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 실바와의 경기는 그에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었을 정도로 의미가 컸지만 실바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배가 고픈 젊은 사자 크리스 리벤이 갑자기 대타로 나온 뒤 깜짝 놀랄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이번 UFC 116회 대회는 추성훈 선수에겐 아쉬움이 남는 일전이 되고 말았다.
리벤은 아직 모호한 위치에서 체급 내에서 인정받는 컨텐더로 떠오르기 위해선 상위 랭커를 잡을 필요가 있어 2주 만에 경기를 다시 뛰는 모험을 감행했는데 아직 UFC 경험이 일천하고 체격이 상대적으로 작으며 연령이 적지 않은 추성훈 선수가 상대적으로 만만해보이긴 했을 것이다.
이에 그는 천우신조의 기회라 보고 바로 수락했고 추성훈 선수의 입장에선 실바가 빠지면서 맥이 풀렸으며 리벤이 왼손잡이였기에 다소 일이 꼬인 건 분명해보인다.
이번 패배로 추성훈 선수는 UFC에서 1승 1패를 기록했으며 총 2전을 치렀다. 비록 ‘오늘의 경기’에 두 번이나 뽑히면서 화끈한 걸 좋아하는 미국 팬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엄청난 실력차이를 보이던 일본에서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기에 다소 아쉽기도 하다.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냉정하게 말해서 앞으로 UFC의 미들급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자랑하던 타격은 상위권 랭커들에게는 통하기 쉽지 않아 보이며 유도의 강자로서 당연히 강할 것이라 보이던 그라운드 기술도 생각보다 인상적이지 않았다. 경기 내내 그를 응원하는 입장에선 시원한 느낌보단 조마조마 했다고 해야 할까.
추성훈 선수에게 있어서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동체급에서 체구가 작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으니 그라운드로 들어가는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힘이 많이 소모되고 이는 라운드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저하에 큰 원인이 된다. 타격에서도 리치가 짧은 터이며 상대의 맷집이 과거 일본에서 싸우던 라이벌들과는 확연히 다른 터라 때리다가 지칠 가능성도 농후한지라 이번 경기는 전적으로 작은 체구와 상대의 강한 맷집에서 기인한 체력저하에 의한 패배라 할 수 있겠다.
수많은 팬들은 우리가 응원하는 선수의 완벽한 압도를 원하겠지만 그건 세계 최고 수준의 단체에서 어려운 일이다. 일본에서 우월한 기량을 보이던 김동현 선수가 미국에선 확실히 점수를 챙기는 경기를 선보이는 것이나 추성훈 선수가 고전하는 것 역시 UFC의 수준을 알게 해주는 단면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높아만 보이던 일본 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해서 줄줄이 무너지는 것을 본다면 그나마 한국인 혹은 한국계 선수가 이 정도로만 뛰는 것도 동아시아 선수들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다.
추성훈 선수의 대책은 뭘까?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한 부분이고 필자도 다른 칼럼에서 이미 썼던 내용이지만 타격이나 그라운드는 다소 단점이 보이더라도 크게 문제를 삼긴 어렵다. 체격이라는 문제야 말로 UFC에 진출한 추성훈 선수에게 가장 큰 장벽이 아닌가 싶다.
사실 나이도 있고 격투기 선수의 감량이라는 것은 일반인들처럼 주로 체지방을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당일 대전을 앞두고 체액을 빼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며 이는 신장에 무리가 가는 절차인지라 횟수가 많아지고 나이가 늘어갈 수록 감량하기 갈수록 힘들어지지만 현재로서는 체급 내에서 키가 작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보인다.
반달레이 실바가 일본에서 갖고 있던 체중에 비해 다소 낮춘 것을 참조한다면 추성훈 선수도 좀 더 나은 결과를 원한다면 현재로서는 체급의 변화가 최선의 답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실바와의 경기가 그에게 있어서는 지상과제이고 동아시아 팬들이 원하는 것인지라 진퇴양난의 딜레마란 생각도 든다. 명분을 쫓을 것인가, 실리로 갈 것인가, 투혼의 사나이 추성훈이 다시 한 번 기로에 섰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