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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의 희생양' 히딩크 감독, 차기 행선지는?

러시아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4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4강 청부사' 거스 히딩크 감독이 '복병' 슬로베니아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당하며 러시아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세우는데 실패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팀은 19일 새벽(한국시간) 슬로베니아 마리보르의 패트롤 아레나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유럽지역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전반 44분 슬로베니아의 즐라트코 데디치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앞서 지난 1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1차전에서 슬로베니아를 2-1로 물리쳤던 러시아는 이날 패배로 종합 스코어 2-2 동점을 이뤘으나 원정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슬로베니아에게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넘겨주고 말았다.

필자는 앞서 지난 17일 포스팅한 <남아공월드컵 유럽PO, '이변의 희생양'은 누구?> 제하의 포스트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으로 러시아를 지목한바 있다. 그리고 그 예측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지난 1차전 직후 히딩크 감독의 언급대로 1차전에서 2-0으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2차례 맞이한 결정적 기회에서 점수를 추가해 쐐기를 박지 못한 것이 결국 러시아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 대목에서 노래 가사 한 귀절이 떠오른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의 감독으로서 조별예선에서 한국에 0-5 대참패를 안긴 이후 4강 까지 내달린데 이어 4년 뒤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한국을 4강에 올려놓는 기적을 일궈냈고, 그 다음 월드컵인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호주 대표팀을 맡아 16강에 진출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한 히딩크 감독은 이후 러시아 대표팀의 감독으로서 유로 2008에서 러시아를 4강에 까지 올려놓는'히딩크 매직'의 위세를 이어가며 현존하는 세계 최고 명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이번 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에서의 충격적인 탈락으로 자신의 커리어에 결코 작지 않은 흠집을 남기게 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관심은 히딩크 감독의 거취 문제다.


히딩크 감독과 러시아축구협회의 계약기간은 내년까지로서 러시아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는 전제를 깔고 체결한 계약이지만 러시아가 월드컵 진출에 실패한 이상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 대표팀을 계속 맡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조만간 히딩크 감독이 자진 사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온다면 그동안 '명장'에 목말라 있던 세계 여러 나라의 대표팀이나 명문 클럽들 사이에 '히딩크 영입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평소 히딩크 감독의 취향이라면 특정 국가의 대표팀 보다는 클럽팀에 더 흥미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월드컵 이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클럽팀 감독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바 있고, 실제로 지난 시즌 후반기 첼시의 감독을 맡아 와해위기에 처해있던 팀을 정상화 시키는데 크게 기여해 스타의식 강한 선수들의 존경까지 이끌어내는 지도력을 과시한바 있다. 하지만 현재 안첼로티 감독이 잘 이끌고 있는 첼시로는 다시 돌아갈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월드컵 출전권을 따낸 국가 가운데 감독을 교체하고자 하는 팀이 나타나는 상황이 될 것이다.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월드컵에 대한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알 고 있고, 러시아 대표팀을 통해 최근 4차례의 월드컵에서 각기 다른 4개국 대표팀의 감독으로 월드컵에 진출하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놓친 만큼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국 32개국 가운데 감독을 교체하고자 하는 팀이 있다면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고려의 여지가 있다.

'할아버지'가 되고도 아직 철부지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영입 제안을 한다면 히딩크 감독도 월드컵 우승이라는 인생 최고의 목표를 이룰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