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개막하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하는 일본 대표팀의 오카다 감독이 공표한 목표는 4강 진출이다.
물론 최근 일본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들을 상기해 본다면 이와 같은 목표 설정은 다소 허황된 목표로 보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들이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해야 할 팀들이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를 비롯해,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 카메룬, 그리고 북유럽의 '난적' 덴마크라고 하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4강은 커녕 조별리그에서 승점 1점이라도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주위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오카다 감독이 꿋꿋이 '4강 타령'을 하고 있는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근거한 자신감일까?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는 사실상 그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뭐 다른게 있을까?
이와 관련 한 일본 칼럼니스트가 최근 일본 축구의 '4일의 행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있어 그 내용을 소개하고 싶다. (참고로 이 칼럼니스트는 지난해 12월 남아공 월드컵 조추첨 직후 일본의 16강행 가능성을 40%라고 분석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그렇다면 이 칼럼니스트가 소개한 일본 축구의 '4일의 행운' 내지 '4일의 추억'은 어떤 내용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과거 일본 축구가 끝이 '4'로 끝나는 날에 치른 경기에서 역사적 승리를 거뒀고,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이 치르는 조별예선 세 경기 가운데 2경기가 끝이 '4'로 끝나는 날에 잡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축구는 다음달 14일 카메룬과 예선 첫 경기를 치르고 24일 덴마크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르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거 일본 축구가 거둔 '4일의 승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본은 1936년 8월 4일 열린 베를린 올림픽 축구에서 유럽의 강호 스웨덴에 3-2 역전승을 거둬 아직도 이 승리가 '베를린의 기적'으로 일컬어지고 있다고 하며,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를 역시 3-2로 물리쳐 올림픽에서 28년만의 승리를 거둔 것이 1964년 10월 14일이었다고 한다.
또한 1968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1968년 멕시코 월드컵 3-4위전에서 홈팀 멕시코를 2-0으로 물리치고 동메달 획득을 확정지었던 날도 1968년 10월 24일이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소개된 일본의 역사적 승리들이 모두 올림픽에서 거둔 승리들로서 월드컵에 출전하는 지금의 일본 대표팀에게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으나 당시만 하더라도 월드컵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8강에 오른 일을 제외하고는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그야말로 '오르지 못할 나무'였고 오히려 올림픽이 현실적인 목표설정이 가능한 무대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 억지스런 얘기라고는 볼 수 없다.
만약 일본에게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4일의 추억'이 재현되어 16강 진출에 성공한다고 가정한다면 경우에 따라 한 차례의 '4일의 행운'을 통해 오카다 감독이 내세운 4강 진출에 성공할 길이 있다. 일단 일본이 E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고 F조 1위팀(이탈리아가 유력함)과 16강전(6월 29일)을 치러 승리한다면 7월 4일에 열리는 8강전에서 또 한 차례의 행운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일본 축구사가 간직하고 있는 '4일의 추억'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하는 일본 대표팀의 4강 목표에 여전히 실소가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이 지난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동안 월드컵 시즌 마다 국내 각종 신문들이 유명한 역술인들에게 한국의 성적을 점치게 한 다음 그 점궤를 기사로 내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일본 축구사가 '4일의 추억'과 같은 기분 좋은 징크스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강호들과의 일전을 낲두고 있는 '오카다 재팬'에게 용기를 갖게 하는 나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