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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부럽지 않았던 K리그 수원-부산 빅버드 혈투



"승리 여부를 떠나 멋진 축구를 했다"

6일 수원 '빅버드'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2010 K리그 2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4-3 승리를 거두고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차범근 수원삼성 감독의 코멘트다.

지난 주말 전북현대와의 원정 시즌 개막전에서 1-3으로 패배, 홈 개막전에서 승점 3점이 절실히 필요했던 수원은 이날 전반 5분 이운재가 외곽으로 걷어낸다고 차낸 공이 페널티박스 박스 바깥에 있던 김기수에게 걸렸고, 이후 김기수의 어시스트를 받은 정성훈에게 선제골을 내주는 불운을 겪으며 초반부터 불길한 기운에 휩싸였다.

하지만 수원은 실책성 플레이로 선제골을 허용한 기분 나쁜 상황을 오래 지속시키지 않았다. 

수원은 전반 28분 호세모따가 부산 진영 왼쪽 측면에서 올린 양상민의 크로스를 왼발 슈팅으로 연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데 이어 전반 39분에도 서동현의 슈팅이 부산 수비진의 몸에 맞고 나오자 이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전세를 뒤집었다. 이후 수원은 장신 공격수 서동현이 후반전 시작 7분만에 두 골을 몰아 넣어 4-1까지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쐐기가 박힌 것으로 보였던 이날의 승부는 그때 부터가 시작이었다.

부산은 적지에서 1-4 까지 리드 당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후반 16분과 38분 맞은 세트 피스 상황에서 홍성요와 유호준이 나란히 머리로 두 골을 성공시키며 수원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한 골만 더 성공시키면 부산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수원의 플레이는 더욱 더 위축될 수 밖에 없었고, 반면 부산의 공격을 더욱 더 매서워졌다.

후반 종료시간이 임박해오고 수원의 벤치는 주심의 종료 휘슬소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대기심이 추가시간 5분을 표시하는 순간 수원과 부산은 '5분 짜리 한 점 승부'를 시작하고 있었다.

부산 황선홍 감독은 그 순간 선수들에게 5분이 남았으니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골을 성공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갈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산 선수들의 플레이는 마음만 앞선 플레이로 좀처럼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경기는 그대로 4-3 수원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졌다. 

이날 경기는 4-3이라는 스코어가 말해주듯 일단 골이 많이 나서 즐거운 경기였고, 양팀 선수들의 빠른 경기 운영 템포와 심판진의 매끄러운 경기진행으로 끊기지 않는 축구를 전후반 내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용면에서도 시원시원한 느낌의 경기였다.

특히 경기 막판까지 어느 한 쪽도 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열정이 흐트러지지 않고 그라운드 안에 선수들의 모든 역량을 쏟아내는 모습을 관중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경기 자체로 감동을 선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수원과 부산이 펼친 '빅버드 혈투'를 K리그 경기가 아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충실한 내용과 높은 수준의 경기였다. 차범근 감독의 말 그대로 '멋진 축구'였다.

이날 빅버드를 찾은 관중들은 본전을 뽑은 정도가 아니라 한 시즌에 한 경기 볼까말까 한 멋진 축구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관전하는 '로또 당첨'을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날 경기를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한 MBC 역시 뜻 밖의 수확을 거둔 셈이다.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렸고, 승자와 패자는 나뉘었다. 그러나 관중들에게 이와 같은 멋진 경기를 선사한 선수들은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이건 간에 모두가 진정한 프로였고, 승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