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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없는' 밴쿠버 대신 '눈폭탄 맞은' 워싱턴에서 동계올림픽을?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동계올림픽 개막을 목전에 두고 이상 고온 현상으로 초비상 상태인 캐나다 밴쿠버를 대신해 `스노마겟돈'(스노우와 아마겟돈의 합성어)으로 비유되는 폭설이 내린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동계올림픽을 열자는 이색적인 사설을 게재해 화제가 되고 있다. 


WP는 지난 9일자 사설을 통해 워싱턴이 몇년전 볼티모어와 합동으로 2012 하계올림픽 유치 신청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사실을 언급한 뒤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이제야 알게됐다. 이유는 동계올림픽이 아니라 하계올림픽을 신청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밴쿠버가 눈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고 하는데 해법은 분명하다. 올림픽 개최지를 워싱턴으로 옮기면 간단하다. 이곳은 충분한 눈이 있기 때문에 약간의 보완만 하면 대회를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까지만 읽어보면 언뜻 '이거 심각한 얘긴가?'라는 착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 다음 내용들을 읽어내려가면 이내 '피식'하는 웃음이 나온다.  

WP는 이어 "워싱턴이 록키 산맥에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올림픽 종목을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주택 진입로에서 눈삽으로 2피트 높이 눈을 치우고, 눈더미위에 올라서서 차위의 2피트 높이 눈까지 빨리 없애는 `눈 치우기 바이애슬론'(the shoveling biathlon), 눈길에 빠진 2t 트럭을 빨리 밀어올리는 '미니밴 밀기'(the minivan push), 전화에 응답하지 않는 전력회사 직원이나 자가발전기를 가진 이웃사람을 눈속에 처박고 빨리 빠져나오는 `그레코 로망 눈 레슬링', 진창이 된 눈 구덩이 멀리뛰기 등의 신종 동계올림픽 종목을 제안했다. 

WP는 이와 같은 이색 동계올림픽 종목을 제안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기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메일을 통해 제안을 보내달라는 당부까지 곁들였다. 

WP의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동계올림픽 개최에 대한 사설은 폭설로 인해 연방정부가 이틀째 문을 닫는 등의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워싱턴의 상황을 풍자한 사설이다. 

사설은 `눈 치우기 트라이애슬론'(the shoveling triathlon) 종목을 소개하면서 워싱턴에 1피트의 눈이 더 내릴 경우 '눈 치우기 바이애슬론'을 끝낸 후 바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식으로폭설이 내린 후 워싱턴 주민들이 집 주변의 엄청난 눈더미와 씨름을 벌이고, 폭설로 인해 전력이 끊기는 등의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을 나름대로 유머러스 하게 풍자하고 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폭설로 인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유머로서 삶의 에너지와 활력을 유지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물론 밴쿠버의 입장에서 봐도 이런 정도의 웃자고 던진 유머에 죽자고 달려들리 없다. 한편으로 보면 이상 고온 현상으로 눈 만들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밴쿠버에게 눈폭탄을 얻어맞은 입장의 워싱턴의 유력지 WP가 힘내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보낸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허구헌날 무거운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으르렁 거리는 언론 사설에 파묻혀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할 때 솔직히 부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