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센프란시스코 쟈이언트의 전신인 뉴욕 쟈이언츠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맞붙은 월드 시리즈 1차전에서 2대 2상황의 박빙 대결을 펼치던 중, 자이언츠의 중견수 윌리 메이스는 8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인디언스의 1루수 빅 월츠가 친 중견수방향의 장타를 아웃시킴으로써 야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캐치를 만들어 냅니다. 메이스는 자신의 머리위로 날라가는 타구를 등을 돌린 채로 쫒아가서는 팔을 벌려 타구를 잡아내는 놀라운 캐치로 관중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윌리 메이스의 캐치는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야구팬들에게 ‘THE CATCH’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3월 24일 시애틀 매리너스의 우익수 이치로 스즈키가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메이스의 월드시리즈 캐치를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캐치를 선보였습니다. 이치로는 1사 3루 상황에 타석에 등장한 에인절스의 포수 제프 매티스가 친 우익 펜스를 향하는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등지고 쫒아가서는 담장 바로 앞에서 점프를 해서 잡아냈습니다. 이치로는 타구를 잡은 뒤에 넘어졌지만 부상없이 일어나 공을 내야로 던졌습니다.
2008년 5월, 보스턴 레드삭스 전에서 당시 중견수였던 이치로는 포수 제이슨 베리택의 중전 펜스로 날라가는 강력한 타구를 윌리 메이스 스타일 캐치로 잡아낸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타구의 방향이 우중간펜스를 향했기 때문에 메이스의 머리위를 직선방향으로 날라 갔었던 타구에 비해서는 이치로가 날라오는 타구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반면 24일 경기에서 제프 매티스가 친 타구는 거의 일직선상으로 이치로의 머리위를 날라가는 타구였기 때문에 메이스의 캐치와 거의 유사하게 보였습니다.
이치로는 “나는 이전에 그런 타구는 잡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타구의 각도는 보통 오른쪽이나 혹은 왼쪽으로 치우치는데 이번 타구는 정확하게 나를 향했다. 그런 타구는 잡기 힘들기 때문에 나의 인상적인 캐치중의하나가 될 것 같다.” 라고 인터뷰했습니다.
우익 펜스뒤에 설치된 불펜에 있었기 때문에 바로 눈앞에서 이치로의 캐치를 볼 수 있었던 에인절스의 투수 스캇 쉴즈는 “이치로의 캐치는 윌리 메이스의 위대한 캐치와 짐 에드먼즈의 캐치가 생각나게 했다. 외야수 머리위로 날라오는 타구를 잡는 것은 어렵다. 선수는 타구가 머리를 강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런 타구는 잡기 힘들다. 나는 이치로가 타구를 잡았을 때 박수를 쳤다.” 라고 말했습니다.
매리너스의 돈 와카마츄 감독은 “이치로의 캐치는 오버 더 숄더 캐치이기도 하고, 점핑 다이빙 오버 더 숄더 캐치이기도 하다. 믿어지지 않는 캐치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윌리 메이스의 캐치에는 점프는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에인절스의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믿을 수 없는 캐치였다. 이치로는 굉장한 운동선수이며 외야수이다.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캐치였다.”
이번 시즌 매리너스로 이적한 내야수 숀 피긴스는 이치로가 평소 수비 연습시에 등 뒤에서 날라오는 타구를 잡는 훈련을 하기 때문에 오버 더 숄더 캐치를 할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치로의 캐치가 정식경기가 아닌 시범경기에서 나온 플레이임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를 비롯한 다수의 메이저리그 언론매체가 이례적으로 이치로의 캐치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며 극찬했습니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부터 2009년까지 연속으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이치로는 이번 시즌 역대 외야수 3위 기록인 10년 연속 골드글러브에 도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