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리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중앙 수비수 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이 한국인 중앙 수비수로는 최초로 유럽 빅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진출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용형은 일단 카타르 알 라이안에서 2년을 뛴 뒤 스페인의 말라가FC와 다시 2년 계약을 맺는다. 제주-조용형-알 라이안-말라가 4자간 체결하는 ‘2+2’ 계약인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말라가는 그동안 조용형에게 큰 관심을 보여왔고, 조용형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자 본격적인 영입작업에 나섰지만 올해 말까지 제주 소속 선수인 조용형에게 걸려있는 150만 달러(우리돈 약 17억원) 짜리 바이아웃(일정 액수 이상의 이적료가 보장되면 무조건 타 구단으로 보내줘야 하는 옵션)조항이 문제였다.
조용형을 높이 평가하지만 150만 달러라는 이적료를 주고 데려가기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이때 카타르 알 라이안에서 자신들이 이적료(17억원)를 지급하고 2년간 조용형을 알 라이안에서 뛰게 한 뒤 계약기간 만료 후 조용형을 말라가로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함에 따라 조용형의 이적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사람 일이라는게 뭐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이번 계약이 성사된다면 조용형은 2년 후 무조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무대에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등과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들과 매주 맞짱을 뜰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와 같은 일은 월드컵과 같은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수비불안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하나의 시금석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기쁘고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용형의 유럽 빅리그 진출 소식을 접하다보니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남아공 월드컵 직전까지 조용형과 중앙 수비 파트너로 활약했던 강민수(수원삼성)였다.
강민수는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조용형과 호흡을 맞춰왔고, 성인대표팀에서도 콤비를 이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도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큰 기여를 했다. 한국의 남아공 월드컵 본선행에 최대 고비이자 분수령으로 여겨지던 사우디 원정과 이란 원정을 1승 1무로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조용형-강민수 콤비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프로 무대에서도 전남 드래곤즈에서 뛰던 강민수가 제주로 이적한 이후 현 소속팀인 수원으로 다시 소속팀을 옮기기 전까지 이들 두 선수는 제주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하위권에 맴돌던 제주를 만만치 않은 팀으로 변신시켜놓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강민수는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조용형과 짝을 이룰 후보로 가장 근접해 있는 선수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고, 올해 초 남아공과 스페인을 순회하는 전지훈련 과정에서도 그런 구도는 크게 흔들릴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최소한 강민수가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2010 시즌 K리그가 개막하고 강민수가 새로이 이적한 수원이 계속된 부진에 허덕이면서 강민수에 대한 허정무 감독의 믿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원이 연패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중앙 수비를 맡아보던 강민수가 범했던 몇 차례의 결정적 실책이 대표팀 코칭 스태프의 눈에 포착된 것.
그리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강민수 스스로도 자신감을 잃어갔고, 그런 자신감 저하는 또다시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그런 악순환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력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두 선수지만 결과적으로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조용형은 유럽 빅리그 진출의 꿈을 이루기 직전까지 왔고, 강민수는 명예회복을 위한 새출발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엇갈린 운명을 맞게 됐다.
강민수는 최근 소속팀 수원에서 원래 포지션이던 중앙 수비에서 벗어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 변경을 시도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다가오는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이나 2014년 브리질 월드컵에서 중앙 수비수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 강민수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조용형의 빅리그 진출을 자극제 삼아 강민수도 앞으로 소속팀 수원의 상승세를 이끌고 더 나아가 대표팀에서도 새로운 입지를 구축하는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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