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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없는 플레이어' 박지성, 돌파구를 찾아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스톤빌라에게 26년만에 홈구장에서 패배를 당했다.

맨유는 13일 새벽(한국시간)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아스톤빌라와의 2009-201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21분 아스톤빌라의 아그본라허에게 허용한 선제 실점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박지성은 이날 3개월여만에 정규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 62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으나 아스톤빌라 수비진에 이렇다할 압박을 주지 못한채 팀이 0-1로 뒤진 후반 17분께 스트라이커인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교체됐다.

맨유는 이날 승리했다면 전날 에버튼과 3-3으로 비긴 선두 첼시(12승 1무 3패 승점 40)와 승점에서 동률을 이룰 수 있었으나 불의의 패배를 당함으로써 중간전적 11승 1무 4패 승점 37점으로 첼시와의 승점차가 다시 3점차로 벌어졌고, 지난 1983년 이후 26년만에 맨체스터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아스톤빌라는 8승 5무 3패 승점 29점으로 일약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지난 주중 볼프스부르크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출전, 풀타임을 활약하며 팀의 3-1 승리에 기여했던 박지성은 이날 맨유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출장했지만 정규 리그 경기에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한 탓인지 좀처럼 이전과 같은 저돌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고, 패스의 질 역시 위협적이거나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그의 특기인 공간 침투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박지성에게 제대로된 패스를 연결하는 동료 선수도 없어 아스톤빌라의 수비라인에 위협이 되지 못했다. 박지성의 뒤에는 그의 절친 파트리스 에브라가 있었고, 중앙에는 라이언 긱스가, 최전방에는 웨인 인 루니가 있었지만 이들의 호흡은 예전과 같은 그런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지성의 이날 경기력은 오른쪽 측면에서 간간이 아스톤빌라의 수비라인을 한 번에 무너뜨리고 위협적인 크로스를 연결하고, 꾸준히 기회를 만들어내는 등 공격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던 루이스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경기력과 확연히 대비됐다.

물론 이날 맨유가 패배한 주된 원인은 수비라인의 불안함과 골결정력 부족(골운이 안따라 줬던 것과 아스톤빌라의 골키퍼 프리델의 선방을 포함해서...)때문이지만 좌우 측면 공격의 밸런스가 맞지 않았던 것도 또 하나의 패인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지성의 책임도 적지 않다.

경기직후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맨유의 패배에도 상당수의 앰유 선수들에게 평점 7점을 부여한 반면 박지성의 플레이에 대해 "개성이 없다(anonymous)"는 혹평과 함께 팀내 최저 평점에 가까운 평점인 6점 부여했고, 맨체스터 지역지인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역시 박지성에 대해 "눈에 띄지 않았고 상대에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팀 내 최저점인 5점을 줬다.

이들 언론의 시각이 때때로 팬들의 시각과 차이를 드러내기는 했으나 두 매체의 평점이 이처럼 공통적으로 박지성에게 최저 평점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다는 것은 박지성이 위기의식을 가질만한 분명한 징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박지성이 이번 시즌 정규 리그 경기에서 출전시간이 적은 반면 비교적 경기의 비중이나 중요성이 낮은 리그 컵대회 또는 챔피언스리그 예선에 팀내 유망주들과 출전하는 시간이 많은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 박지성이 '비(非)리그용 선수'로 굳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모처럼만에 자신의 건재를 과시할 수 있었던 경기에서 부진한 플레이를 펼쳤다는 것은 앞으로 퍼거슨 검독으로 하여금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꺼이 '박지성 카드'을 꺼내어 드는 것을 망설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박지성이 지금까지 '움직임의 축구'로 맨유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면 이제는 그것을 뛰어 넘어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시점이며, 그것이 언론으로부터 '개성없음'으로 규정지어진 '정체'를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