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끝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최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막을 내린 2010 세계 쇼트트랙 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불거진 쇼트트랙 대표팀의 엔트리 구성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진상 규명을 위한 감사에 나섰다.
이번 감사에서 체육회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제출하는 각종 회의 자료와 관련자들에 대한 직접 조사를 통해 일각에서 제기한 여러 의혹들이 실제로 근거가 있는 내용인지 여부에 대해 밝혀내게 된다.
그 결과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 구성에 있어 선수의 기량과 컨디션에 의하지 않고 부당한 압력 내지 강요에 의해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와 재발방지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반대로 의혹을 제기한 측의 주장과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사실관계들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을 경우에도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와는 상관 없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쇼트트랙 대표선발 방식은 어떤 형태로든 수술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즌이 시작되는 시점(10월)에서 6개월 전(4월)에 한 차례 선발전만으로 대표선수를 확정짓는 방식이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소피아 세계선수권을 거치면서 사실상 실패작 내지는 대표팀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미리 대표선수들을 확정해 팀웍을 다지고 전력을 극대화 한다는 현행 대표선발 제도의 취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세계 무대를 향해 비시즌 기간동안 열심히 피땀흘려 준비한 노력이 단 한 차례의 평가전에서 결정나는 것은 선수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은 분명 일리가 있다.
물론 현재의 대표선발제도 때문에 이승훈과 같은 선수는 스피드 스케이트로 전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그 결과 밴쿠버 동계올림픽 5000m 은메달에 이어 1만m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와 같은 경우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다.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한다면 현행 대표선발 방식은 대표팀의 팀웍 극대회에도 크게 도움을 못 줄 뿐더러 부상이나 슬럼프로 기량저하가 온 선수를 맘대로 교체할 수도 없는 불편한 제도로 읽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그동안 한국의 아성으로 여겨지던 계주에 있어 한국은 밴쿠버에서 남녀 어느 쪽도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물론 여자 대표팀의 경우 억울한 실격판정으로 1위로 들어오고도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그 이전에 다른 올림픽에서의 경우나 최근의 성적을 살펴봐도 계주에서 우리 대표팀은 라이벌 중국에 확실한 우위를 점해왔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이번 벤쿠버에서 한국 계주팀의 기량은 이전에 못미쳤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분명 팀웍을 극대화 해보겠다는 빙상연맹과 코칭스태프의 계산이 잘못된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 출전을 꿈꿀 정도의 탑 클래스의 선수라면 계주에서의 팀웍 정도는 굳이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2-3개월 정도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맞춰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올림픽 처럼 코치가 경기중에 선수들에게 일일이 스케치북에 '기다려라' '나가라' 등등의 작전을 지시를 내려야 할 정도로 미리 작전을 세우고 이를 수행할 능력이 안되는 팀웍이었다면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미리 손발을 맞출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는 것보다 국내 국가대표 선발전 통과하기가 더 어렵다는 태권도나 유도, 양궁과 같은 종목들이 수 차례 반복되는 선발전을 통해 최고의 기량과 컨디션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선수를 최종적으로 대표선수로 선발하는 것도 선수의 입장에서 보면 지루하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장기간 안고 가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그 대신 최종 엔트리 구성에서 떨어졌을 때 그 이유를 오로지 기회가 적었다거나 운이 없었던 탓으로만 돌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재 쇼트트랙 종목의 대표선발방식은 언제고 불공정 내지 형평성 시비를 낳을 수 있고, 선수 스스로 선발전 결과를 수긍하지 못하고 억울하다는 인식을 갖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변수가 많고 돌발상황이 많은 종목이 쇼트트랙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실력을 지닌 선수들끼리 경기를 펼치는 경륜에 사람들이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이유는 실력이 평준화 되어 있는 선수들인 만큼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그만큼 경기에 따라 일어나는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순위가 자주 뒤바뀌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경기에서, 특히 쇼트트랙 세계 최강국인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를 뽑는 선발전에서라면 선수들의 기량이 평준화 되어 있는 수준이나 벌어지는 여러가지 상황적 변수들이 결코 경륜과 같은 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쇼트트랙 같은 종목이야 말로 수 차례 선발전을 통해 종합적으로 기량과 꾸준함 면에서 훌륭한 기량을 가진 선수에게 대표선수로서의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은 분명 타당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들의 지지와 신뢰를 받지 못하고 대표팀 전력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안된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면 이는 사실상 실패작이다. 어떤 제도가 객관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고 평가마저 부정적이라면 조속히 개정하는 것이 순리다.
빙상연맹이 이와 같은 순리를 거스르고 현재의 제도를 고집한다면 빙상연맹은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한국 쇼트트랙이 어떤 좋은 성과를 올리더라도 그 성과는 '남의 기회를 부당하게 강탈한 선수들이 거둔 전리품' 정도로 평가절하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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