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의 남아공 월드컵 공동중계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SBS와 KBS, MBC는 지난 23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조치명령에 따라 월드컵 공동중계 협상을 벌여왔으나 협상만료일로 지정된 30일 까지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으며 그 이유는 현재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는 SBS가 과다한 요구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SBS는 월드컵 경기 중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개막전과 결승전을 비롯해 한국팀과 북한팀, 일본팀, 호주팀의 경기를 독점중계하고 나머지 다른팀의 경기는 공동중계를 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한편 중계권료도 SBS가 체결한 700억원(6천500만 달러)에 중계권 가치상승분과 협상 수수료 등을 포함해 천억원 이상의 금액을 제시해 이를 1/3씩 나눠 부담하자는 주장을 폈다는 것.
만약 SBS의 요구를 KBS와 MBC가 수용할 경우 KBS와 MBC가 부담하는 공동중계권료만 해도 SBS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지불하기로 한 중계권료와 비슷한 규모가 돼 결국 SBS는 사실상 공짜로 남아공 월드컵의 알짜 경기를 골라 중계할 수 있는 셈이 된다.
SBS의 이와 같은 요구는 한국대표팀의 경기를 비롯해 모든 경기에 대해 공동중계를 하고 중계방식은 순차편성으로 하며 중계료는 당초 처음 계약한 700억원을 3사가 비슷한 비율로 분담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KBS와 MBC의 의견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나는 요구가 아닐 수 없다.
한 마디로 SBS가 과연 이번 공동중계권 협상에서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 자체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부과할 수도 있는 35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담하고서라도 단독중계를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SBS가 단독중계 강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까지 월드컵 단독 중계를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부터 일각에서는 금전적인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올림픽과 월드컵을 단독중계 하려는 SBS의 의도에 대해 지상파 방송 후발 주자로서 그동안 꼬리표 처럼 따라붙던 '3등'의 이미지를 올림픽과 월드컵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단독중계를 통해 벗어버리기 위함이라고 분석해 왔다.
그런 맥락에서 살펴보자면 최근 열린 두 차례 월드컵에서 지상파 3사의 월드컵 시청률을 따져보는 것으로 하나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스포츠 중계에서 시청률은 스포츠 중계 능력에 관한 방송사의 순위가 매겨지기도 하고 광고 단가와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 때문에 방송사의 위상을 결정짓는데 무시 못할 지표가 될 수도 있다.
가장 최근의 월드컵이었던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예선 첫 경기였던 토고전의 지상파 방송 3사 시청률 합계는 71.0%였는데 MBC의 시청률이 30.9%로 가장 높았으며 KBS1은 24.2%, SBS 15.9%였다. SBS의 시청률은 1위 MBC의 절반 수준이었고, 2위 KBS에게도 10% 가까이 뒤졌다.
한국의 예선 두 번째 경기였던 프랑스전에서도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MBC 30.4%, KBS 12.7%, SBS 10.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만 마지막 경기였던 스위스전 시청률에서는 MBC가 30.3%의 수치로 압도적인 1위를 지킨 반면 경쟁 SBS가 11.9%, KBS가 10.0%로 순위가 뒤집혔다. 하지만 그 차이는 2%가 채 되지 않았다.
그에 앞선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SBS가 KBS에 앞서 대략 2위를 차지했으나 한일월드컵 당시 SBS 중계진은 MBS에서 활약하며 큰 인기를 모았던 송재익-신문선 콤비가 SBS로 이적하면서 이들의 중계를 선호하던 MBC의 시청자들이 SBS의 중계를 선택한데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는 것이어서 당시의 데이터 대로 SBS가 확실한 2위를 차지했다고 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상파 3사가 나름대로 공평한 조건으로 공동중계 합의를 이끌어 내는 상황을 가정할 때 4년전과 같은 시청률 추이가 이어진다면 그와 같은 시청률의 차이는 월드컵 중계를 전후한 다른 프로그램의 시청률에도 무시 못할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SBS가 경쟁 방송사들보다 월등히 유리한 조건으로 공동중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상 중계권료를 균등하게 부담한 상태에서 경쟁 방송사들에 비해 시청률에서 열세를 면치 못할 것이고, 월드컵 중계를 전후한 다른 프로그램에도 그와 같은 시청률 열세의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면 그에 따른 추가적인 금전적인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결국 월드컵 단독 중계를 고집하는 SBS의 입장 그 기저에는 남아공 월드컵 주요경기에 대한 공동중계 내지 동시중계를 할 경우 SBS가 시청률에서 열세에 놓일 것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는 것은 아닐까?