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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PD, 책을 말하다 [매혹과 열광-어느 인문학자의 스포츠 예찬]


겨울철, 유독 밤이 긴 이 계절엔 여러가지 취미가 함께할 수 있을 듯 한데요.
스포츠와 관련한 "책"과 보내는 겨울밤의 매력을 권해드릴까 합니다.

사실, 스포츠분야의 서적, 아무래도 생소하실 수 있을 듯 하네요.
하지만, 찾아보면 은근히 폭넓은 분야에 여러 종목들, 다양한 관점의 저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포츠와 관련한 책들 가운데 가장 일반적이라면 각종 교본들이 있을 터, 종목별로 역사나,
특징들을 소개하는 서적들도 함께하죠.


하지만. 그런 분야와는 조금 다른 접근을 보여주는 책들도 많은데요.
오늘 소개할 책은 인문학 교수의 스포츠 예찬기, 스포츠에 대한 미학적 접근을 시도한 독특한 책,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한스 U. 굼브레히트'의 "매혹과 열광-어느 인문학자의 스포츠 예찬"입니다.



우리가 쉽게 즐기는 "스포츠"란 분야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스포츠 예찬,
스포츠를 너무나 사랑하는 저자는 무엇보다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다양한 사례와 역사적인 근거에 입각, 스포츠가 왜 찬양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나아가 스포츠가 미적 체험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고, 그 모든 요소들을 꼼꼼히 분석해줍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문학이나 음악과 같은 장르에만 교양과 미적인 평가가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는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는 거죠.
그 시선의 편협함을 지적하기 보다, 스포츠가 어떤 이유에서 가능성이 있는가를 말해주고,
그 가치를 설명해주는데 중점을 둔 책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건 보통 "미학"에서 쓰는 개념인 "현존"과 "의미"를 스포츠에 적용시키고,
철학적인 정의까지 더했다는 거.
그것들이 어떻게  우리에게 미적체험을 주는가에 대해 분석하는 대목에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스포츠광답게 폭넓은 종목에 다양한 사례들을 에피소드로 적절히 삽입했고,
그 사례들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스포츠팬들은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뭐, 인문학적인 분석과 미학적인 접근으로 조금 읽기에 딱딱한 책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이렇게 천천히 음미하며 즐긴 독서의 시간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즐거웠던 책 읽기,
그 경험들 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스포츠관람은 "공연"은 물론, "영화"보다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습니다.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할수는 없겠습니다만, 스포츠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는 무시하는 듯한 시선과
저급하단 평가가 있다는 거.

우민화 정책,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상징 아이콘, 뭐 이런 비난에 쉬이 빠지는 프로스포츠들.
국가주의, 국민적 관심의 전환으로 평가받곤 하는 각종 국가대표 경기들.
유독 다른 콘텐츠들에 비해 스포츠는 이런 평가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는 거.

언젠가 한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사원들의 사기진작과 문화욕구 충족을 위해 부서원들끼리 문화활동을 즐긴 것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답니다.
공연, 영화.. 심지어 와인을 마시는 것도 지원했지만.. 스포츠 관람은 해당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스포츠팬인 몇몇 남자 사원들은 이에 반발했고, 그 반발은 여러 번 반복된 뒤에야 겨우 고쳐졌다고 합니다.

좀 극단적인 사례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조금은 쉽게 평가받는, 저평가 대상인 스포츠.
하지만, 스포츠란 거 그렇게 만만하기만 한 대상인지, 다시금 되묻고 싶습니다.
그 자체의 숭고한 아름다움, 그리고 나아가 우리가 가장 순수하게 만나는 인간의 몸에 가치를 느낀다는 거.
스포츠만큼 솔직하게 그 가치에 근접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까요?
이 책은 스포츠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리고 철학적인 분석을 더해, 스포츠팬들의
마음을 위로해줍니다.

어느 인문학자의 스포츠 예찬이라는 부제목에서 느껴지듯, 인문학적인 스포츠 찬사는
매우 색다른 시선을 느끼게 해줍니다.
물론, 스포츠PD인 저에게 더 아름답게 스포츠를 보여주고, 전해주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불러왔죠.
어느 팬이라도, 스포츠를 사랑한다면.. 이 책을 본 뒤, 자신이 사랑하는 스포츠를 한층 더 사랑하게 될 터,
또 스포츠에 대해 더 아름답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도 마련해주죠.

앞으로 스포츠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마지막 부분, 그런 점에서 새로운 공감대와 고민을 던져주며 이 책은
마무리되는데요.

이 겨울, 스포츠와 조금 더 깊이있고, 만족스러운 만남의 계기가 될 "매혹과 열광",
그 매혹적인 만남에 열광해 보시면 어떨런지요.

매혹과 열광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한스 U. 굼브레히트 (돌베개,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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