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PD가 된 이후, 처음으로 1시에 펼쳐지는 프로축구 중계방송을 마치고 왔습니다.
올시즌, 연맹에서 스포츠전문 케이블방송을 포함한 "전국방송"의 확대, 그리고 그를 통한 노출 증대를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것이 바로 이 "1시 경기".
뭐, 개인적으로는 중계를 마치고, 돌아와도 저녁시간이 여유가 넘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습니다만...
3시에 시작하는 경우, 5시에 마치고 이런저런 정리에 정리회의까지 하면 8시가 훌쩍 넘어 간신히 밥을
먹는다는 거.
그에 비하면 1시에 시작하는 경기는 마친 뒤 전광판에 경기 시작 시간 같은 3시가 다가왔답니다.
하지만.
그토록 야심차게 추진한 1시 경기는 결코 원하던 "전국중계"와 함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라운드 대전에서 펼쳐진 경남과 대전의 경기,
그리고 이번 3라운드, 대구에서 펼쳐진 대구와 전남의 경기, 모두가 전국중계는 찾을 수 없었다는 거.
-언제나처럼 지역의 지역MBC들의 중계방송만 함께했죠. 1시라는 시간은 시청률에도 그리 좋지 않을 듯
한데 말입니다.-
프로야구 시범경기에 밀리고, 프로농구에 밀리는 K리그 중계방송,
그나마 함께하는 지역방송들의 중계, 그리고 그에 따른 아프리카 중계방송은 큰 가치가 없는 듯 시간변경이 쉽게 이뤄지고, 그 결과는 여러가지로 여러운 현실에 이르는 듯 합니다.
구단들은 관중동원에 힘들고, 기다리던 전국중계방송은 없는데다, 그나마 3시 경기에 대한 인식도 명확하지 못한 팬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TV앞에서 축구를 보는 팬들도 줄어들 듯 하다는 거.
뭐 시청률을 떠나, 아무래도 여기저기 빈자리만 눈에 띄는, 초라한 관중석을 두고 축구중계를 한다는 건
서글픈 일, 분명 그림이 보기 안좋습니다. -분명 선수들의 경우도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을 듯 하네요.-
여기에, 1시 경기를 대하는 마음이 더욱 무거운 건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대구MBC에서 중계를 거의 전담하고 있는 대구FC의 경우, 현재 일정이 확정된 12라운드까지의 경기 중 무려 1시경기는 3번이나 됩니다. 오늘 전남전에 이어 다음달 부산원정, 5월의 제주원정까지...
12번의 한시 경기, 그 24번의 기회 중 대구FC는 3번을 1시에 경기를 펼치게 됩니다.
경남은 이동안 1시 경기가 무려 5번이나 됩니다. 반면, 수도권 구단인 FC서울은 1번, 지난해 우승팀 전북과
수원은 아예 한번도 없습니다. AFC 때문인가 싶지만, 포항의 경우 2번이나 1시 경기를 치른다는 거.
지역MBC의 중계, 혹은 지역방송의 중계가 펼쳐지는 구단들에겐 그토록 많은 1시 경기가 정작 스포츠채널의 중계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원,서울,전북 등은 오히려 1시 경기가 없다는 겁니다.
다양한 시간대를 통해, 하루에 최대 3번의 축구중계가 가능한 일정이라지만...
정작 그렇게 중계에 참여할 채널이 있을지가 참 의문스러운, 그런 현실이란 말입니다.
-어찌보면, 야구나 농구 등에게 스스로 백기를 건 꼴이란 점에선 원통하단 생각도 들고, 그 돌아오는 결과를 보면 허탈하기도 하네요.-
정작, K리그 곁을 지키는 지역채널들에 입장이나 횟수를 좀 더 고민하는 중계의 시스템이 더 필요해보이는 현실, 하지만 여전히 K리그 중계는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야구개막 전의 짧은 기쁨, 또 낮경기를 통한 몇몇 경기들의 주목-벌써부터 중복 중계도 있더군요.-,
그것이 전부인 스포츠채널과 K리그의 관계는 아마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 합니다.
여러모로, K리그를 아끼고 곁에서 보는, 또 제작하는 입장에선 씁쓸한 그런 중계, 1시 경기의 첫경험, 마치 이뤄질 수 없는 짝사랑과 같은 씁쓸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