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제목이 꽤 무섭다. 현실적으로 격투기로만 볼 때 미국 격투기보단 일본 격투기가 더 우리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펼치려고 하고 있지만 일본과의 관계가 복잡한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다소 포커스가 좁은 것이 아닌가도 싶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우리나라 단체의 발전이다. 허나 시장의 규모나 방영권 및 대상인구의 한계, 그리고 비즈니스의 방식을 본다면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까지 1위를 다투던 일본의 PRIDE나 K-1은 마치 프로레슬링에서 그러했듯, 결국 미국으로 주도권을 넘기고 말았다. 최근엔 일본 단체들의 동향은 더욱 비관적이다. 센고쿠라는 단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격투기라는 장르가 망할 분위기는 아니나 현재로서 UFC와 다른 단체의 차이는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격투기보다 일본 격투기가 그나마 우리에게 더 필요한 이유가 있으니 그걸 몇 가지 들겠다. 다시 말하지만 기본 전제는 우리 단체가 튼튼하면 이상적이라는 것이나,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그나마 남의 집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집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느냐를 말하려는 것 뿐이다.
1. 가까운 거리
거리가 가까우니 선수수급이나 정보교환이 용이하고 항공료가 저렴하다. 역사적으로 복잡하다는 점은 흥행에 있어서 팬들의 근원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우리와 일본의 야구 및 축구 경기가 다른 나라와의 국가대항전을 뛰어넘는 관심사가 된다는 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2. 시차가 없다는 점
특정 종교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다. UFC의 경우 일요일 아침에 혹자는 쉬거나 다른 이는 종교행사를 가는 시간대에 방영이 되니 우리에겐 다소 기분이 묘한 게 사실이다. 이에 미국에서도 영국대회는 자국에 큰 흥행이 보장되지 않거나 유럽에 어필하는 대회를 주로 채우는 편이다.
선수들도 컨디션을 조절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일반적인 스포츠가 안방과 해외에서 경기력이 차이가 나듯, 격투기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해외여행만 가도 시차적응이 힘든데,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일본이 미국보단 장점이 있다.
3. 한일간의 복잡한 관계
위에서 대략 언급된 내용이지만 우리가 태국, 네델란드, 독일, 몽골 파이터와 싸우는 것과 일본 파이터와 싸우는 건 팬들이 받는 느낌이 다르다. 물론 아직도 격투기에선 일본보다 많이 부분이 밀려서 패배 때문에 팬들의 상처가 크지만 여하튼 일본과의 복잡한 관계는 야구나 축구처럼 흥행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4. 같은 동양인이라는 점
일본의 경량급 파이터는 그래도 강하다고 평가되는 편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인구에 비해 우리나라가 스포츠도 강하지만 유도나 복싱에선 일본이 우수한 면이 있다.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삼고 있고 식생활을 비롯, 전반적으로 서구에 비해 유사한 점이 많기에 선수들이 교류를 하는 경우 체득하기가 쉽다. 물론 언어적인 장벽이 있지만 그걸 넘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5. 재일교포
물론 재미교포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한 국가 내의 비율을 본다면 일본 내 재일교포가 미국 내 재미교포보다 많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격투기엔 재일교포들이 꽤나 많이 관련한 편이며, 재일교포는 강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인 일본 내 인식이다.
결론
우리나라 단체는 물론이고 최근엔 일본 단체들마저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2009년 DREAM이 겨우 위기를 벗어났지만 2010년에도 위기 분위기가 있었는데, 센고쿠와의 합병을 통해서 일단 넘어가지만 이 과정에서 결국 일본 내 2위인 센고쿠가 사라지게 생겼다. 참으로 정신없는 변화가 아닌가 싶다. 이 상황에서 이제 우리나라 팬들도 흥미를 잃기 시작한 일본 단체이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는 것을 위해서 언급해봤다. 마치 빙하가 녹아 갈 데를 잃는 북극곰처럼 격투가들이 처할 곳이 점점 사라진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