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우리 전통의 설은 스포츠로도 참 다양한 이벤트가 함께하는,
그야말로 참 스포츠 이벤트가 많은 설입니다.
올림픽도 개막하고, 동아시아 대회도 있었지만.. 설날 스포츠란 단어에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전 뭐라뭐라해도 설날에는 역시나 민속 스포츠 "씨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올 설연휴, 다른 여러 대형 스포츠들 사이에서 그래도 씨름은 그자리를 분명히 지켰다는 거.
실재로 TV에선 씨름이 참 다양한 형태와 시간, 채널에서 함께하는 그런 시간도 많았던 거 같은데요.
사실, ‘민족 스포츠’로서의 씨름은 지난 2006년 정부가 선정한 ‘100대 민족문화상징’ 중 건강/체육 분야에
태권도와 함께 포함된 종목,말 그대로 "민족적 정서"가 가득한 스포츠란 국가적 인정일텐데요.
1980년대 명절을 중심으로 한 천하장사 대회마다 2~3만명의 관중이 몰리고,
언제나 "국민의 방송"이 중계했던 설과 추석의 아이콘 씨름, 심지어 천하장사란 호칭이 아직도 익숙한
"이민기"의 전성기때는 씨름때문에 뉴스가 밀리기도 했던 것이 우리 명절 풍경이었습니다.
어린시절, 설날이면 오후에 TV엔 장충체육관의 씨름을 KBS가 항상 중계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쩌다 보게되면, 처음엔 지루하고 무심하게 보다가도 어느순간 빠져드는 매력을 느꼈는데요.
그런 씨름의 매력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그런 민족적 가치와 존경이 가득한 종목인 "씨름"이 한동안 참 힘든 시간으로 시름하고,
그 고민들과 씨름해야 했습니다. 다른 스포츠와 경쟁과 경제 사정의 악화, 자체적인 경쟁력 약화를 거듭한
우리의 "민속 씨름". 결국 설과 추석 중계조차 외면당하는 처지에 빠지기도 했습니다만..
분명 그런 위기 속에 씨름은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좀 더 친근함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씨름의 변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학씨름". 사실 지난 2005년부터 MBC-ESPN은 대학씨름을
바탕으로 새로운 씨름, 더 젊고 화려한 씨름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왔습니다.
감각적인 중계 기법은 물론, HD방송도 2007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우리 스포츠 채널에서는 정말 드문 시도, 그것도 인지도 높은 ESPN이 했다는 건
분명 씨름이 다시 살게 된 큰 힘이 됐다는 거죠.
역시 이번 설을 앞두고도 대학씨름연맹이 영월에서 펼친 대학장사씨름 최강전의 주요 경기는
MBC-ESPN에서 중계했다는 거.
설 분위기를 앞서 잡아줬던 시도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뭐, 공중파에선 역시 "국민의 방송" KBS가 어김없이 "설명절"을 맞이하는 씨름중계로 설날분위기를
살렸는데요. 설 연휴동안 KBS 88 체육관에서 개최된느 설날장사 씨름대회를 어김없이 중계하고 있다는 거.
금강장사(90KG 이상), 백두장사전(무제한)으로 구성된 이번 설날장사 씨름대회는
과거의 씨름 인기 부활을 노리겠다는 의지도 강합니다.
씨름 외에 다양한 볼거리와 씨름에 어울리는 축하무대는 물론, 선수들도 정상급 158명이 참가하는데요.
지난해 우승자인 윤정수부터 황태자 이태현, 귀공자 황규연, 오금당기기의 달인 이주용 등이 참가해
다시금 씨름시대를 열겠다는 각오죠.
좀 더 가볍고 친근한 씨름도 설 연휴에 함께했습니다.
예능과 스포츠의 묘한 교차점이 두드러진 M본부의 "스타 천하장사 씨름의 신". 아무래도 인기 높은
연예인들이 우리의 전통 "씨름"을 직접 선보인다는 점에서 설날 이벤트로는 적절해 보입니다.
-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신명나게 교차했다면 너무 오버일까요?-
남자부에 참가한 아이돌 그룹 선수들은 물론, 여자부에서 기량을 보인 소녀그룹들까지..
모두가 전통의 모래판에서 힘을 쓰는 모습에 왠지 기분까지 좋아지는 프로그램이라는 거.
이런 변형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우리 씨름에 현실을 생각하고,
내일을 위해서는 일단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와 같은 시도들에 박수를 보내고, TV에서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씨름을 본다는 점,
그 자체로도 긍정적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더해야한다는 노력, 재미있게 만드려는 시도. 이 모든 것이 지금 우리의 씨름이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 더 어려운 건 그런 가운데 어설픈 현대화로 자칫 그 민족성이나 전통의 가치가
사라져선 안된다는 점이 있다는 거.
외부적인 여건의 도움이나 정책적인 지원들, 언론의 더 많은 관심과 매체와의 접촉도 씨름에겐 필요한
부분입니다만. 그러기 위해선 씨름, 그 자체가 다른 종목이나 프로그램들과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선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
분명, 전통의 명절인 "설날", "씨름"은 그 전통의 시절, 주목받던 시절의 과거가 그리울지도 모릅니다.
설날 이야기에 "씨름"도 한가득인 그런 시절을 말이죠.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순간을 다시금 씨름이 준비하는
듯 하다는 거. 그 변화들은 이미 "TV"에서부터 조금씩 느껴지는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