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야구의 끝과 함께 찾아왔던 긴 겨울, 그 긴 시간이 드디어 끝나는 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내일이 바로 야구개막입니다.
8개 구단 선수들. 그리고 모든 팬들. 모두가 기다리고 또 가슴 뛰는 개막,
분명 프로야구에 얽혀있는, 그리고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모두에겐 인상적으로 기억될 3월의 마지막 주말,
방송을 준비하는 이들도 분주해집니다.
서울의 전국 공중파 중계보다는 자주 있는, 그러나 스포츠 채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의 야구중계,
지역의 스포츠PD에겐 야구가 참 어렵습니다.
사실 방송여건이나 장비, 여타의 환경은 힘들고, 그나마 자주 하다보면 좀 더 잘할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도 남는 것이 바로 야구중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의 관심은 높고, 열기는 뜨거운 것이 또 바로 이 야구중계라는 거.
어찌됐던 개막전 중계를 준비하는 과정들은 똑같이, 혹은 더 바쁘게 흘러갑니다.
개막 열흘전.
지난 18일, 시범경기 중계방송을 위해 야구장을 향한 건 사실 시범경기가 주된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시범경기를 통해 선수들도 경기감을 익히고, 여러 파트의 사람들이 시즌을 준비하듯, 방송도 시범경기를
통해 준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거.
카메라 숫자도 많고, 경기 상황도 다양한 야구. 일반적인 중계와는 다른 점들이 많은 야구인데다가,
거의 반년 넘게 하지 않은 야구이기에. 오랜만에 하는 야구중계라서.. 맞춰야 할 것도, 또 새롭게 할 것들도
많습니다. 야구장만 3바퀴를 돌아봤지만, 좋은 생각이 슝, 튀어나오는 건 아니더군요. 좀 더 좋은 그림을
제한된 카메라 숫자에서 만드는 고민이 "야구"에선 늘 함께합니다.
-사실 궤적 추적 프로그램 같은 것도 쓰고 싶지만.. 예산이 부족합니다. 야구 인기가 높은 부산지역에선 올해 지역방송도 그 장비를 쓴다는 듯 하더군요.-
개막 일주일전.
어느 스포츠나 비슷합니다만. 중계방송을 한다는 것, 그리고 개막전이 언제 어디서 열린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을 알리는 예고를 만들어야 합니다. 스포츠 채널의 예고를 보며 감탄하지만.. 여건은 결코 만만치 않고 자료 그림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만들지 않을수는 없죠.
지난 시즌의 다양한 그림들 가운데 좋은 부분을 모아서, 또 생각했던 콘티에 맞춰 편집을 하고, 음악을 넣고,
자막까지 넣고난 뒤, 다시 한번 점검해 봅니다. 마음에 썩 들진 않지만.. 그래도 프로야구 개막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선 방송이 되야 할 듯 하기에... 바쁘게 정리해 PR테잎을 넘깁니다. 이 부분만큼은 전경기들 중계하는 스포츠채널이 한없이 부럽고, 무력해집니다.
어찌됐던 그래도 "야구"란 점에서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봐주시는 듯 해 반가울 따름입니다.
개막 5일전.
야구중계에 있어 다른 종목보다 어려운 부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양한 기록"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과거엔 하나하나 다 직접 입력하고 경기 도중에 계산을 했다고 하나, 요즘은 데이터 제공업체들이 있죠.
많이 편해진 듯 합니다만. 그래도 일이 많습니다.
데이터와 프로그램의 연결관계를 확인하고 그것들이 방송으로 잘 구현되는지, 어떤 문제는 없는지,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야 하죠. 기술적인 문제들은 이어지고 기술파트와의 협의도 이어집니다.
항상 이렇게 확인을 꼼꼼히 한다고 하는데도 방송 당일이 되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 그럼에도 다시 한번 확인에 확인을 거듭합니다. 어찌됐던 야구중계에 있어 자막은 중요하니깐요!
개막 4일전.
카메라 포지션과 올시즌 주요하게 체크해야 할 점 등을 중계와 관련한 스텝들과 상의를 거듭합니다.
현장에서 정했던 부분들 가운데 수정할 것들을 논의하고, 해설-캐스터진과도 맞춰야 할 것들 많습니다.
아무래도 화면과 내용을 맞추기 힘든 스포츠 생방송의 특성상 미리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생뚱맞은
구성이 이어지기 쉽다는.
개막 2일전.
개막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날입니다. 바쁩니다.
프로그램 자체는 이미 한달전부터 제작되고 있었지만, 편집하는 감독님이 종편을 위해 넘겨주는 날짜는
방송당일, 프로그램 자체가 어찌보면 거대한 예고나 다름없기에 다시한번 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매년 반복되는 지역구단들의 스프링캠프 특집은 늘 고민입니다.
똑같은 환경, 같은 곳으로 향하는데다, 그 내용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때문인데요.
어찌됐던. 개막전야 바쁨을 한층 더하는 그런 요소죠.
개막 하루전.
드디어 금요일, 개막은 내일입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게 바쁜 하루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짧게 짧게 정리했던 야구개막 준비,
오늘은 그 총점검의 날. 그리고 중계 중간중간에 틀 여러 영상들과 인터뷰, 내일 할 인터뷰나 여타의 꼭지를 준비하며 하루가 정신없이 흐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막전 상대는 LG, 똑같이 반복된 개막 2연전을 똑같은 과정들로 준비합니다.
그러나 기다렸던 야구는 2010 시즌, 여러 변화가 있고 두근거림이 있습니다.
야구를 향한 애정, 그 같은 마음 속에 새로움에 대한 다른 기대감이 있다고나 할까요?
어찌됐던 개막을 하루 앞둔 오늘, 너무나 바쁘게 하지만 즐겁게 바쁜 그런 하루.
CM테잎이 오고, 방송안이 기록된 큐시트를 뽑는 순간이 오늘의 퇴근 시간이겠죠.
그리고 내일 아침, 아마도 선수들보다 먼저 야구장으로 향할 듯 한 그런 3월의 마지막 토요일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 순간이 힘들지만, 그럼에도 두근두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