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감독에 대한 비난 이후 방출설에 휩쌓인 나니. 사진=©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맨유의 박지성이 11경기 연속으로 결장하는 동안, '경쟁자' 나니는 리그에서만 총 8경기에 출전하며 골까지 기록했다. "박지성의 무릎에 이상이 발견됐다."는 맨유 측의 발표가 있었지만, 선수의 연이은 결장에 실망한 국내 축구팬들은 "사실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나니가 경기에 출전하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박지성의 입지에 대한 걱정도 날로 그 몸집을 불려갔다.
더군다나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가브리엘 오베르탄 등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윙어 자원의 출현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내치려고 한다."라는 비관적인 예측으로까지 이어졌다. 얼마 전 소속팀과 재계약한 박지성의 주급을 한국 기업이 내주고 있으며, 맨유가 순전히 상업적인 이유만으로 박지성을 데리고 있다는 '괴담' 수준의 이야기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박지성이 맨유의 피지컬 트레이너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팀에 합류하자 상황은 곧 반전됐다. 사실은 박지성이 맨유의 철저한 관리 아래 회복훈련을 진행해왔으며, 선수의 연속적인 결장 또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초로 한 퍼거슨 감독의 결정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맨유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토사구팽 하려고 한다."라던 항간의 부정적인 목소리 또한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이번에는 박지성이 아닌 나니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퍼거슨 감독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트렸던 게 화근이 된 것이다.
나니는 지난 11일(한국시각) 포르투갈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퍼거슨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면 아무에게나 'Fuck'이라는 욕설을 남발한다. 나를 포함한 맨유의 모든 선수가 그런 대우를 받고 있다. 한번 시작하면 거침이 없는 식이다."라면서 "들쭉날쭉한 경기 출전으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이전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다음 경기에서는 나를 기용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퍼거슨 감독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자 잉글랜드 언론들은 나니가 야프 스탐과 데이비드 베컴, 로이 킨과 루드 반 니스텔루이 같은 선수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모두 맨유에서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지만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를 이후 내쫓기다시피 팀을 떠난 케이스다. 여기에 이탈리아 언론들은 "유벤투스와 피오렌티나, AC 밀란 등이 나니를 노리고 있다"라는 보도를 내놔 선수의 방출설에 더욱 힘을 실었다.
잉글랜드의 <데일리 메일>은 여기서 한술 더 떠 "격노한 퍼거슨 감독이 이미 나니에게 다른 팀을 알아볼 것을 통보했다."면서 선수의 방출을 기정사실화했을 정도였다.
나니는 지난 2007년 이적료 1700만 파운드(약 320억 원)를 기록하며 스포르팅 리스본을 떠나 맨유로 이적했다. 하지만, 이후의 발전 없는 경기력과 지나친 개인플레이는 결국 본인 스스로를 위기로 몰아넣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됐다. 지난 2007-2008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의 명단 제외라는 충격에도 팀에 대한 헌신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맡은 바 임무에 묵묵히 충실 해왔던 박지성과는 사뭇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긱스의 후계자' 혹은 '박지성의 경쟁자'라는 호칭으로 은근히 국내 축구팬들의 경쟁심을 자극해왔던 나니는 방출설에 휩쌓여 있고,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라는 처참한 평가를 받았던 박지성은 덴마크와의 지난 A매치 친선전을 통해 다시 한 번 건재함을 과시하고 나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던 이들 두 명의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떠오른 것은 왜일까. 다시금 돌아온 박지성과 내쫓길 위기에 놓인 나니의 앞날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