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에게 화려한 언변이 있으면 관심을 모으기 쉽다. 작년 8월 앤더슨 실바와 차엘 소넨의 경기가 잡히자 챔피언의 일방적인 승리를 예상했던 팬들은 별 기대를 갖지 않았지만 계속 도발적인 발언이 나오자 분위기는 달라졌고 이런 움직임 덕분에 앤더슨 실바는 사상 최고인 60만 가구 이벤트 판매를 기록하게 된다. 체급 내 절대강자 앤더슨 실바의 승리를 대부분 예상했기에 생각보다 실적이 덜했을 뿐, 만약 승부가 비등할 것이라 예상했다면 더 많이 팔릴 분위기였다. 막상 뚜껑을 열고나니 4라운드까지 소넨이 몰아붙였고 막판 뒤집기가 아니었다면 챔피언이 바뀌었을 명승부가 나오자 팬들은 새로운 스타 탄생에 열광했고 소넨은 모든 일이 다 풀리는 듯 했다.
호사다마라 할까? 경기 후 약물 도핑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서 체면을 구기더니 이번엔 부동산 관련 돈세탁 혐의로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공인중개사란 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소넨은 집수리에 69,091달러가 소요되었다면서 하청회사에 지급한 영수증을 작성했지만 수리를 한 적이 없는 모기지론 회사는 돈세탁을 통해 현금을 착복했고 탈세에 대해 냉엄한 미국 국세청이 범죄로 기소하면서 결국 꼬리가 잡히고 만다.
첫 공판에서 최고 20년 형, 벌금 50만 달러를 선고받았던 소넨은 상고했고 3월 28일 언도되겠지만 지금으로선 2년간의 집행유예, 공인중개사 자격증 박탈, 1만 달러의 벌금 정도가 될 것이라 한다. 이번 건은 모기지론 업자인 조엘 로사발과 채드윅 암스덴이 주도했기에 소넨을 비롯한 공범들은 다소 처벌이 덜 할 전망이다.
소넨에겐 하원의원 출마를 포기했던 뼈아픈 과거도 있다. 공화당으로 오래건 주 하원의원 에 출마했지만 갑자기 철회했고 대타로 나온 줄리 패리시가 당선된 일도 이번 돈세탁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라 한다.
어려운 상황에 몰린 소넨에게 UFC 프로모터 데이너 화이트는 무기한 징계란 처벌을 내렸고 과거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으로 인해 1년 자격정지를 받은 상황에서 6개월로 줄어 3월 19일 추성훈 선수와 대결할 예정이었던 걸 본다면 상황이 급속도로 꼬여버렸다.
그래도 지금으로서 퇴출되진 않을 듯 하며 그의 철장 복귀는 역반응이 줄어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프로모터 데이너 화이트는 소넨이 개인적인 이슈를 처리한 뒤에야 복귀할 것이라 천명했기 때문이다.
사실 6개월 징계는 선수에게 잠깐 쉬라는 뜻밖에 없고 지금의 무기한 징계 역시 전혀 퇴출시킬 의지가 없다고 보면 된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흥행실적이 좋으니 프로모터로서는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부를 것이다. 과거 추성훈 선수의 크림도포 사건 후 일본 내 역반응을 잠재우기 위해 천명한 ‘무기한 징계’로 보면 된다.
향후 약간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 미국 내 주마다 법령이 다른 터라 일부 주에서는 경기가 불가능할 것이며 캐나다 국경을 넘기도 순탄치 않고 해외 대회에서도 근로 비자가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교묘하게 피해서 경기에 투입시킬 것으로 생각된다.
범죄를 저질렀어도 다시 기회는 주어져야 하며 사업가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쓸 권리가 있으니 도덕만으로 평가할 순 없다. 그래도 성적이 부진하면 성실함과 무관하게 퇴출시키는 반면, 물의를 일으켜도 돈이 되면 잡는 UFC의 모습을 보면 그저 돈만 많이 벌어주는 사람이 인재가 되는 현실의 법칙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