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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WWE RAW의 재방영에 즈음해서

[성민수의 라스트 라운드] 지난 4월 초에 방영이 중단되었던 XTM의 RAW가 약 6개월의 침묵을 깨고 다시 방영된다. 9월 29일부터 XTM 채널에서 WWE 방송이 재개될 예정인데 현재 계획으론 29일엔 나잇 오브 챔피언스, 그 다음엔 서머 슬램, 이후 RAW가 이어질 것이라 한다. 방영시간은 화요일 오전 10시이다.

그간 유료시청채널의 빅 이벤트는 XPORTS에서 방영이 되었지만 RAW, 스맥다운, ECW 같이 매주 진행되던 방송은 사라진 상황이었다. 지난 2000년부터 해설을 하던 필자로서는 그간의 변화를 보면 참으로 여러 감정이 들곤 했다. 아, 일자리가 줄어서 비탄에 빠진 건 솔직히 아니다. 워낙 변화가 심한 분야라 본업은 따로 있고 칼럼을 쓰는 것이나 해설이나 그저 취미나 부업 정도이다. 재미있는 취미에서 보수가 생긴다는 사실에 운이 좋다고 생각할 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2000년대 초반까진 여러 채널에서 WWE의 편집 프로그램이라도 하고 싶어 하던 분위기였지만  2005년을 계기로 꺾이기 시작하더니 2009년엔 방송에서 사라지기도 했었다. RAW는 매주 5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보는 인기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미국인의 기준에 우리가 맞출 필요도 없고 RAW보다 인기가 더 많은 프로그램도 우리나라에서 관심 없는 경우가 많으니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엔터테인먼트라는 건 취사선택의 문제이니까.

유행을 많이 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2005년 즈음 이탈리아에선 WWE의 스맥다운이 자국 축구리그나 대표팀 경기보다 인기가 높았고 학생들 사이엔 레슬링 선수 카드 모으기가 열풍이 불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레슬링을 비판한 반면 토티는 바티스타를 만나러 경기장에 왔던 일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 때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2007년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역시 최고 인기인 축구를 위협한다고 했고 심지어 50대의 얼티밋 워리어가 10년의 침묵을 깨고 스페인에서 복귀전을 치렀으나 지금은 그 때 분위기는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엔 우리나라에서 WWE가 야구보다 두 배 이상 시청률이 높았고 한국 투어의 티켓판매가 서버다운이 될 정도의 인기였다.

신선함 덕분에 초창기에 인기를 끌다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건 해외물의 특성인지도 모른다. 2009년 현재는 멕시코에서 WWE가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면서 전통의 CMLL이나 AAA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태이다.
현재 격투기는 K-1, UFC, 무신, 센고쿠, 쇼타임, M-1 등이 방영되고 스트라이크 포스나 여러 국내대회들이 방송의 문을 노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에 비해서 프로레슬링이나 복싱은 규모나 타국의 인기에 비해선 많이 방영되진 않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히 대한민국에선 격투기가 인기다.

지난 번 칼럼에서 언급했듯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격투기와 가까운 뭔가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과정보다는 화끈하면서도 빠른 승부 결과 자체에 집중하는 특성도 격투기에 열광하는 이유라고 본다. 그걸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2008년이나 2009년 매출은 WWE가 UFC보다 2배 정도 많았다. 그러니 격투기와 똑같이 TNA나 최근 미국 시장에 진출한 드래곤 게이트, 일본이나 멕시코의 수많은 단체들이 대한민국 방송에서 나와야 한다고 역설하고 싶진 않다. 그저 일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따르고 다만 뭔가 문제가 있으면 짚어주는 게 맞지 않나 싶을 뿐이다.
필자는 격투기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 보며 거짓을 이야기하면 순간순간은 넘어갈 수 있겠지만 결국 단체의 멸망 같은 큰 그림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게다가 국내 격투가들의 경우 비록 그들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면 안타까울 때가 많으니 해외물이 너무 많은 것도 좋은 건 아니라 생각한다.

혹시 그간 필자의 글에서 격투기가 안 좋게 이야기되었다고 느끼는 분이 있다면 여론들과 달리 필자의 주장에 단체들의 운명이 수차례나 수렴된 것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그저 냉철하게 현실을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역설했을 뿐, 격투기도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개인적으론 없는 집 자녀의 신데렐라 스토리와 그들의 투혼을 좋아한다.
레슬링의 부활은 반갑지만 아쉬운 점은 화요일 오전 10시라는 점이다. WWE 스토리가 괜찮은 편이지만 서로 남남이던 출연진들이 뭔가 석연치 않은 증거 및 증언을 통해 혈연이라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단일민족 신화를 더욱 공고히 만드는 아침드라마와 맞서 과연 어떻게 될지 솔직히 두렵다.

개인적으론 시청률을 올리기보단 망치지 않는 해설자의 역할에 매주 충실하고 싶다. 방영권을 잃은 후 칼럼에서 레슬링을 쓰는 비중이 많이 줄긴 했는데 방송이 늘어났으니 약간 분량을 늘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격투기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이전처럼 사심 없이 쓸 것이니 계속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여하튼 앞으로 XTM에서 화요일 10시에 WWE가 방영된다고 하니 시간이 되시는 분들의 관심이 있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