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과 블라디미르 바이스의 주전경쟁이 시즌 막판에 본격 점화되는 양상이다.
이청용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튼 원더러스의 오웬 코일 감독은 지난 20일(한국시각) 영국의 <볼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8일 브라타니아 스타디움에서 끝난 스토크시티와의 리그 35라운드 원정 경기(2-1 볼튼 승리)에 대해 언급하며 그 경기 후반전에 이청용과 교체 투입되어 불과 20분 사이에 볼튼의 동점골과 역전골을 이끌어 낸 바이스의 활약에 대해 "이청용이 피곤해 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바이스를 투입했고 그는 빛났다"고 칭찬을 보냈다.
그는 이어 "그(바이스)는 이청용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라며 "바이스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그는 미래를 가지고 있다. 그 동안 얼마나 실망했는지 알고 있다. 그에게 신뢰를 보낸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당시 경기에서 이청용은 선발 출장해 70여분간을 활약했지만 공격포인트는 물론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채 바이스와 교체됐다.
반면 바이스는 후반 39분경 스토크시티 진영 페널티 지역 외곽에서 스토크시티의 파울을 유도, 맷 테일러의 프리킥 동점골을 이끌어 낸데 이어 후반 44분경 스토크시티 진영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테일러의 역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그 결과 경기 직후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이청용에 대해 "최고의 모습은 아니었다(Not at best)"는 평가와 함께 평점 6점을 부여한 반면 이청용과 교체 투입 후 두 차례 득점 과정에 모두 관여한 바이스에 대해서는 "골을 도왔을 뿐 아니라 첫 번째 골을 위한 프리킥을 얻어냈다(Goal assist as well as won free-kick for first goal)"고 구체적인 활약상을 언급하며 테일러(9점)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 8점을 부여했다.
이청용이 스토크시티전에 앞서 있었던 강호 첼시와의 경기에서 누적된 피로를 모두 풀지 못했던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청용이 지난달 위건전서 어시스트를 기록한 이후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스가 재기발랄한 플레이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끈데 대해 코일 감독이 별도로 언급하며 신뢰와 애정을 드러낸 대목은 이청용과 바이스의 주전경쟁 구도를 만들어 보겠다는 암시로 해석된다.
듣기에 따라서는 코일 감독의 인식이 올시즌 내내 '주전 이청용, 백업 바이스'라는 구도였다면 시즌 막판 이청용과 바이스를 '공동 주전'으로 인식하게 됐다고도 읽힌다.
실제로 팀의 강등권 완전 탈출이 걸려 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와 함께 강등 위험권 탈출을 이끌어낸 바이스의 모습은 코일 감독의 기존 인식을 바꿔 놓기에 충분했고, 그런 인식의 전환이 다가오는 새 시즌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이청용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제 시즌이 3경기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전 경쟁을 펼친 다는 것은 어찌보면 큰 의미가 없다고도 보여진다.
특히 볼튼이 강등 위험권에서 사실상 완전히 벗어나 선수단 전체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은 지금의 팀 분위기 속에서라면 더더욱 이청용과 바이스 사이에 형성되기 시작한 경쟁구도가 큰 의미를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청용이나 바이스에게 앞으로 남은 3경기는 수 개월 후 맞이할 새로운 시즌에 어느 선수에게 볼튼의 오른쪽 측면을 맡길 것인지에 대한 코일 감독의 구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코일 감독으로서는 이청용의 컨디션이 정상적이라면 일단 이청용을 선발로 내는 패턴에 변화를 주지 않겠지만 경기중 이청용의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바이스와의 교체 타이밍을 빨리 잡는 것으로 경쟁구도 형성에 대한 속내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팀의 강등권 탈출을 위해 시즌 내내 혹사에 가까운 활약을 펼쳐온 이청용이 멋진 막판 스퍼트로 주전의 입지를 지켜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