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요즘은 다소 뜸하지만 일본에선 타 분야 유명선수나 연예인의 격투기 진출 사례가 빈번하다.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좋게 여기지 않는 듯 하나 이들은 현지에선 시청률을 위해 일반시청자들을 모을 수 있는 요긴한 인재로 쓰이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격투기의 위상이 많이 올랐기에 타 분야의 선수들이 노크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브록 레스너나 바비 래쉴리 같이 프로레슬링에서 활약한 선수들도 좋은 사례이리라.
미국 최고 인기스포츠인 미식축구선수들의 진출도 늘어났는데 이들의 결과는 생각보다 저조하다. 워싱턴 레드스킨스에서 활약했던 마이클 웨스트브룩은 KOTC라는 단체에서 1승 1패 1무효에 그쳤고 마커스 존스는 작은 단체들에서 4승 2패를 기록했다. 김민수와 브록 레스너의 대결이 있었던 미국 ‘다이너마이트’ 대회에 참가한 자니 모튼은 1라운드 38초 만에 버나드 악카에게 실신 KO를 당했고 도핑테스트에서 약물양성반응이 나오는 망신까지 당했는데.
그나마 허스첼 워커는 금년 1월 30일 펼쳐진 미국 2위 단체 스트라이크 포스 데뷔전에서 3라운드 KO승을 거뒀고 상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면서 풋볼선수의 명예를 지켰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는 만 48세인 1962년생이기에 앞으로 격투기에 매진하긴 어려울 듯 하다.
아마추어 레슬러 출신으로 1999년 브록 레스너를 꺾고 미국 대학선수권 NCAA에서 우승했던 스테판 닐이 갑작스럽게 격투기 진출설을 흘리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지만 결국 이는 미식축구 팀과의 재계약을 위한 언론플레이로 밝혀지면서 미국격투기 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는데.
그들만이 아니다. 최홍만에게 도전하겠단 의사를 밝혔고 가끔 WWE 이벤트에 등장하는 샤킬 오닐이나 몇몇 미식축구 선수들은 꾸준하게 격투기를 수련하고 있다 한다.
왜 타 분야의 스타들이 격투기에 관심을 갖을까? 사실 이는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1900년대 초중반엔 미식축구보다 프로레슬링의 스타급이 더 많은 돈을 벌었기에 미식축구선수들 중 일부는 보험영업, 다른 이들은 프로레슬링에 종사했다고 한다. 연봉이 더 높았다는 말은 1년 통틀어서 보는 관점일 뿐, 단가는 미식축구가 당연히 더 셌다.
이후에도 프로레슬링과 타 종목과의 연계는 이어졌지만 최근엔 격투기가 한 분야로 자리매김을 하자 스타들은 각자의 선호도에 따라서 발길을 향하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나쁘진 않다. 그들은 자국에서 인기스타이기에 격투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데 있어서 매우 훌륭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야구나 축구 혹은 농구나 배구 같은 프로선수가 격투가로 변신하는 경우 해외에선 잘 모르니 별다른 이슈가 안 되겠지만 국내에선 스포츠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격투기의 순수성을 버린다면서 안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에서 연예인이나 스모 및 타 분야 선수들이 나오는 경우 팬들의 호응도가 높았던 것처럼 미국에서도 스타들이 나오면 팬들의 관심도가 커지는 건 당연하다. 브록 레스너가 복싱의 오스카 델 라 호야를 잇는 유료시청채널 최고 인기스타가 된 사례를 떠올리면 되겠다.
최근 미국의 케이블 방송사들이 격투기 프로 편성을 원하는 분위기이니 격투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갈수록 타 분야 스타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논란마저 부러운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격투기 시장이 커져서 타 분야 스타들이 군침을 흘리고, 이것이 팬들의 논란으로 이어지는 행복한 고민은 과연 언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