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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블라니 효과는 골폭풍 아닌 골가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 사흘째가 마무리 됐다. 

지난 11일(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열린 개최국 남아공과 멕시코의 경기를 시작으로 14일 새벽 현재 조별예선 총 8경기가 마무리된 결과 대한민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슬로베니아, 가나, 독일 등 5개국이 첫 승의 기쁨을 맛봤고, 나머지 3경기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치러진 남아공 월드컵 초반 8경기에서 나온 골 숫자는 13골로 경기당 약 1.625골이 기록되는 골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기록은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개막 후 8경기에서 나온 18골(경기당 평균 2.25골)에 비해 골 수로는 5골, 평균으로는 0.625골이 적은 숫자다.

남아공 월드컵 개막 후 8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한 경기 최다 득점 팀은 호주를 4-0으로 물리친 독일로서 이 경기를 제외하고는 한 경기에서 2골 이상이 나온 경기는 한국-그리스전을 포함해 총 3경기, 1-0 경기가 3경기, 무득점 경기가 1경기로 기록되고 있다. 따라서 한 경기서 4골을 넣은 독일과 2골을 넣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득점력을 발휘한 팀이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대회 전부터 막강 화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던 아르헨티나도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단 한 골을 기록했을 뿐이다.  

물론 독일 월드컵 개막 초반에도 무득점 경기가 있었고, 1-0 경기도 있었지만 3골 이상 다득점이 난 경기가 3경기, 한 경기에서 2골 이상을 넣었던 팀이 5팀이 있었다는 점과 비교한다면 아직 초반이기는 하나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어지고 있는 골가뭄은 분명 이전의 대회와는 다른 현상이다.  

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는 어느 팀에게나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고, 최대한 '안전운행'을 한다는 것은 공통된 현상이니 각국 대표팀의 전반적인 플레이 패턴에서 차이점 내지 현재의 골가뭄의 원인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디면 뭔가 다른 원인을 찾아봐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일단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맞는 분석이라 보여진다.


남아공 월드컵 개막 후 현재까지 나온 13골의 패턴을 분석해 보면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부분은 직접 프리킥에 의한 골과 비교적 먼 거리에서 날리는 중장거리 슈팅을 통한 골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특히 페널티 에어리어에 근접한 위치에서 정교하게 감아차는 프리킥으로 골을 노린 공들은 여지없이 크로스바를 넘기고 있다.


이는 평소 킥의 정확성에 대해 정평이 나있는 선수들도 자블라니를 자신의 의도대로 통제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패스게임을 통해 골을 성공시키는 패턴의 공격을 하는 팀의 선수들에게도 자블라니로 골을 넣기 어렵기는 마찬가지. 

공의 반발력이 좋다 보니 패스의 강도가 조금만 세도 첫 번째 볼 컨트롤이 다소 길어져 상대 수비에게 공을 빼앗기는 현상이 있는가 하면 페널티지역 부근에서 순간적인 2대 1 패스로 공간 침투를 시도할 때도 패스의 강도를 조절하기 어려워 확률 낮은 슈팅을 시도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반면 수비를 하는 쪽에서는 그간의 우려와는 달리 자블라니에 대한 대처가 오히려 쉬웠다.  

골키퍼의 입장에서는 공중볼이나 중거리 슈팅이 날아 올때 굳이 두 손으로 잡아 품에 안기 보다는 자블라니의 반발력을 이용, 힘껏 공을 펀칭해 냄으로써 상황을 타개할 수 있었고, 수비에 임하는 필드 플레이어들도 수세적인 상황에서 같은 힘으로 공을 차도 공기의 저항을 덜받는 자블라니가 훨씬 더 멀리 날아가기 때문에 클리어링에 한결 수월했다.

당초 자블라니의 제작사인 아디다스사는 자블라니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득점율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고, 실제로 자블라니를 접해 본 세계 각국의 '한가닥' 한다는 골키퍼들 역시 자블라니에 대해 '끔찍하다'는 표현으로 다루기 어려운 공이라는 불만을 표출, 아디다스의 전망은 현실이 될 것으로 보였으나 일단 초반 흐름으로만 놓고 보면 당초의 예측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결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 경기들이 더 치러져봐야 '자블라니 효과'를 좀더 계량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자블라니가 선수들에게 익숙해 있던 공에 대한 감각과는 사뭇 다른 감각을 전해주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자블라니에 대한 적응이 예선 각 조의 16강행 진출 판도에 비중있는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