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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호건과 릭 플레어 난투극의 원인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며칠 전 우리나라 언론에선 릭 플레어에게 맞은 헐크 호건에게서 피가 처참하게 흐르는 장면이 크게 부각되었다. 현재 프로레슬링 계에서 큰 화제가 되지 않는 이 사건이 우리나라에선 갑작스럽게 커다란 이슈가 되다니 참으로 어리둥절했다. 이와 비슷한 출혈은 몇 년 전 일본에서 호건이 제프 제럿에게 맞았을 때에도 있었는데 그 당시엔 별 반응이 없던 것을 본다면 격세지감이다.

가끔은 아쉬운 점은 장문을 늘어놓아봤자 사람들의 관심은 간단하는 것이다. ‘진짜야? 가짜야?’, ‘쇼야 아니야?’ 그리고 들으려고 하질 않는다. 그게 대한민국에서 프로레슬링이 가질 수 있는 한계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뒤로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겠다.

이번 일은 호주에서의 네 차례 투어를 앞두고 벌어진 사건이었다.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링에 돌아온 릭 플레어가 호건과의 라이벌 전을 앞두고서 경기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 도발한 것이다. 이 정도면 대략 답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 그들의 근황을 살펴보자.

호건은 WCW 부회장 출신 에릭 비숍과 같이 유럽과 호주를 위주로 프로레슬링 대회를 펼치는 회사를 만들었고 여기에 최근 경제문제가 심각한 릭 플레어를 영입해서 이벤트를 진행하려 했다. 여기에 옛 WWE 선수인 리키시,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갓 파더, 발 비너스 등을 포함했던 것이고. 쉽게 말하자면 흘러간 스타들이 모여서 펼치는 이벤트인 것이다. 전성기가 지난 유명인들의 해외공연을 떠올리면 되겠다.

최근 헐크 호건은 미국 2위 단체 TNA와 계약을 맺었다. 그와 에릭 비숍은 단체를 살리겠다는 키치를 내걸고 계약을 맺으면서 어느 정도 이슈는 되었지만 현재 1위인 WWE를 이기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그의 친구들이 TNA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으니 이젠 그 단체 소속 젊은 스타들이 한물간 중년들에게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다.

인기는 호건이 최고 중 하나라면 릭 플레어는 프로레슬링 사상 최고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허나 최근엔 경제적으로 위기이기에 은퇴를 번복하고 링에 돌아온 것이다. 요즘은 누가 돈만 주면 웬만한 일은 할 분위기이기에 은퇴 번복은 그다지 어렵진 않았다. 세 차례 이혼 후 매달 2500만원 이상 고정적으로 나가는 안타까운 전설의 스타 릭 플레어, 급전을 위해 옛 타이틀 벨트를 저당 잡히면서 돈을 빌렸지만 결국 반환하지 못한 채, 빚쟁이에게 타이틀을 경매에 붙이겠다는 협박을 받으면서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빚쟁이가 프로레슬링 물품 관련 종사자이기에 많이 참아주고 있다고 한다.

플레어는 선수 시절 들어오는 대로 돈을 썼기에 현실이 팍팍하다. 그런데도 네 번째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그의 연애담이야 화려하지만 가정경제의 곤궁함은 어찌 해결해야 할지. 그래서 호주에서 은퇴번복을 한 것이다. 북미대륙에서의 은퇴였을 뿐이라면서 자신은 약속을 어긴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호건을 따라서 TNA에 데뷔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 그 때는 WWE에서의 은퇴라고 말을 바꾸지 않을까 싶다.

결국 둘의 대립은 이벤트 홍보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주최 측은 호주에서의 이벤트 흥행이 목적이었기에 호주 내에서 큰 이슈가 되기를 바랬겠지만 엉뚱하게도 단 한 푼도 보태주지 않을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된 것이고. 북미대륙에서나 일본이나 유럽에선 호건과 플레어의 기자회견 난동보다는 그나마 TNA에서의 향후 활약에 관심이 더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갑이 멀지 않은 헐크 호건의 이름이 아직도 청춘스타들보다 더 큰 이슈가 된다는 사실에 이 분야에 한 발을 담그고 있는 필자로서는 웃어야 할지 말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