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을 둘러싼 지상파 방송 3사의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SBS는 지난 2006년 지상파 3사 중계권 협약인 이른바 '코리아풀'을 깨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단독 계약을 통해 당시 방송 3사가 합의한 6천300만 달러보다 950만 달러 높은 가격에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및 2012년 하계올림픽, 2014년 동계올림픽, 2016년 하계올림픽 중계권을 사들였다.
SBS는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막대한 인력과 물량을 투입, 밴쿠버 현지에서 직접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을 자체 제작할 예정이며 대회기간 중 한국 선수들의 경기는 물론 비인기종목을 포함한 주요 종목의 경기 중계방송 시간을 총 200여시간에 걸쳐 확보해 놓은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KBS, MBC 등 나머지 방송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시청자들의 보편적 접근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동게올림픽 중계방송을 공동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정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SBS 측은 그동안 KBS, MBC에 동계올림픽 편성에 관한 논의를 제안했으나 반응이 없었고, 그동안 방송제작에 필요한 부대비용을 SBS에서 전적으로 부담했으며, 현재로서는 ID카드 발급 등 실무적인 이유때문에라도 단독 중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SBS의 입장에 대해 MBC, KBS는 동계올림픽의 경우 대회 개막 3-4일전까지 합의가 되면 어떤 형태로든 중계방송이 가능하며, 현재 SBS가 주장하는 독점중계 불가피론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의 자세한 속사정은 당사자들 만이 알고 있을 문제이나 각자의 주장을 살펴보다 보면 SBS의 독점중계 고집과 양적으로 파격적이랄 수 있는 중계시간 편성은 현실적으로 동계올림픽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시청자들이나 동계올림픽 또는 스포츠 이외에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SBS의 프로그램을 즐기고자 하는 시청자들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운 처사라고 할 수 있다.
SBS는 하루 10시간 가량의 중계를 편성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정도 수준의 방송시간이라면 동계올림픽의 다양한 종목을 시청자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수많은 종류의 동계올림픽 종목과 각기 다른 종목별 경기 소요시간을 감안할 때 SBS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 마디로 이번 SBS의 동계올림픽 편성은 비정상적일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욕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SBS가 이토록 무리한 독점중계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예상하건대 그 핵심은 김연아를 독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SBS는 지상파는 물론 스포츠 케이블채널인 SBS스포츠를 통해 시간만 나면 동계올림픽에 대한 안내를 내보내는 한편 김연아의 경기 모습과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기원하는 영상물을 내보내고 있다.
SBS가 현재의 입장대로 김연아의 경기에 대한 중계방송을 독점할 수 있다면 김연아와 연관된 프로그램을 별도로 제작하거나 과거 방영했던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SBS 스포츠, SBS 드라마넷 등)을 통해 재방송 함으로써 짭짤한 광고-프로모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어쩌면 김연아의 경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함으로써 얻는 수익이 나머지 모든 종목 중계방송에 대한 광고 수입을 모두 합친 것 보다도 많을 수 있을 것이다. SBS는 또한 '김연아 관련 프로그램'의 방영 시간대에 대한 광고를 팔면서 나머지 비인기 종목 중계방송 시간대에 대한 광고를 끼워 팔 수도 있을 것이다.
김연아를 독점한 이상 동계올림픽 기간중 시청률 전쟁에서 SBS는 전반적으로 다른 채널들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밴쿠버 동계올림픽 한국 내 단독 중계방송사로서 SBS가 김연아를 앞세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 할 것이다.
결국 '김연아'라는 커다란 파이를 다른 방송사들과 나누고 싶지 않은 것이 SBS가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을 독점하려는 이유 가운데 핵심인 셈이다. 한마디로 동계올림픽을 앞둔 SBS의 입장은 '김연아 장사만 잘하면 된다' 정도가 될듯 하다.
SBS의 입장에서 보면 '김연아'라는 커다란 파이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다소간의 반칙행위는 범했지만 스스로도 과거 다른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중계권을 놓고 다른 방송사들에게 비슷한 종류의 '까임'을 당하기도 했던 점을 상기해 볼때 SBS가 이번 일로 죄책감 따위를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동안 SBS의 약속위반 행위를 성토하며 물밑접촉도 시도하지 않았던 KBS나 MBC도 이번 상황에 대해 스스로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SBS가 진정으로 시청자들을 위한 중계방송 편성을 추구하는 방송사라면 현재 고집하고 있는 독점중계 입장을 거두고 나머지 2개 방송사와 머리를 맞대는 문제가 더 절실하다.
좀 더 다양한 종목의 동계스포츠와 스포츠 외에 다른 방송 프로그램을 골고루 시청하기를 원하는, 방송사들 스스로 너무도 '끔찍하게' 생각하는 그 시청자들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