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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그게 최홍만의 잘못인가?

미노와맨과 10월 6일 DREAM 11회 대회에서 경기를 갖게 된 최홍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안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체급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역반응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으로 여겨지지만 이젠 그는 과거에 받던 뜨거운 환영과는 거리와 먼 모습이다. 한 때는 국민적 스타였으나 이렇게 반응이 달라진 가장 큰 원인은 물론 그가 제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결에 대해서는 좀 다르게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적어도 이번 대회는 최홍만을 비난할 수는 없다는 걸 말하고 싶다.

최홍만은 이미 지난 5월 26일, 메이저리그 홈런왕 출신 호세 칸세코를 꺾은 후 미노와맨과 대결하기로 예정이 된 상태였다. 8강이 펼치는 ‘슈퍼 헐크 토너먼트’는 원래 시청률만을 위해 체급을 무시한 대회로서 지난 9회 대회는 16.2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DREAM 1의 8.9, 5회는 10, DREAM 7회는 대회가 3일 지난 뒤 새벽 두시에 방영되면서 평균 2.4의 시청률을 올렸던 걸 본다면 이는 단체로서 쾌재를 부를 일이다. 2009년엔 폐지가 운운되다가 저녁 2회, 새벽 4회로 간신히 살아남은 DREAM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심정이며 이미 격투기의 본질에 가까운 대회는 시청률이 낮았으니 이런 파격적인 대회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원래 주최사는 최홍만과 밥 샙의 재대결을 염두하고 대회를 만들었다. 요새 밥 샙이 동네북으로 전락했는지에 관심조차 없는 일본의 일반팬들이 TV를 시청해 둘의 맞대결을 20%가 넘는 대결로 만들어 격투기 붐을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만든 토너먼트가 바로 ‘슈퍼 헐크 토너먼트’인 것이다.

최홍만에겐 메이저리그 홈런왕이 주어졌다. 이미 몰락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호세 칸세코는 전-천하장사에게 1승을 헌납하면서 사실상 매명행위를 했다. 국내에서의 역반응은 비록 컸지만 칸세코와 달리 최홍만은 그다지 잘못한 게 없었다. 주최사가 제물을 줬고, 1승을 헌납 받았으니 단체는 그를 중요한 카드로 보고 있다는 뜻이니까. 여하튼 그는 주최사의 의도대로 4강에 갔다.

그러나 세상일은 항상 이변이 있는 법, 일본에서마저 ‘4차원 캐릭터’로 통하는 미노와맨은 덩치가 큰 밥 샙을 이기면서 주최사의 의도와 일이 다르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결국 4강엔 최홍만, 미노와맨, 소코주, 게가드 무사시가 진출하게 된다.

5월의 8강 토너먼트가 마무리된 후 4강전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 어차피 대진은 뻔했다. 최홍만이 결승에 가야 하므로 상대론 미노와맨이 당연해보였고, 미노와맨도 밥 샙을 이겼으니 만약 최홍만을 이긴다면 ‘거인 킬러’ 스토리도 재미있으므로 소코주는 무사시와 대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 갑자기 밥 샙이 무사시를 대신해 나오면서 4강전에 투입되어 소코주와 대결하기로 되었다. 주최측의 시청률에 대한 집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참고로 밥 샙은 DREAM 11의 경기 후 홍콩, 그 뒤엔 미국에서 경기가 있는데 이게 한 달 내에 모두 소화해야 하는 스케줄이라고 한다. 이는 격투기에서는 나오기 힘든 일정이지만 최근 돈이 되는 일에 열중하는 밥 샙이므로 그로서는 필연적인 선택이라 보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일본 단체는 시청률이 가장 중요하다. 필자의 과거 글에서 언급된 내용들이지만 일본은 격투기가 공중파 타 방송들과 대결하므로 시청률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필자는 그간 칼럼들에서 UFC의 사업모델을 높이 평가해왔지만 그렇다고 전 미국이 격투기 열풍에 휘말린 것도 아니다. 전 세계적인 격투기 열풍이란 이야기는 몇몇 사람들이 만든 신화일 뿐이고 미국에서마저 격투기는 아직도 매니아 스포츠이며 복싱에 비해서 사회적 지위도 낮고 미국 격투기 사상 최고 시청자 수는 매주 프로레슬링을 보는 시청자 수에 불과하다.

다양한 상황을 놓고 격투기를 폄하하거나, 과대평가하기보단 현실을 봐야 한다. 현실에선 각 단체들이 생존을 위해서 다양한 양태로 경기를 만들고 있다. UFC는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하니 그들이 팔아주는 유료시청채널 수입이 중요하므로 그들의 구미에 맞는 진정한 강자를 가리는 승부가 자주 나온다. 일본의 DREAM은 일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그들에게 어필하는 경기가 더 중요할 뿐이다. 방영권이 없는 작은 단체들은 입장수입이 중요하니 지역스타나 가격에 맞는 스타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홍만은 자신의 소속 단체가 원하는 경기를 할 뿐이다. 물론 격투기에서의 진정한 승부를 원하는 팬들에겐 아쉬울지 모르지만 각 나라, 지역별로 단체들이 생존하는 방식은 다르므로 거기에 맞춰서 일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격투기에선 스타가 상대를 고르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 대회는 철저하게 단체의 의도가 반영된 경우이다. 최홍만이 지난 대회에서 칸세코, 이번엔 미노와맨을 일부러 골라서 무조건 이기려고 했다기 보단 단체가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러니 비록 이기더라도 본전, 지면 망신인 경기이긴 하지만 그렇게 노여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