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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 라미레즈, 샤워사건으로 비난 증폭


[쏘왓의 야구블로그]
 

메이저리그를 풍미한 Manny being Manny 


왠만한 메이저리그 야구팬이라면 알고 있는 영어 표현이 있습니다. <Manny being Manny!> 이 표현은 LA 다저스의 매니 라미레즈가 경기 중 중요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적시타나 홈런포를 터트릴 때도 사용되고, 또한 매니 라미레즈가 경기장에서 혹은 경기장 밖에서 보통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행동을 할 때도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그동안 매니 라미레즈의 기발하고 엉뚱한 행위는 (약물 복용이 발각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야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뉴스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지시간 10월 19일 원정경기로 벌어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날리그 챔피언쉽 시리즈 4차전에서 매니가 한 행위는, 약물복용이 발각된 후에도 매니 라미레즈 편이 되어 주었던 LA 다저스 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좌익수 4번 타자로써,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매니 라미레즈는 4대 3으로 앞선 9회말 후안 피에르로 교체되었습니다. 한 점차의 박빙의 리드에서 교체된 매니는 덕아웃에서 팀 동료들을 응원하지 않고 지체 없이 로커 룸의 샤워실로 향했습니다.


조 토레 감독을 비롯한 다저스 선수들과 마무리 투수 블록스턴이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선수가 아닌 NLCS 4차전 경기를 라디오로 듣고 있었던 다저스팬들마저 간절히 팀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을 때, 팀의 4번 타자이자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인 매니 라미레즈는 태평하게 샤워를 한 것입니다.


보통사람과는 다른 구조를 가진 매니의 정신세계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건. <Manny being Manny!> 가 절로 나오는 상황입니다.


시리즈 2대 1로 끌려가던 다저스가 9회말 필리스에게 역전당하는 것은 다저스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다저스는 9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필리스의 1번 타자 지미 롤린스에게 통한의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허용하고 4차전에서 패배하게 됩니다.


20일 화요일 경기가 없었던 시티즌 뱅크 파크 경기장에서 기자는 매니에게 질문했습니다.


“어제 9회말 투아웃에서 브록스턴이 지미 롤린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는 것을 보지 않았나?”


“못 봤죠. 난 그때 샤워를 하던 중이었거든요.. ” “샤워가 끝내고 난 뒤에 (잠깐) TV에서 하이라이트로 봤습니다. 그때 우리 팀 선수들이 클럽하우스에 들어와서는 TV를 꺼버렸습니다.”


와우... 역시 매니입니다.


다저스의 감독 조 토레는 매니의 편에 섰습니다. 메이저리그 감독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상황이 벌어질 때, 팀 선수 편에 확실하게 서는 게 일반적입니다. .


“(경기 중, 샤워는) 평소에 매니가 일상적으로 하던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매니가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니가 경기장 밖으로 나간 것도 아니고, 또한 매니를 다시 경기에 투입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LA 지역을 대표하는 LA 타임스의 Bill Plaschke는 자신의 기사 <Manny excuses for absence in the ninth just don't wash> 첫 문장부터 매니 라미레즈를 비난했습니다. LA 타임스의 기사를 요약했습니다.


매니 라미레즈는 샤워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NLCS 4차전에서 다저스가 붕괴되는 순간을 보지 않았다. 그러나 매니 라미레즈는 덕 아웃에 있어야 했다.


포스트 시즌의 야구는 팀 경기이다. 선수들은 정규 시즌 중에는 일상적으로 샤워를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는 달라야 한다. 모든 선수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며, 모든 작은 지혜가 필요하다. 팀의 모든 선수들은 경기장 안에서 뿐만 아니라 덕 아웃에서도 경기가 끝나는 27아웃까지 플레이해야 한다. 심지어 아이싱이 필요한 교체 불펜투수들조차 덕 아웃의 벤치로 돌아와 팀 동료를 응원한다. 후안 피에르는 9회말 매니 라미레즈와 교체되었다. 매니 라미레즈에게는 팀 동료를 격려하기 위한 겨우 5분의 시간마저도 없었다.


경기가 끝난 지금 매니 라미레즈에게는 팀 동료를 격려하기 위한 말이 있을까?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더 경기를 잘했어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죠. 지미 롤린스는 내가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나는 롤린스의 플레이를 좋아합니다. 조그마한 선수이지만 야구를 잘 하는 선수이죠. 롤린스가 역전 결승타를 친 선수가 된 것에 대해서 저는 놀라지 않아요.”


이것이 NLCS에서 3승 1패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팀 동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매니의)말이다. 매니는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분명히 클럽하우스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매니는 덕 아웃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경기를 바라보지도, 응원하지도 않았다.


이번 시즌 불법 약물 복용으로 50일간 다저스 라인업에서 빠진 매니의 이기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매니 라미레즈는 경기장에서 생산력을 보여주었다.


얼마나 보여주었을까? 살펴보자. 매니는 이번 포스트 시즌 29타수에서 겨우 타율 276과 1개의 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겨우 4개의 장타를 기록한 매니는 더 이상 빠른 직구에 대처하는 배트 스피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1개의 볼넷과 출루율 .300을 기록했다. 지난 해 10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였던 매니는 단 한 개의 고의사구도 기록하지 못했다.


“매니는 매니입니다.” 조 토레 감독은 말했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오늘은 후안 비 후안은 어떨까?

후안 피에르는 이번 시즌 매니가 빠진 50경기에서 타율 318과 21타점, 그리고 21도루를 기록했으며 이번 시즌 피에르가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다저스는 46승 30패를 기록했다. 


한국 시리즈에서 9회말 1점차의 박빙의 승부에서  SK의 박재홍이나, 기아의 이종범 같은 팀의 주축 선수들이 교체된 이후, 덕 아웃을 벗어나 샤워를 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이 사실이 기사화 되었다면, 해당 팀의 팬들은 샤워를 한 선수에 대해서 상상할 수 없는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을 겁니다.


비록 한국과 미국의 사고방식이 많은 차이가 있다 해도 NL 챔피언쉽 시리즈에서 보여준 매니의 행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이해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LA 타임스 뿐만 아니라 미 전역의 언론매체들은 더 이상 매니 라미레즈의 <매니 빙 매니>에 대해서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미 전역의 각 언론이 뽑은 기사 제목입니다.


폭스 29 필라델피아 - 필리스가 승리했을 때 매니는 팀을 무시했다.

프레스 어브 아틀랜타 시티 - 매니의 코메디는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오렌지 카운티 뉴스 - 매니가 샤워를 끝냈을 때 NLCS가 끝났다고 그에게 말하라.

산 호세 머큐리 뉴스 - 다저스가 무너지고 있는 동안에 매니는 샤워를 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 - 매니는 샤워를 했고 다저스는 패배했다.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는 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언을 남겼습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뉴욕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팬이었던 매니 라미레즈는 요기 베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