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록 마지막에 에두에게 집념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3:3의 무승부로 마감이 되었지만, 지난 9월 6일 디펜딩 챔피언이자 리그의 명문인 수원의 홈경기장 빅버드에 치른 역사상 첫 경기에서 보여준 신생팀 강원의 화력은 말그대로 불을 뿜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괴물’이라 불리는 사나이 김영후가 있었다. 그는 이 경기에서도 두 골과 한 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모든 득점에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고, 공격진을 이끌며 빠른 공간돌파와 강인한 드리블, 정확한 슈팅으로 경기 내내 수원의 수비를 어려운 상황에 빠뜨렸다.
리그 13호골. 이제 선두 이동국과는 단 두 골 차이고, 또한 김영후는 7개의 도움까지 더하여 20개의 공격포인트로 K리그의 모든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한 선수이기도 하다. 20경기에 출전하였으니 평균으로 따지면 한 경기에 공격포인트 한 개는 반드시 기록한 것. 어시스트 7개 역시 공동 3위의 상위권이다.
2. 축구팬들에게는 이미 예전부터 ‘괴물’이란 명성으로 알려져 있던 바로 그 선수의 얘기다. 2009년 K리그의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는 이미 세 시즌에 걸친 리그의 경험이 있는, 아니 이미 리그를 평정한 바 있는 득점제조기이다. 내셔널리그 세 시즌 통산 63경기에서 60골을 기록하며 거의 경기당 한 골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남겼고, 2008년에는 내셔널리그 최초의 8경기 연속골(K리그의 최고 기록도 황선홍과 김도훈이 기록한 8경기 연속이다.) 기록과 함께, 특히 9월 20일 천안시청과의 경기에서 7골을 작렬하며 이름을 널리 알린 바 있다. 2006년과 2008년 내셔널리그의 득점상 수상자였고, 2007년에는 내셔널리그 MVP에 올랐다. 앞서 말한 바대로, 내셔널리그를 평정하고 신생팀 강원의 우선지명을 통해 마침내 K리그에 입성하였던 바, 그에게는 절치부심의 K리그에 들어온 것이다.
2005년 한국축구대상의 대학부 MVP를 수상하며 이미 주목을 받던 그였지만, 2005년말 K리그 드래프트에서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지명을 받지 못해 눈물을 삼킨 그는, 그런 아픔을 승화하여 내셔널리그에서 와신상담하였고, 처음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던 그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내셔널리그에서 통했다지만 K리그에서는 과연 어떨까?’라는 그에 대한 의혹의 시선들은, 이제는 K리그 최고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는 열광적인 찬사로 바뀌고 있다. 게다가, 좌절의 경험이 있기에 슬럼프나 힘든 시기가 찾아와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3. 스타의 탄생은 언제나 반갑다. 해외파 선수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K리그의 스타가 떠나고 있다는 의미이다. 스타들의 이탈과 흥행 감소, 스폰서를 비롯한 제반 문제가 노출되고 있는 올해 K리그 무대에, 이러한 스토리가 있는 스타의 등장은 커다란 활력소가 된다. 특히, 내셔널리그를 평정하고 입성한 김영후와 프리미어리그의 실패를 거울삼아 부활하여 자신의 최초 득점왕을 노리고 있는 이동국이 펼칠 막판 득점타이틀 경쟁은, 6강 플레이오프를 향하여 구단들이 펼치는 치열한 승점다툼과 더불어 리그 후반부를 뜨겁게 만드는 흥미요소임에 틀림없다.
4. 내셔널리그 8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던 작년에도 김영후의 대표팀 승선에 관한 얘기들이 오고갔고, 이제 2010남아공 월드컵이 임박한 이 시점에 다시 거론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박주영과 이근호 등이 이미 허정무호에서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고, 늦깎이 신인인 김영후가 이들보다 나이가 두 살이 많다는 것도 긍정적이지는 않다. 이동국과 정성훈 등 장신공격수의 수요도 있는 마당에 그의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그가 국가대표에 합류할 날은 분명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잘 살린다면 한 단계 큰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며, 그것이 2010년 남아공이 될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 있다. 1995년 실업팀 한국철도에서 시작하여 2002년 월드컵 4강멤버의 일원이 된 팀선배 이을용이 걸었던 길을 그도 따라갈 수 있을 것인가.
K리그의 흥행을 견인할 만한 ‘괴물’ 김영후, 계속해서 그의 활약과 성장을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