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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칼럼 해설위원/성민수 라스트라운드

불법 시청에 대응하는 단체들



[성민수의 라스트라운드] 미국에선 격투기, 프로레슬링, 복싱은 유료시청채널에서도 방영되기에 단체의 매출에서 이들의 대형 이벤트를 통한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하다. 그나마 사업이 다각화 된 WWE의 경우는 30% 이하로서 오히려 TV 방영권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지만 격투기의 UFC는 한 때는 매출의 70%를 유료시청채널이 차지했다가 최근 다른 부분에서의 매출 성장으로 50%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그와 달리 복싱은 프로레슬링이나 격투기처럼 확실한 맹주가 있는 상태가 아니라 큰 이벤트를 프로모터간의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료시청채널에 대한 의존도는 가장 크다 할 수 있겠다. 초대형 이벤트로 예측되었으나 프로모터 간의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중단된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경기를 떠올리면 되겠다.

기술의 발전은 산업의 변화를 수반하지만 변화를 예측해서 기술이 먼저 선도되는 경우도 있으니 서로 변증적으로 발전한다 할 수 있겠는데, 유료시청채널이 발달하기 전 미국에선 우리에겐 감시용 카메라로 유명한 폐쇄회로TV인 CCTV 방식으로 큰 이벤트를 경기장에 온 사람들에게 대형 스크린으로 방영하는 시스템을 취하기도 했다. 중국 같은 나라는 우리나라에서 비디오가 유행했던 것과 달리 갑자기 경제가 성장해서 바로 VCD나 DVD 문화로 넘어갔다고 하니 우리에게도 미국의 유료시청채널이 낯선 것처럼 각 나라별 상황은 다르다 할 수 있는데 문제는 해외의 문화를 보급하면서 생기는 틈으로 인해 묘한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중국은 WWE나 UFC 모두 거대한 인구 때문에 공략하려는 시장이지만 불법다운로드나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미약하기에 이 부분이 단체들에겐 큰 골칫거리라 한다. WWE의 DVD는 동남아시아에 거점을 둔 불법 복제 회사가 꾸준하게 팔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있는 개인인터넷 방송처럼 미국에선 ‘저스틴 TV’같은 곳을 통해서 대형 이벤트들이 공짜로 인터넷을 통해 불법 방영되니 단체들로서는 돈이 엉뚱한 곳에서 새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선 UFC의 경우 실시간으로 방영되기에 그래도 이런 일과 큰 관련은 없으나 WWE는 현지와 3주의 시차가 나므로 불법으로 보는 경우가 존재한다. 필자는 해설자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을 고발하려 글을 쓰는 것은 아니고 현상에 대해서 말하려 할 뿐이다. ‘저스틴 TV’에선 개인의 행동이기에 모든 직원이 감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완벽하게 단속할 의지는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단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저작권이 침해받은 것이기에 꽤나 머리 아픈 상황인데 해외에 근거를 둔 업체의 행위라면 단속에 있어서 난점이 있다 볼 수 있겠다. 향후 중국에서 인기가 커지는 경우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약하고 나라에서도 단속이 미약한 터라 중국을 통한 불법행위로 인해 오히려 미국 시장에서 매출이 줄어드는 역풍이 생길 수도 있기에 단체들은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하는데.

광고를 붙이면서 공짜로 방영하는 시스템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프로레슬링보다도 시청률이 낮으나 매니아들의 충성도가 강해 최근 흥행에서 성공한 UFC에게 얼마나 많은 스폰서가 붙을지도 미지수이며 시청률에 비해 광고료는 타 프로그램들에 비해 매우 싼 WWE가 매니아들에게서 나오는 큰 수입을 포기하는 건 위험이 크기에 앞으로 계속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유료시청채널은 매니아들의 지갑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영상물 재생 기술의 발전엔 음란물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가 크게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와 비슷하게 자사의 저작권을 지키면서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단체들의 욕구가 과연 사업에서 어느 정도까지 성공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