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한 단체에서 주로 활약하는 파이터의 대회 간격은 나름대로 조절이 되고 미국에선 작은 단체들을 번갈아가며 경기하더라도 체육위원회가 선수보호를 위해 나름대로 판단을 내리므로 경기 간격이 유지되는 편이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에서 경기를 하는 경우 본인의 선택에 따라 일정이 좌우된다. 일반적으론 자신을 위해 일정을 조절해 문제가 없지만 최근 예외가 있어 그에 대해서 소개해볼까 한다. 바로 밥 샙이다.
한 때는 높은 시청률을 올리면서 일본 최고 인기스타로 CF를 화려하게 장식했고 아직도 아케보노와의 대결은 격투기 사상 최고 시청률로 남아있지만 최근 부진한 모습으로 동네북으로 전락한 밥 샙은 얼마 전엔 WWE 출신 바비 래쉴리, 자기보다 훨씬 작은 미노와맨에게 항복면서 덩치 값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밥 샙은 10월 6일 DREAM 11회 대회에서 소쿠주를 상대로 ‘슈퍼 헐크 토너먼트’ 4강전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원래는 게가드 무사시가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무사시의 대타로 밥 샙이 들어가면서 시청률을 위한 이번 토너먼트에는 최홍만과 미노와맨, 밥 샙과 소쿠주와의 대결이 확정된 상태다. 이번 대회를 개최하는 단체 DREAM은 원래부터 최홍만과 밥 샙의 재경기에서 나올 높은 시청률을 염두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뜻대로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밥 샙은 10월 7일엔 홍콩에서 킥복싱 경기가 있다. 상대는 알라인 갈라니이다. 그 다음 일정은 10월 16일에 예정된 텍사스에서의 종합격투기 경기라고 한다.
10월 말엔 대한민국에서 프로레슬링 경기가 있을 예정이며 11월 2일엔 안토니오 이노끼의 IGF에서의 일정이 있는데 아무래도 프로레슬링 경기가 될 전망이다. 11월 20일엔 중국에서 종합격투기 경기가 있고 11월 28일엔 프랑스에서 엘 레온을 상대로 킥복싱 경기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종합격투기 방식은 아직 합법화되지 않았기에 킥복싱밖에 치를 수 없기도 하다는 점은 이채로운 면이다.
12월 31일엔 일본 연말이벤트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며 지금 이렇게 복잡한 스케줄 사이에도 어떤 일정이 들어온다면 참가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밥 샙은 이런 복잡한 일정을 따라다닐 다큐멘터리 팀까지 있다고 하니 참으로 준비성은 뛰어나다.
개인적으론 이런 일정은 쉽지 않다고 본다. 만약 발목이나 다치면 킥복싱 경기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울 테니까. 위기에 빠지면 바로 탭아웃을 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얼마 전엔 WWE의 이사 쉐인 맥맨과 만남을 갖어 WWE 진출 가능성도 타진했다고 한다. 2005년 경 WWE가 밥 샙을 고액에 영입하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몸값이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만났다고 한다. 영화에도 관심이 많고 출연도 자주 하기에 최근 영화 출연을 위해 격투기 은퇴를 선언한 퀸튼 잭슨의 B.A라는 배역에도 관심을 갖았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정신없는 일정을 수행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UFC 같은 단체에 갈 꿈은 없다고 밝힌 밥 샙은 동갑내기 킴보 슬라이스가 UFC의 신예 파이터 육성 프로그램 TUF(디 얼티밋 파이터)에 참가해 새롭게 키워지는 것보다는 자신의 외모에 기반 한 스타성을 활용하기 위해 국가의 경계를 넘어가면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밥 샙의 이런 생계방식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밥 샙은 우리나라 격투기 팬들이 보기엔 매우 온당치 못하게 활동한다 할 수 있다. 격투기 팬들은 승리에 크게 집중하는 터라 최근 크로캅의 부진에도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마당에 이미 동네북으로 전락해 덩치 값을 하지 못한다는 밥 샙에 대해서 호의적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허나 밥 샙은 크로캅과 동갑인 1974년 생으로 이제 어느 정도 은퇴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격투기나 프로레슬링, 영화나 방송출연이 생계수단이기에 이렇게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다. 격투기를 생계로 보고 접근하는 파이터들엔 밥 샙이나 필 바로니를 비롯한 적지 않은 선수들이 있다. 파이터들이 무조건 승리나 챔피언 자리만을 노리기보단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 했으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