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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피겨스케이팅처럼 프로레슬링도 점수화를?



[성민수의 라스트 라운드] 피겨스케이팅이나 체조같은 종목은 심사위원의 채점으로 성적이 평가된다. 그와 달리 프로레슬링은 이미 승부가 결정된 상황에서 공연과 같은 성격이 더 크다. 굳이 프로레슬링의 기원을 말하자면 남북전쟁이후 제대군인들이 서커스와 같은 공연에서 보여준 대결 형식이 복싱은 갈수록 실전으로 고착화된 반면 프로레슬링은 승부가 사전합의로 정해져갔다. 실전은 돈이 안 된다는 평가는 방송의 시대에 들어와서 변했고, 그 덕분에 1990년대 들어서 격투기가 본격화되었다 보면 되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대체 김연아, 코르피 같은 여신들과 우락부락한 프로레슬러가 무슨 공통점이 있다는 건가? 물론 이 분야에서도 마리스 올렛이나 켈리켈리, 스테이시 키블러 같은 엘프들이 있으니 너무 뭐라 하지 말길 바란다. 다만 비슷한 점이 있다면 프로레슬링에서도 점수제를 언급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레슬링은 승부조작으로 인해 항상 말이 많지만 영화나 액션처럼 미리 정해진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랜스 스톰을 비롯한 몇몇 이들은 선수들의 경기를 점수로 채점해서 활약상을 반영하자는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채점이 되는 경우 피겨나 체조처럼 점수로 인한 순위가 가능할 것이다.

이는 문제점도 많다. 프로레슬링에선 돈이 되는 선수를 단체의 간판으로 내세우나 간판선수의 경기력이 반드시 좋은 법은 아니다. 스톤 콜드나 더 락처럼 인기와 실력 모두를 갖춘 이들이 있어 엄청난 흥행까지 이끌기도 하나. 헐크 호건이나 안드레 더 자이언트는 막상 경기력은 형편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당시엔 흥행의 혁명을 이끈 존재였다.

두 번째로는 정해진 동작을 점수로 반영하는 시스템이 미비하며 동작 하나하나에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짜면 기존 경기에 비해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세 번째론 공중기술은 작은 선수에게 유리하기에 기존의 틀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이다. 덩치 큰 선수들은 이런 시스템에선 철저하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네 번째론 최소 두 사람 이상이 같이 협업해야 하므로 파트너와의 호흡문제가 있으며 매주 같은 파트너의 경기를 보는 건 지루하기에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 이외에도 여러 이유로 프로레슬링의 점수화는 가끔 수면위로 떠오르나 결국 실현되지 않고,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도 없는 편이다. 그에 비해서 리얼리티 쇼의 스타일로 선수들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신인육성 프로그램에서 주로 나오며 오히려 이런 것이 더 호응을 받곤 하는데.

한 분야를 놓고 다양한 실험이 나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그 과정에서 프로레슬링의 점수화라는 것이 가끔 언급된다는 것은 충분히 고려할만 하나 개인적으로 보기엔 굳이 활용한다면 프로레슬링 관련 리얼리티 쇼의 채점방식 정도로만 쓰일 수 있지 지금 현재 시스템에 소급시키긴 어려우며, 그게 큰 흥행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