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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구티에레즈의 도둑맞은 골드 글러브


 

1957년 제정된 골드 글러브는 한 시즌 각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수여되는 메이저리그의 권위있는 상이지만, 그동안 골드 글러브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었습니다. 골드 글러브 역사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수상케이스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1999년 라파엘 팔메이로의 수상입니다. 99년 지명타자로 135경기, 1루수로 겨우 28경기에 출장한 팔메이로가 1루수 골드 글러버가 된것입니다. 팔메이로의 수상예는 골드 글러브가 그 해 최고의 수비수를 뽑는 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팔메이로의 수상은 수비성적보다는 그의 타격과 홈런에 더 비중을 둔 것입니다. 2006년 데릭 지터가 3년 연속으로 유격수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을 때, 세이버매트릭스의 대부 빌 제임스는 지터의 골드글러브 수상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맹비난했으며 필딩 바이블의 존 드완은 지터가 수비가 아닌 뛰어난 타격능력으로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감독과 코치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06년 지터는 레인지팩터(RF) 최하위와, 존 레이팅에서 밑에서 3위를 기록했었습니다.


또한 골드 글러브는 타격성적과 함께 명성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골드 글러브만큼 전관예우현상이 뚜렷한 수상제도도 없습니다. 2005년 4년 연속 중견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었던 토리 헌터는 부상으로 불과 93경기에 중견수로 출전, 한 시즌 162경기중, 겨우 57%경기에서 수비수로 출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골드 글러브 수상에는 지장을 받지 않았습니다. 팔메이로와 헌터의 골드 글러브 수상을 볼 때, 투표권을 가진 감독과 코치들한테는 수비수가 규정이닝을 소화하건 못하건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규정타석을 소화하지 못한 타자가 타격왕을 수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순이 골드 글러브 수상제도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골드 글러브가 한 해의 가장 뛰어난 수비수에게 수여하는 상이라면 규정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은 당연히 후보자의 자격을 제한해야만 합니다.


며칠 전 2009시즌 골드 글러브 수상자들의 명단이 발표되었지만, 올해에도 골드 글러브 수상자에 대해서 논란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AL 외야수 부분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의 중견수 플랭클린 구티에레즈가 탈락했다는 것입니다. 구티에레즈는 대다수의 세이버매트리션과 야구전문가들, 그리고 야구팬들에게 이번 시즌 가장 뛰어난 중견수 수비를 보여준 선수로 평가받고 있었지만, 골드 글러브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ESPN의 롭 네이어와 SI의 조 포스난스키, 시애틀 타임스의 스티브 캘리는 볼티모어의 중견수 아담 존스가 수상자격이 없으며 프랭클린 구티에레즈가 수상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carrollcountytimes.com의 칼럼니스트 조쉬 랜드역시, 볼티모어의 최고 외야수는 아담 존스가 아니라 우익수 닉 마카키스라며 존스의 수상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랜드는 만약 볼티모어 선수가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된다면 존스가 아닌 마카키스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포스난스키와 스티브 캘리는 구티에레즈가 골드 글러브를 도둑맞았다고 성토했으며 롭 네이어는 아담 존스는 이번 시즌 잘해야 평균수준의 중견수 수비를 보여준 선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담 존스와 구티에레즈의 수비기록을 비교하면, 어째서 일부 야구평론가들이 구티에레즈가 골드 글러브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담 존스는 이번 시즌 부상으로 인해서 중견수로 116경기에만 출전했습니다.  반면 구티에레즈는 152경기에 출전했습니다. 구티에레즈가 존스에 비해서 무려 36경기에 더 선발출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존스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구티에레즈는 출전경기수 이외에, 수비능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수비스탯의 평가에서도 아담 존스를 압도합니다.

 

UZR

+/- 시스템

필딩바이블 어워드

아담 존스

-4.7

-20

22위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29.1

+43

1위

토리 헌터

-1.4

+8

9위

이치로 스즈키

+10.5

+21

1위(우익수)


구티에레즈는 UZR과 필딩바이블의 +/- 시스템의 평가에서 모두 압도적으로 아담 존스를 앞섰습니다. 구티에레즈는 두 평가에서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중견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9명의 세이버매트리션들과 야구 전문가들의 평가와 세이버매트릭스 사이트인 탱고타이거넷 야구팬들의 평가가 합쳐진 필딩바이블 어워드에서도 구티에레즈는 2위를 기록한 미네소타 트윈스의 카를로스 고메즈와 현격한 차이를 내며 1위를 차지했지만, 아담 존스는 23명중에서 22위에 불과했습니다. 필딩바이블의 전문가들은 아담존스의 이번 시즌 중견수 수비력을 메이저리그 최하위권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현장의 감독과 코치들의 평가와 각종 수비스탯과 현장을 벗어난 야구전문가들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담 존스의 골드글러브 수상이, 그동안 골드글러브의 문제점이었던 평판과 명성, 혹은 뛰어난 타격실력을 가진 선수들의 수상 어드벤티지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한 케이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담 존스는 풀타임 2년차의 신인에 해당하는 선수이고, 이번 시즌 타율 277. 출루율 335, 19홈런 70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존스가 이번 시즌 올스타로 선정되었지만 후반기에 타격이 급락하여 타격만으로 감독과 코치들의 눈에 띄기에는 성적이 부족합니다. 유명한 스타플레이어도 아니고, 116경기에만 출장한,  이번 시즌 대단한 타격성적을 기록하지도 못한 아담 존스가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분명한 것은 아담 존스가 인기를 바탕으로 골드 글러브에 뽑힌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담 존스가 세이버매트릭스 수비평가와 야구전문가들에게 아주 나쁜 평가를 받았지만 존스의 수비스탯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존스는 수비수가 타구를 잡아내서 아웃시킨 것을 의미하는 레인지 팩터(RF)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중견수 1위인 3.21을 기록했습니다. 존스는 2003년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이었던 마이크 카메론의 RF 3.42 이후 가장 높은 중견수 RF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존스와 구티에레즈의 책임수비지역에 떨어진 타구인 BIZ와 이 타구를 풋아웃 시킨 비율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구티에레즈가 더 높습니다.


 

수비이닝

BIZ

풋 아웃

BIZ대비 풋아웃율

아담 존스

1005

280

258

0.921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1353

345

333

0.965


아담 존스가 RF 3.21로 1위를 기록했지만 BIZ와 풋 아웃비율을 보면, 구티에레즈보다 나쁩니다. 이 의미는 이번 시즌 존스의 RF가 높은 이유가 이번 시즌 타구를 풋아웃 시킬 기회, 즉 타구가 존스에게 많이 날라 왔지만, 타구를 놓친 비율은 구티에레즈보다 나쁘다는 것입니다. 존스의 RF가 메이저리그 중견수중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UZR과 +/- 시스템에서 나쁜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BIZ와 풋 아웃의 비율이 나쁘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담 존스를 높게 평가할 수 있는 한 가지 수비 스탯인 RF마저도 실제로는 중요한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2009년 골드 글러브의 가장 큰 이변은 아담 존스가 구티에레즈를 제치고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다는 것입니다. 조 포스난스키등은 구티에레즈가 골드 글러브를 도둑맞았다고 할 정도로 성토했지만, 현장의 전문가들인 감독과 코치들은 신인 아담 존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감독과 코치들이 아담 존스를 선택한것이 선견지명인 것인지, 조 포스난스키를 비롯한 세이버매트리션과 야구전문가들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는 내년시즌으로 판단을 미루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