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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하지 않은 추신수의 번트시도


 

지난 4월 25일(이하 현지시각)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맥카피 콜로세움 구장에서 벌어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시리즈 마지막경기에서 11대 0으로 패배했다. 이 경기에서 추신수는 4타수 2안타의 호조를 보였지만 추신수는 예상외의 장면을 연출했다. 오클랜드에게 2대 0의 리드를 빼앗겼던 3회 초 2사 1.3루 상황에서 추신수는 오클랜드의 좌완 선발 지오 곤잘레스에게 3구만에 유격수 땅볼아웃을 당했다. 아쉬운 장면은 추신수의 아웃타구가 아니라, 추신수가 2사후 득점권에서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추신수의 번트타구가 파울이 된 것은 다행이었다. 만약 추신수의 번트타구가 파울라인 안쪽으로 들어와 아웃이 되었다면 추신수가 팀의 중심타자답지 않은 타격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중심타자는 2사 득점권 상황에서 번트를 대는 일이 거의 없다. 메이저리그 야구는 2사후 득점권에서 번트를 시도하는 타자를 좋게 생각하지 않으며 팀의 중심타자가 번트를 시도하는 행위는 더욱더 싫어한다. 2점차 리드를 당한 상황에서 2사후 두 명의 주자를 둔 중심타자에게 바라는 것은 동점타나 역전홈런이지, 잘해야 1점을 얻을 수 있는 번트안타는 아니라는 것이다. 중심타자가 번트를 시도하다 아웃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팀의 사기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추신수가 2사 득점권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하는 것을 보면서 한 명의 타자가 오버랩되었다. 바로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치로 스즈키이다. 2004년 9월 인디언스전과 레드삭스 전에 출전한 이치로는 두 경기 연속으로 2사후 주자 2루의 득점권 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했고 두 번 모두 아웃되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매리너스 방송 캐스터는 이치로의 번트 시도에 대해서 ‘정말 이해할 수 없다’ (really don't understand)며, 이치로가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매리너스의 루키 유망주들에게 최악(terrible)의 샘플을 보여주었다고 비난했었다.


시애틀의 야구 기자들과 매리너스 팬 역시 이치로의 2사후 번트를 혹평했었다. 시애틀 PI는 설령 이치로의 번트가 안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필요하지 않은 번트였다고 비판했고, 당시 매리너스 게시판에는 2사후 이치로의 번트시도를 비난하는 매리너스 팬들이 폭주했었다. 이치로의 2사후 번트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 매리너스 팬들이 이치로의 스몰야구를 비하하는데 인용하는 사건이다. 필자 역시 국내 메이저리그 사이트에서 이치로의 2사후 번트가 잘못된 야구라고 비판했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과 메이저리그 팬들은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서 번트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2사후 득점권 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치로는 2사후 주자 2루 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한 것에 반해, 추신수는 2사후 1, 3루상황이라는 차이는 있다. 이치로의 번트는 안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득점을 올릴 수 없는 반면에 추신수의 경우에는 1득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득점권상황에서의 번트가 아웃이 되었을 경우에의 비판은 타점을 올리는 것이 임무인 3번 타자 추신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추신수가 오크랜드전에서 2사후 득점권 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했을 때, 인디언스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인디언스 팬들의 반응또한 부정적이었다.



어째서 지금 번트를 대는 거야? 추신수 정신차리라구!

추신수는 확실히 이번 시즌 몇 번의 “본헤드플레이”를 하고 있어.

추신수가 “도대체 무슨 플레이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우리팀은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있어



24일 오클랜드 전 뿐만이 아니라 추신수는 최근 경기에서 번트에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추신수는 23일 오클랜드전, 선두타자로 나온 4회초 초구에 번트파울을 기록했고, 어제 LA 에인절스전에서도 3회 2사에서 초구 번트파울을 기록했었다, 최근 4경기 중 세 경기에서 번트를 시도한 것이다.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 상태의 경기후반, 노아웃 상황에서 중심타자가 번트안타로 출루했다면 센스있는 플레이라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메이저리그 한 팀의 대표 슬러거이며 3번 타자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타자에게 잦은 번트시도는 걸맞지 않은 것이다. 추신수가 어제 주자없는 2사 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한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어제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1000안타를 기록한 LA 에인절스의 히데키 마쓰이는 메이저리그 8년경력동안 단 한번의 번트타석을 기록하지 않은 반면, 풀타임 2년차의 추신수는 작년 4번을 비롯하여 총 8번의 번트타석을 기록했다. 추신수는 마쓰이와 함께 동양인 대표 슬러거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팬이나 한국의 메이저리그 팬들이 추신수에게 기대하는 것은 30홈런과 30도루를 겸비한 슬러거이지, 번트타자가 아니다. 스몰야구는 추신수의 몫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