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웅의 간접 프리킥]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돌풍이 거센 가운데, 맨시티의 광적인 팬으로 유명한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Oasis’의 기타리스트, 노엘 갤러거가 동생인 리드 보컬리스트 리암 갤러거와의 오랜 불화로 인해 밴드를 탈퇴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 형제간의 불화로 탈퇴라니 꽤나 심각했던 모양이다.)
(사진설명: 탬버린을 들고 노래를 부르는 리암 갤러거와 기타를 연주하는 노엘 갤러거.)
노엘 갤러거가 웨인 루니에게 퍼런 기타를 보낸 사실이나 새로운 구단주의 과감한 투자에 환호작약했던 일이 오늘의 주제는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노엘이 오아시스의 메인 보컬이 아니고 기타를 연주하며 간혹 백보컬을 담당하였기에, 그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리암 갤러거가 노래를 부르는 한 오아시스의 새로운 곡들은 우리 귀에 큰 변화없이 다가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오아시스의 얘기를 먼저 시작하였다.
밴드의 보컬리스트를 ‘프런트맨’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좌우에 기타와 베이스 등을 거느리고 뒤쪽에 드럼이 포진한 무대의 가장 앞에 위치하는 보컬리스트의 특징을 나타내는 표현일 것인데, 물론 모두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한 밴드의 프런트맨, 즉 보컬리스트가 바뀌면 밴드가 쇠퇴하거나 대중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익숙한 음성이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는 거부감이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인 듯 한데, 예를 들면 1985년 보컬리스트 피터 세트라가 탈퇴한 이후 그 유명한 밴드 ‘시카고Chicago’의 변화를 들 수 있겠고, LA메틀 장르의 거목인 ‘머틀리 크루Mötley Crüe’의 화려한 전성시절도 1992년 리드 보컬인 빈스 닐의 탈퇴와 함께 막을 내린 바가 있다.
1980년대 세계 최고의 아이돌로 군림하던 영국의 ‘듀란 듀란Duran Duran’이 1985년 일시적으로 분열되었을 당시에도 그랬던 바, 존 테일러의 ‘파워 스테이션Power Station’보다 닉 로즈의 ‘아카디아Arcadia’가 훨씬 ‘듀란 듀란’스럽게 느껴졌던 것은 역시 듀란 듀란의 보컬인 사이몬 르 본이 아카디아에 합류하여 마이크를 잡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사이몬 르 본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기도 하다.)
섹시한 몸매를 바탕으로 무회전 프리킥과 라보나 등 화려한 기교의 음색을 자랑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남자가 떠난 거대한 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제 투지 넘치는 파워풀한 음성의 웨인 루니가 무대의 전면에 서게 되었다. 이 커다란 변화 이후 맨유가 성공시대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프런트맨의 탙퇴와 교체에 따른 어색함으로 인해 쇠퇴의 길을 걷게될 지의 여부는 이제 웨인 루니의 활약에 달려있는 것이다. (물론 맨유의 공격진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다수 버티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 한 명의 에이스를 고르자면 역시 웨인 루니이다.)
사실 호날두라는 프런트맨이 떠난 이후의 어색함은, 맨유의 최근 경기들에서 프리킥이나 페널티킥 등을 얻어낸 직후의 장면들을 보면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당연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 호날두가 사라진 지금 키커를 정하는데 조금은 우왕좌왕한다는 인상까지 받을 수 있었고, 그 와중에 마이클 캐릭은 승격팀 번리와의 경기에서 중요한 페널티킥을 실축하기도 하였다. 약팀과의 경기에서 언제나 승점 3점을 가져다 주던 그가 그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호날두의 이탈로 인한 공격력과 득점력의 감소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시즌 초반의 모습을 보면 홀로서기에 나선 루니의 프런트맨 데뷔는 충분히 성공적인 모습이다. 스스로 해결사의 면모를 여러 차례 과시하며 다양한 득점 루트를 보여주고 있고, 특유의 성실함과 폭넓은 움직임, 넓은 시야는 맨유의 다른 공격자원들을 위한 효과적인 지원사격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루니의 막중한 책임은, 잉글랜드 1부리그 역사상 최초의 4연속 우승에 도전을 시작하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험난한 길이 예상되는 맨유의 이번 시즌 행보를 지켜보는 한 가지 감상포인트가 될 것이다. 알렉스 퍼거슨 경이 “루니가 리그에서 25골은 넣을 거야”라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리드 보컬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고 밴드 내의 다양한 음성으로 앨범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이 이상적인 방향일지도 모른다. 그런 대표적인 사례는, 다름아닌 비틀즈Beatles의 경우이기도 하다. 존 레논과 폴 맥카트니가 태어난 바로 그 리버풀엔, 지금 스티븐 제라드와 페르난도 토레스가 있지 않은가! 비틀즈가 미국을 정벌했듯이, 이 두 명의 간판스타가 언제쯤 리버풀을 비원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지도 무척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