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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추성훈의 상대 실바의 갑작스러운 변경



UFC 116회에서 추성훈과 상대할 예정이던 ‘도끼 살인마’ 반달레이 실바가 갈비뼈 골절로 인해 경기할 수 없게 되었다. 격투가들의 훈련은 가벼운 것이 아니라 거의 실전에 가까울 정도로 치열하기에 부상은 늘 따를 수밖에 없고 실제 경기 당일에도 정도의 차이 뿐이지 부상에서 자유로운 선수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기 전엔 최고의 컨디션이라고 하다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부상을 안고서도 경기에 임했다고 말하는데 이는 경기 전에 상대에게 숨겼다가 솔직하게 고백한 것일 뿐, 변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갈비뼈 골절은 숨기면서까지 경기할 수 없는 부상이기에 결국 실바는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몸통에 타격을 입는 경우 고통이 극심하며 숨을 쉬기도 여의치 않기에 경기포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보인다.

두 선수의 대결은 미국 팬들도 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을 위시로 한 동아시아 팬들을 위한 성격이 더 컸다. 추성훈이 동아시아에 갖고 있는 위계도 엄청나며 일본에서 크로캅과 더불어서 가장 인기가 많은 외국인 파이터 반달레이 실바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UFC는 향후 중국에 사무실을 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터라 중국을 위시로 해서 동아시아시장을 묶고 인도까지 장기적으로 공략하겠다는 포석이기에 추성훈과 실바의 경기는 일단 동아시아의 격투기 열기를 다시 불태울 좋은 카드였다. 실제 UFC와 추성훈이 계약할 당시에도 실바와의 경기는 확답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반달레이 실바가 동아시아 시장에 갖고 있는 의미는 남다르다 할 수 있다.

반달레이 실바는 일본인 선수들이 넘지 못한 벽인지라 추성훈에게는 도전의 의미까지 더할 수 있고 만약 이긴다면 그간 일본에서 쌓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버릴 수 있기에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실바의 부상으로 인해 아쉽게도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일본 격투기의 기대를 받았지만 자꾸 악역으로 고착시키는 이미지도 부담스러웠고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UFC를 택한 추성훈은 UFC 100회에서 앨런 벨처와 맞서서 2:1 판정승을 거뒀고 ‘오늘의 경기’에 뽑히는 명승부를 보였다. 실바는 UFC 110회에서 마이클 비스핑을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면서 퀸튼 잭슨과 리치 프랭클린에게 당했던 2연패에서 벗어났다.

실바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추성훈의 상대는 20승 6패의 크리스 리벤으로 변경되었다. 2주 전 경기를 했던 리벤에겐 너무 급한 일정이나 좋은 기회이기에 수락했다고 하는데 그는 UFC의 신인육성 프로그램 TUF 출신으로 강력한 타격기가 장점이나 추성훈이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믿는다.

이번 UFC 116회는 브록 레스너와 쉐인 카윈의 대결만으로도 이미 꽉 찬 느낌이다. 많은 주목을 받는 대회에서 추성훈 선수가 미국 팬들에게 어필하고 동아시아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멋진 승리를 했으면 좋겠다.

다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월드컵 시즌이라 아무리 추성훈이라 하더라도 약간 묻힐 가능성이 있기에 축구가 별 인기 없는 미국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UFC답지 않게 다소 아마추어처럼 일정을 잡았단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