 보이는데 성공했다.

2006년 수원이 극도의 부진에 시달릴 때 일부 서포터즈들이 그라운드에서 차범근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자 경기 후 그들과 언쟁을 벌여 화제를 낳기도 했던 김대의는 어느덧 수원의 열정을 상징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수원의 플레이가 생동감이 없게 보일 때 서포터즈는 어김없이 수원의 벤치를 향해 '김대의'를 연호하곤 했다.

이날 FA컵 결승전에서 김대의는 5천여 '그랑블루'가 지켜보는 가운데 앞서 언급한 대로 그토록 '각별한 친정팀' 성남의 숨통을 끊는 마지막 일격을 가함으로써 차범근 감독과 '디펜딩 챔피언' 수원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이번 FA컵 우승이 김대의에게 특별히 특별해 보였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