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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아스 포항'의 K리그판 '도쿄대첩' 개봉박두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가 오는 7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이티하드를 상대로 창단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포항이 결승에서 만나는 알 이티하드는 2004년과 2005년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를 2연패한 강팀으로 특히 2004년 대회 당시 4강에서 전북현대, 결승서 성남일화를 연이어 물리치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바 있어 K리그에게는 '숙적'과도 같은 존재다.

현재 AFC 홈페이지에서 진행중인 설문에서는 알 이티하드가 포항에 이긴다고 답한 네티즌들이 약 76%에 이르고 있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서 알 이티하드가 보여준 공격력은 막강했다.


주전 선수 가운데 상당수가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대표인 알 이티하드는 일본의 나고야 그램퍼스와의 4강전에서도 합계 점수 8-2(홈 6-2 승, 어웨이 2-1 승)라는 어마어마한 점수차로 승리를 거둔 것은 물론 앞서 열린 조별 예선에서도 움 살랄(카타르), 알 자지라(아랍에미리트), 에스테그랄(이란) 등을 상대로 3승 3무를 기록하는 동안 움 살랄을 7-0으로 대파하는 등 6경기에서 무려 14골을 터뜨렸다. 

이에 반해 조별예선부터 결승에까지 오르는 동안 극적인 승부를 여러 차례 연출, 알 이티하드에 비한다면 '겨우' 결승전에 올랐다고도 평가할 수 있는 포항이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릴 것으로 보는 네티즌이 상대적으로 크게 적은 것도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2년전 포항이 정규리그 5위팀 포항이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우승까지 차치하리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때도 포항은 기어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파리아스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토너먼트에서 특별히 강점을 나타내는 포항의 세트피스나 약속된 속공플레이가 요소요소에서 빛을 발한 결과다.

이번에도 포항은 분명 알 이티하드에 대한 맞춤 전술과 세트피스에 승부를 걸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승산이 있다. 아무리 막강 화력의 알 이티하드라도 단판 승부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골을 넣는데 실패한다면 결승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벌였던 그 엄청났던 경기 내용은 별반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포항이 알 이티하드에 앞서 선제골을 넣을 수 있다면 한층 승산이 높은 경기를 할 수있다.

포항의 승산을 말함에 있어 결승전이 벌어지는 장소가 일본의 도쿄국립경기장이라는 점은 분명 알 이티하드보다는 포항쪽에 유리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포항으로서는 J리그팀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의 팀을 상대로 한국 축구가 12년전 일궈낸 '도쿄대첩'을 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도쿄국립경기장은 지난 1997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당시 차범근 감독이 이끌던 한국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2-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한일 축구대결사상 가장 멋진 명승부를 연출했던 장소다.

그에 앞서 한국 축구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예선에서 정용환과 이태호의 연속골로 2-1로 일본을 물리치고 32년만의 월드컵 본선진출을 향한 8부 능선을 넘었던 장소 역시 도쿄국립경기장이었다.

일본의 심장부에 있는 경기장이기는 하나 한국 축구에 있어서는 잊지못할 추억이 새겨져 있는 장소인 셈이다. 한국 축구에 있어 이와 같은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인 만큼 객관적인 전력만으로는 계산이 안되는 '플러스 알파'가 포항에게 작용될 수 있다고 믿어보고 싶다.

특히 장시간 의 비행에다 일본의 초겨울 추위를 이겨가며 경기를 펼쳐야 하는 알 이티하드 선수들에 비해 '초겨울 축구'가 익숙한 포항의 선수들은 적응력 면에서 알 이티하드 선수들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하겠다.

'파리아스 매직'을 넘어 '파리아스 파워'로 무장한 포항이 알 이티하드를 한국 축구의 추억이 서린 도쿄국립경기장에서 멋지게 꺾고 'K리그판 도쿄대첩'을 연출해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