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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레슬매니아 27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


레슬매니아 27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

WWE로서는 나름 회심의 일타로 준비한 이벤트가 바로 레슬매니아 27이었다. 이를 위해 더 락,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을 불러들였고 많은 팬들이 관심을 보이며 시청률이 급상승해 기대치도 커졌으나 막상 이벤트가 끝난 뒤 기대와 달리 다소 허무한 느낌이다. 모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결집시켰지만 짜릿함과는 거리가 멀지 않았나 싶다.

이번 이벤트를 앞두고 여러 가지 해프닝이 있었다. 브록 레스너의 UFC 헤비급 타이틀 경기 후 언더테이커와의 눈싸움이 그 시발점이었는데 이는 그를 레슬매니아로 초빙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어느 정도 합의를 끌어냈고 금액도 맞췄지만 UFC의 데이너 화이트로서는 허락할 수 없기에 WWE의 빈스 맥맨은 오찬까지 하면서 부탁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다급해진 WWE는 영화배우로 변신한 ‘더 락’ 드웨인 존슨을 부르면서 오히려 더 큰 화제를 모았고 2000년대 초반 그와 더불어 황금시대를 이끈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도 불러들이면서 라인업은 더욱 공고해졌다. 시청률도 오르면서 과거 팬들이 다시 모이는 양상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WWE가 이번 이벤트에 목을 맨 이유는 있었다. 유료시청채널에서 UFC가 아주 잘 나가기 때문이었다. 물론 둘은 하나가 잘 되면 다른 분야가 망하는 제로섬 게임처럼 존재하는 것은 아니나 문제는 유료시청채널이었다. WWE는 주주 총회에서 앞으로 전망이 모호하단 의견이 있자 레슬매니아 27에서 반전을 꾀하려고 했던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업의 미래니까.

사실 둘은 직접적인 라이벌은 아니다. WWE는 매출 중 30%이하가 유료시청채널이고 방송 저작권료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나 UFC는 70%이상을 유료시청채널에 의존하며 복싱도 비슷한 정도이기에 매출에서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보는 게 맞겠다. 다만 유료시청채널에선 복싱과 더불어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분야들이기에 이 부분에서 충돌이 발생하고 유료시청채널에서 UFC가 너무 앞서가자 WWE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레슬매니아 27 라인업은 나머지 대진만 보면 사실 작년만 못했지만 더 락의 참여 덕분에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년도 은퇴를 걸었던 숀 마이클스와 언더테이커의 대결보다 트리플 H와 언더테이커의 경기는 다소 약하고 제리 럴러와 마이클 콜의 대립도 빈스 맥맨과 브렛 하트의 원한극보다 부실하며 타이틀 경기들 역시 전년도보다 비중이 낮았지만 더 락이 끼어들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져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더 락을 제대로 활용했다는 느낌이 안 든다. 경기 중 뜬금없이 선수들을 공격하고, 결국 그가 결말을 내면서 논리성을 찾기 힘들었고 뭔가 허탈한 느낌이다. 경기력이 좋은 대니얼 브라이언과 셰이머스는 방송이 안 되는 경기로 밀려버리고 뜬금없는 여자 연예인 ‘스누키’의 등장으로 여성 선수들의 사기나 떨어뜨리면서 이벤트 판매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도 아쉬운 점이다. 해설팀 제리 럴러와 마이클 콜의 경기 역시 기량에 비해 너무 길고 지루했다.

이미 승부를 사전에 합의 본 분야라면 영화처럼 재미있는 복선과 결말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최근엔 그런 부분이 많이 실종된 느낌이다. 그나마 희망이라면 더 락이 내년 레슬매니아에서 존 시나와 대결하기로 확정지었단 점이다. 1년 전에 이렇게 미리 경기를 예약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고 1년 동안은 그와의 끈을 놓지 않았단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