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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타자 매니 라미레즈의 추락과 잔류옵션 실행.


 

LA 다저스의 외야수 매니 라미레즈가 2010년 2천만불의 잔류 옵션을 실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09년 2천 5백만불의 연봉을 지급 받은 라미레즈가 FA 시장을 노크하지 않은 이유는 당연합니다. 시장에서 자신의 몸값을 저울질 해보나 마나, 다저스의 2천만불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할 팀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 불법약물복용이 적발되어 50게임 출장정지를 받은 라미레즈는 타율 290, 출루율 418, 장타율 531, OPS 949, 19홈런, 62타점을 기록했습니다. 타율은 1995년 라미레즈의 첫 번째 풀타임 시즌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며, OPS는 95년 이후 두 번째로 나쁜 성적입니다.


그런데 라미레즈의 이번 시즌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2008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한 매니 라미레즈는 타율 396, 출루율 489, 장타율 753, OPS 1.232라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대단한 성적을 기록하며 다저스를 플레이오프로 진출시켰습니다. 지구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와 2위 아리조나의 게임차가 2경기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니 라미레즈 혼자의 힘으로 다저스를 지구우승에 이르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눈부신 활약이었습니다.


매니 라미레즈는 포스트 시즌에서도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시카고 컵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타율 500, 출루율 643을 기록했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NL 챔피언쉽 시리즈 5경기에서는 7타점을 몰아치며 타율 533, 출루율 682, 장타율 1.067을 기록했습니다. 이적하기 전 보스턴 레드싹스 시절의 기록은 라미레즈의 태업임이 틀림없다고 모든 야구팬들이 입을 모았습니다.


이번 시즌 불법약물복용이 발각되기 전 까지, 매니 라미레즈는 작년 후반기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4월 6일 ~5월 6일

348

492

641

1.133

7월 3일 ~ 7월 말

278

374

557

931

8월

301

405

476

881

9월 ~10월

218

384

449

833


이번 시즌 5월 6일까지 라미레즈는 타율 348에, 출루율 492, 장타율 641이라는 엄청난 페이스를 기록했지만 50일간의 출장정지기간이 끝나고 다저스로 복귀한 라미레즈는 야구팬들이 알고 있는 라미레즈가 아니었습니다. 7월에 OPS 931을 기록한 라미레즈는 9월에는 881로 9월과 10월에는 833으로 OPS가 급락했습니다.


라미레즈는 커리어 내내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성적이 훨씬 좋은 선수였습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전반기 (~2008)

310

406

582

988

후반기 (~2008)

320

417

607

1.024


라미레즈의 2008년까지 통산 성적을 보면,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타율이 무려 10포인트가 높으며, 출루율은 11포인트, 장타율은 25포인트가 좋은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약물 복용이 들통난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2009 전반기

355

487

669

1.156

2009 후반기

255

379

459

838


2008년 다저스로 이적한 이후 후반기에 대폭발했었던 라미레즈와는 달리 2009년 후반기의 라미레즈는 타율 255에 출루율 379 장타율 459, OPS 838을 기록하는 타자로 변했습니다.


50일간의 출장정지기간을 보낸 이후 복귀한 매니 라미레즈의 성적급락은 약물효과가 사라졌다는 것외에는 설명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매니의 통산 기록에서 한번도 없었던 급락이 약물이 발각된 이후 발생한 것입니다.


약물이 들통난 이후에 타율 255, 장타율 459를 기록하는 선수에게 2천만 달러이상의 선물꾸러미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을 구단은 없습니다. 매니 라미레즈라는 이름값이 있다고 해도 해도 그것은 약물복용이 들통나기 전에나 유효할 뿐이며, 현재로서는 천만 달러도 도박이나 다름없습니다.


만약 매니 라미레즈와 악마라는 닉네임을 가진 매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FA 시장에서 자신이 있었다면, FA를 선언했었을 겁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저스 잔류밖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커리어 내내 야구팬들에게 태업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부진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괴짜타자 매니 라미레즈의 태업 플레이는 더 이상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약물복용이 들통난 매니는 태업이 아니라, 자기 앞가림하기에도 힘들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