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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의 '이유있는' 이동국 감싸기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진행중인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전지훈련에서 허정무 감독과 언론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이동국에 대해 그의 소속팀인 전북현대의 최강희 감독이 마침내 '한 마디' 했다. 

최 감독은 13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팬은 이동국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주의 깊게 보면 공격수로서 애를 쓰고 있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고 밝히며 '게으른 이동국론'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일 잠비아전(2-4 패)에 대해서도 "이동국만을 질책할 것이 아니다.경기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지 않았고, 선수들 대부분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수에게만 짐을 지우는 것은 잘못됐다"고 잠비아전 완패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이동국에게 집중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 감독은 이어 이동국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허정무 대표팀 감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동국이를 남아공에 정말 데려갈 거라면 최소한 1경기라도 90분 풀타임을 뛰게 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공격수로서 교체당한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레 심리적인 압박이 올 수밖에 없다.쫓기면 자기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정착하는데 실패, K리그로 돌아온 이후 성남일화에서도 제 모습을 찾지 못한 이동국을 지난 2009 시즌 전북으로 영입, K리그 득점왕을 비롯한 4관왕을 만들어낸 스승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최 감독의 발언에는 애제자 이동국을 향한 진한 애정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단순히 애제자를 무조건적으로 감싸려는 의도만 있는 것이 아니라 허정무 감독의 이동국 활용법에 문제가 있음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논리적으로 지적했다는 점에서 분명 참고할 만한 지적이라고 보여진다.

이동국이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지적은 이동국이 2002 한일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떨어지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를 괴롭히고 있는 평가다. 그동안 이동국을 비난해온 사람들은 이동국을 '주워 먹기의 귀재'라고 평가절하 해왔다. 그러나 K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팀의 리그 우승을 견인한 지금까지도 이동국에게 그런식의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분명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활동량이 많은 선수가 어쩌다 골을 넣으면 위치선정이 좋았다고 평가하고 상대적으로 활동량이 적은 선수가 여러 골을 넣는 것을 두고 '주워 먹기'이기 때문에 대단치 않다고 평가를 내리는 것이 과연 정당한 평가일까?

이동국이 대표팀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따져보자면 물론 이동국에게도 일부 원인이 있겠지만 그가 소속팀에서 20골 이상을 득점한 반면 대표팀에서는 최근 6경기에서 단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다면 분명 다른 곳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동국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같은 태도로 경기에 임했다면 말이다. 

허정무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동국에게 '남아공행 티켓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으름장을 놓기 전에 이동국이 왜 고립이 되는지 왜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지에 대해 팀 전체를 놓고 전술적인 원인분석을 했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 내용까지 같이 언론에 소개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자국 리그 최고의 공격수에게, 그것도 월드컵이 5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최근 몇 경기에서 부진했다고 월드컵에 못갈 수 있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국가대표 감독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그를 대표팀 내에서 활용하는 방식에서는 K리그 최고의 공격수라는 이동국의 현재 위상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 내지 존중을 찾아보기 어렵다.

최강희 감독이 이동국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맞서 이동국을 감싸고 나선 것은 현재 이동국에 대해 내려지고 있는 평가들이 대부분 정당한 평가로 보기 어렵고 K리그의 에이스에 대한 존중 역시 찾아보기 어려운데 대한 따끔한 지적이라는 점에서 분명 '이유있는 한 마디'였다고 평가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