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는 엔터테이너다?
얼마 전 인터넷 뉴스를 보니 프로야구의 전설 이만수 선수가 속옷 바람으로 인천 문학구장을 누비면서 화제가 되었던 일을 한 방송프로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했고, 그걸 다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자 이번엔 개그맨 정형돈씨가 같이 동참하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예전엔 축구의 신태용 감독이 아마추어 레슬러 복장으로 팬들 앞에 섰던 걸로 알고 있다.
에프터 스쿨이나 신세경씨의 팬인 필자는 결단코 그분들의 행동을 마음이 설레면서 기다리는 취향의 소유자가 아니지만 프로 스포츠 지도자인 이만수 선수의 엔터테이너적 기질은 정말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해외 선수들 중엔 상당한 ‘끼’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은 경기 중에도 가끔 재미있는 장면들을 연출하곤 한다. 경기가 아니더라도 팬들과의 만남이나 방송 및 언론 출연에서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팬들의 애정덕분에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에 대해 팬들은 기뻐하면서 그들의 노력을 높이 산다.
예전 국내 스포츠의 협상과정에서 스타로서의 대우를 해달라는 한 선수의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관중석은 텅텅 비고 그 분야의 인기는 별로 높지 않은데 스타로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상당한 대우를 받는 걸 보니 구단에선 그의 가치를 그 정도로 인정한 것으로 보였다.
좋은 대우를 받으면 개인으로서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장부상으로 적자가 분명한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탄생과정에서 정권차원의 인위성이 다소 더해진지라 구단의 장부는 웬만하면 적자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광고 효과가 어느 정도이고 어떤 이들이 어느 정도의 돈을 투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되지 않으니 선수들은 팬들을 즐겁게 만들기보단 성적지상주의에 매달리기에 상대적으로 즐겁게 만드는 것에는 인색하지 않나 싶다.
실력과 팬들의 사랑은 동시에 잡긴 어렵지만 예외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이들 중엔 무하마드 알리가 있다. 알리는 방송이나 언론에 나오는 이미지를 철저하게 연구해서 본인의 상품성을 높였는데, 그에게 영향을 준 이들 중에는 프로레슬러 고져스 조지를 비롯한 몇몇 캐릭터들이 있었고 알리는 그런 것들을 새롭게 발전시켜 엄청난 화제를 만들었다. 알리의 모습에서 후배들은 더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프로선수로서 엔터테이너의 역할은 더욱 중요성을 갖게 된다.
한 분야의 최고라 하더라도 팬들이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모기업의 자금으로 운영되며 팬들의 지갑에서 얻는 돈이 미약해 제대로 된 캐릭터 상품시장도 없고 팬들에 대한 선수들의 서비스 정신마저 해외에 비해 부족한 편이라 생각된다.
그와 정반대로 철저하게 엔터테이너의 역할에 충실해 사전에 승부가 정해진 프로레슬링의 WWE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첼시와 같은 프로구단과 비슷한 매출 및 수입을 올리면서 경영상태는 적자누적의 프리미어리그 팀들보다 훨씬 안정적인지라 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200대 소기업에 해마다 꼽힐 정도이니 프로스포츠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그들의 경영은 분명 참고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꼭 WWE만이 아니라 팬들로부터 수익을 얻으면서 그들을 위해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해외 구단들을 고찰한다면 지금같이 성적지상주의에 1등만을 말하는 프로스포츠가 아니라 노력하는 자체만으로 인정받는 건전한 시스템이 정착되고 그 과정에서 팬들은 다양한 즐거움을 얻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전설의 선수로서 무게를 잡아도 되는 입장임에도 본인을 낮춰 팬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선 이만수 선수의 시도는 타산지석이자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의 귀감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